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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방지법보다 '적폐청산'이 먼저인 이유방송 적폐청산 차근차근 진행…1월 나올 방송법 개정안과 언론장악방지법 함께 논의해야
전혁수 기자 | 승인 2017.11.07 09:41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공영방송 이사 비율을 여야 7대6으로 맞추고, 사장 추천시 2/3 이상의 추천을 받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 이른바 '언론장악방지법'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언론장악방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까지 이에 합세해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도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언론장악방지법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광화문 앞을 가득 메운 촛불시민들. (연합뉴스)

국민에게 외면 당한 정부 편향적 공영방송

지난겨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서 촛불집회에 나선 국민들은 "언론도 공범"이라고 외쳤다. 그중에서도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탄을 받은 언론이 바로 공영방송 KBS와 MBC였다.

촛불광장의 국민들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도 함께 요구했다. 그도 그럴 것이 KBS와 MBC는 이미 국민의 것이 아닌 정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 '만나면 좋은 친구'가 아닌 '만나기 싫은 친구'가 돼버린 공영방송의 기자들은 촛불집회 현장에서 국민들의 손에 의해 취재를 거부 당했다.

KBS 사장을 선출하는 현행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되고, MBC 사장을 추천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대통령 추천 3명, 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7대4, 6대3의 왜곡된 공영방송 이사회는 결국 정부여당 편향적인 속성을 지니게 된다.

박근혜 정권에서 KBS이사회는 뉴라이트 학자 이인호 이사장이 이끌었고, 방문진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고영주 전 이사장이 맡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공영방송으로 내려보냈다. 그렇게 탄생한 사장이 KBS 고대영 사장, MBC 김장겸 사장이다. 문제는 이들의 임기가 아직도 '꽉' 남았다는 거다. 고 사장은 1년, 김장겸 사장은 2년 3개월이 남았다.

▲지난 2일 고영주 이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MBC구성원들. (연합뉴스)

차근차근 진행되는 방송 적폐청산

지난 5월 9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국민의 손에 의해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할 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약속했다. 그리고 국민들이 지목한 '적폐' 중에는 공영방송도 끼어 있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 편향성을 강하게 띤 KBS와 MBC의 변화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제4기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은 "지금은 방송 비상사태"라는 표현을 썼다. 국민들의 방송 적폐청산 요구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문구다.

국민들의 강한 요구에 방문진 구여권 추천 이사였던 유의선, 김원배 이사가 사퇴하고, 김경환, 이진순 이사가 보궐이사로 임명됐다. KBS 김경민 이사가 떠난 자리에는 조용환 변호사가 새 이사로 임명됐다.

8일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방문진 안건으로 올라와있고, KBS도 조만간 구여권 이사와 사장이 교체될 전망이다. 국민의 요구대로 하나하나 적폐청산 작업이 진행되면서 '방송정상화'를 향해 가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권교체 후 공영방송 정상화 작업이 시작되자, 자유한국당이 돌연 언론장악방지법에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이란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자유한국당은 언론장악방지법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왔었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 출범 현장 모습. (연합뉴스)

적폐청산 후 법안 논의해야

언론장악방지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당시 여야가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통해 합의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 법안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차근차근 적폐청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장악방지법을 통과시킬 경우 방송 적폐청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갑자기 이 법안에 찬성한 이유는 공영방송에 대한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언론장악방지법 부칙에는 법안 통과 3개월 내에 새 공영방송 이사진을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자유한국당의 속내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현재 발의돼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은 앞서 말했듯이 '최소한'이다. 방통위는 고삼석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방송정책 연구에 돌입했다. 이들은 2018년 1월까지 새 방송정책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고, 이 가운데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된다는 소식이다.

현재의 언론장악방지법은 결국 여야가 이사를 추천한다는 한계가 있다. 공영방송이 정치권에서 완전히 독립될 수 없고, 무색무취한 사장이 탄생해 여야의 눈치만 보는 방송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의 새 방송정책이 발표될 시점이 약 2~3개월 남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언론장악방지법을 통과시켜 현재 진행 중인 방송 적폐청산에 제동을 거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남은 시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방송 적폐청산을 진행하고, 내년 1월 경에 방통위가 내놓을 방송법 개정안과 기존에 발의돼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을 함께 놓고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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