[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비위 관련자들의 재판 중계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 선고에 대해 중계를 불허한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재판중계 여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여론재판' 사이에서 법학계 논쟁이 활발하다.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와 한국언론법학회의 주최로 '국민의 알권리와 사법보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크게 재판 중계방송 허용여부와 사법보도를 둘러싼 법익충돌을 주제로 법학계 논의가 오갔다.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와 한국언론법학회의 주최로 '국민의 알권리와 사법보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크게 재판 중계방송 허용여부와 사법보도를 둘러싼 법익충돌을 주제로 법학계 논의가 오갔다. (미디어스)

장철준 단국대법과대학 교수는 "우리 사법은 국민적 관심과 비판에 무척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라며 "특히 재판내용과 법관 개인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극도의 경계를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사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비판에는 응원과 쓴소리가 공존하고 있지만 사법부의 불편한 내색은 주로 그 비판내용에 향해 있다"며 "판결을 내린 개별 법관에 대한 보도에는 강하게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철준 교수는 이른바 '판사 신상털기' 문제에 대해 "우리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국가 행정 및 지역 행정의 책임자는 누구인지 알고있다"면서 "하지만 사법만은 예외다"라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판사가 내리는 판결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국민기본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자신의 존재는 가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장철준 교수는 "사법부가 이제는 사법에 대한 언론의 기본적 사명과 시민의 기대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재판은 공개되어야 하고 시민은 재판 내용을 쉽게 입수하여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교수는 "이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내성을 사법 스스로 기르는 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국민은 사법부의 독립을 결코 해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모든 정치적 시도들을 국민들이 걸러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철준 교수의 발제에 대해 김양순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 있게 권력을 사용하도록 견제가 가능한 정도의 신상공개가 필요하다"며 "장철준 교수의 '법관은 공인으로서 책음일 져야 한다'는 주제 발제는 현업에 종사하는 기자 이전에 시민으로서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양순 기자는 "법원을 향한 시민 불신의 이유에는 투명성에 대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고 실질적"이라며 "영장판결 뿐 아니라 하급심 판결문을 입수하기 불편하고 어렵다는 지적 역시 깊이 공감된다"고 토로했다

김양순 기자는 "전자정부를 표방하면서도 가장 정보공개에 더딘 곳이 법조계"라며 "전문보도를 하는 데이터저널리즘팀도 난색을 표하는 판결문 법리를 일반기자들이 하루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이를 보통의 일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가히 고문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양순 기자는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법적 사안 하나하나는 현재적 국민관심사"라며 "'판사 신상털기'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법보도는 이 사건과 관련된 숱한 인물들에 대한 법원의 영장심사를 국민들이 그만큼 눈여겨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재판중계 여부와 관련해 발제를 맡은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재판중계가 여론재판의 가능성을 키우고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강동욱 교수는 우선 현재 통용되고 있는 '재판중계방송'이라는 표현이 국민의 알권리에서 기반한 것이 아닌 재판공개의 하나의 유형이라고 지적했다.

강동욱 교수는 "'재판공개'와 '재판중계'가 한국에서 굉장히 혼용되고 있다"며 "법원조직법상 '중계방송'의 표현은 알권리 보장 요청에 따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판중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공개의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건의 피해자 수가 너무 많아 재판장에 전부 수용할 수 없을 경우, 또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원격으로 재판을 치르는 경우 공개재판의 한 유형으로 재판중계가 이뤄지며 현재 법원조직법상의 '중계방송'의 표현은 이와 같은 개념을 의미한다는 게 강동욱 교수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알권리 요청에 따른 재판중계에 관한 실정법 규정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강동욱 교수는 "원래 공개재판의 원칙은 법원의 심판절차를 국민의 감시하에 둠으로써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해 피고인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공개재판의 원칙을 피고인의 권리보호가 아닌 알권리 보장을 위해 재판중계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이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면 국민관심이 크다는 이유로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피고인을 공개하는 것이 맞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강동욱 교수는 "재판중계가 반드시 사법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법관이 재판중계를 의식해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여론을 의식하여 재판을 하게 될 경우 사법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 교수는 "법관이 중계를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문식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재판중계방송 제도는 원칙적으로 재판당사자의 기본권, 특히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생활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5조 2항에 따르면 재판장은 소송관계인의 변론권·방어권 기타 권리의 보호, 법정의 질서유지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촬영 등 행위의 시간·방법을 제한하거나 허가에 조건을 부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문식 교수는 "비록 공익때문에 재판과정의 일부를 촬영하게 되더라도 촬영규직은 재판장에게 혹시라도 제한될 수 있는 소송당사자의 기본권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또 촬영규칙 5조에서는 재판장이 촬영 등을 허가할 때도 '공판 또는 변론의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에 한해서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또 정문식 교수는 "재판중계방송의 근거를 국민의 일반적인 알권리에만 둘 수 없다"며 "재판중계는 공정한 재판을 받기위해 보장되는 헌법109조의 공개재판원칙을 실현하는데 있어 법원의 공간적 한계를 확정하려는 것이며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는 내용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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