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완전체의 구속이 완성되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용해 매달 1억 원씩을 북악스카이웨이 등 은밀한 장소에서 접선하듯 받아온 사실을 문고리 3인방 전원이 인정한 것이다. 법원도 이들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함으로써 문고리 3인방 전원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보다는 이들 전원이 국정원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 조사가 더 진행되어야겠지만 이들 모두가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단지 역할을 주고받은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의 일부겠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특수활동비를 비롯해서 국가예산에 대한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 전반을 살펴볼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소문만 무성한 문고리 3인방 권력의 실체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의혹과 관련해 체포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때문에 문고리 3인방에 국한하더라도 이런 식의 상납이 국정원뿐이겠냐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수활동비를 활용하는 기관은 더 존재하고, 대통령과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문고리 3인방에게 상납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이유를 가진 기관이 국정원 한 곳뿐이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특히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경찰 인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심을 더한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국가예산인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비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게 박근혜 청와대가 1억씩 그리고 또 별도로 몇 천만 원씩 매달 꺼내다 쓴 국정원 특수활동비라면 또 다른 누군가도 쉽게 가져다 썼을 개연성을 갖는다. 또한 국정원만 그랬을 거라 생각할 수도 없다. 때문에 국정농단 사건의 추적으로 끝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청탁을 위해 조폭의 돈을 터는 부정한 형사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세금을 뇌물로 쓴다는 것은 영화도 생각지 못한 파렴치의 끝을 보인 것이다. 감히 국민세금을 뇌물로 쓸 생각을 했다는 믿기 힘든 발상은 곧 그 정권의 도덕적 수준을 말해준다. 내 돈은 내 것이고, 세금도 내 돈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어공이라도 공적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권력의 실체에 새삼 소름끼치게 혐오를 느끼게 된다.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숨겨졌던 의외의 사건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도로 이런 관행, 아니 국민혈세까지 손을 대는 썩은 공무원 범죄는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기관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국가예산을 착복하거나 심지어 뇌물로 상납하는 행위만은 이번에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국정원 뇌물사건으로 국정농단 사건에서 빠져나갔던 문고리 3인방 중 2인을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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