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이사장 불신임안과 이사직 해임 건의안이 결의됐다. 방문진은 2일 2017년 19차 정기이사회에서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해임을 최종 결의했다. 차기 방문진 이사장으로는 이완기 이사가 선출됐다. 구여권추천 이사들은 지난 이사회에 이어 '보이콧'을 이어갔다. 고영주 이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19차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는 결의 안건으로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및 이사해임 건의 결의건'과 '2016년도 MBC경영평가 보고서 채택 결의건'이 올라왔다. 김경환, 이진순 등 신임 보궐이사를 포함한 현 여권추천 이사 5명은 '고영주 이사장 해임안'에 서명하고 안건을 상정했다.

유기철 현 여권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및 이사직해임 안건 상정의 사유로 ▲2017년 2월 MBC사장후보 면접 당시 노동조합 소속 사원 업무 배제 지시 ▲2016 MBC 경영평가보고서 폐기 ▲여의도 MBC사옥 매각 종용 ▲iMBC, 울산MBC 등 자회사로부터 골프접대 및 향응수수 ▲안광한 사장 해임안 안건 기각 ▲보수매체에 대한 편향적 광고집행 ▲MBC 구성원들에 대한 부당징계 묵인·조장·방조 등 총 15개의 근거를 들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표결에 들어서려 하자 구여권추천 이사들은 '보이콧'을 선언하며 이사회장을 빠져나갔다. 권혁철 야권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의 해임안에 대해 "앞뒤맥락을 자른 발언만 가지고 얘기하는 악의적인 편집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혁철 이사는 "정황상 불신임의 근거가 과장, 왜곡, 짜집기라고 느낀다"며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가지고 불신임안에 해임건의안까지 올리는 회의에 더이상 참여할 수 없다"고 자리를 떠났다.

권혁철 이사의 발언에 대해 최강욱 현 여권추천 이사는 "그동안 고영주 이사장을 방어하고 고 이사장이 뭐라도 협상하려고 하면 그것마저도 막은 분의 발언답다"며 "도대체 대법원이 판결을 해도 '그렇지가 않다', '아직 다투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고 쏘아붙였다. 최강욱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은 본인이 대법원이 확정을 해도 '갈릴레이'라고 얘기했다"며 "이념적 편향성에 의해 공영방송을 망가뜨리는 데 앞장선 것은 역사에 충분히 기록될 것이다. 스스로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이인철 현 야권이사는 안건상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이사회를 보이콧했다. 이인철 이사는 "방문진법 6조3항을 보면 이사장 불신임 근거가 없다"며 "이사회의 해임건의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인철 이사는 "보궐이사 선임과 동시에 이사장 불신임 안건이 회의 하루전 갑자기 이사장 불신임 및 이사해임 건의로 바뀌었다"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압력을 받았다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압력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철 이사는 "경영평가보고서 1차수정안 채택건의안도 이틀전에 추가됐다"고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인철 이사는 "회의체라는 것은 일련의 시간을 거쳐 오는 것"이라며 "방문진이 회의체임을 스스로 부정하고 무력화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런자리에 더는 참석할 수 없다"며 마찬가지로 이사회장을 떠났다.

이에 대해 보궐이사로 선임된 이진순 이사는 "방통위원장이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하고 방송장악 플랜이 실행됐다고 얘기하는데 보궐이사로 선임되는 과정에 그 어떤 정치적 입장에도 따르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진순 이사는 "나는 고영주 이사장을 포함한 이분들(구여권추천이사)이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물러나라고 하지 않는다"며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전부 다 비정상이라고 규정하고 배제할 적으로 간주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진순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은)구성원들이 정부나 권력층에 대해 비판적인 방송을 하려고 하거나 낌새를 보인다는 이유로 현업에서 배제했다"며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게 아니다. 다른것을 틀리다고 주장해온 것이 틀린 것이다. 그 이유만으로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2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고영주 이사장의 불참으로 이완기 이사가 의장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날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결의되면서 이완기 이사는 차기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사진=연합뉴스)

김광동 이사는 구여권추천 이사들 중 유일하게 남아 고영주 이사장에게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항변했다. 김광동 이사는 "본인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소명절차를 거쳐 목을 쳐도 치는 것"이라며 "두 번 정도의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안건결의를 뒤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이진순 이사는 "신임이사 2명이 왔는데 이사장이라는 분이 얼굴도 안비춘 것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소명 기회를 드리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오늘 출석해서 소명했어야 했다. 그 분이 내킬 때까지 기다려야 하냐"라고 반문했다.

이완기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오늘 논의하는것에 대해 이사장 본인이 결제를 했기 때문에 소명기회는 충분히 드린 것이고 전화상으로도 소명기회를 드렸는데 안오신 것"이라며 "열흘 전 부터 올라온 안건으로 소명할 기회가 충분했지만 소명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사장 불신임안과 이사해임 건의안을 분리해 표결에 들어갔다. 표결결과 이사장 불신임안은 찬성5표, 기권 1표로 가결됐고 이사해임 건의안도 김광동 이사의 퇴장 끝에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방문진은 방송통신위원회에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할 계획이다.

차기 방문진 이사장으로는 이완기 이사가 선출됐다. 이완기 이사는 MBC 출신으로 울산MBC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직을 맡고 있다.

한편, 김장겸 MBC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은 이르면 8일 늦어도 10일 쯤 임시이사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여권추천 이사 3명(김광동, 이인철, 권혁철)들의 '한국-태국 국제방송 세미나'일정 참석 여부에 따라 계획이 달라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