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폭스TV의 논조에 비판하는 사람들이 광고 기업 불매운동을 얼마든지 하고 있다. 그에 대한 경·검찰의 수사 또한 없다. 또 그 반대로 <뉴욕타임스>의 진보적 논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광고주들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아무런 제재도 없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는 처벌당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엄한 형벌을 받아야만 했다.”

26일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행동과 공동으로 주최한 ‘불매운동, 불법인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불매운동, 불법인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인가' 토론회의 모습ⓒ권순택

그렇다면 조중동불매운동이 한국사회에서는 ‘왜’ 유죄일까?

이 물음에 김정진 변호사는 “조중동과 삼성은 우리사회에서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치외법권에 놓여있다”며 “과연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추측이지만 검찰과 법원이 뭔가 시범케이스를 통해 막지 않아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되면 ‘누가 책임질거냐’라는 인식도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및 소비자운동으로서의 조중동불매운동을 “촛불집회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법집행자들과 일반 시민들 간의 가장 큰 괴리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조중동불매운동 유죄?…“소비자 운동은 끝났다고 봐야”

A, B, C 세 사람이 피해자를 죽이기로 하고 A는 망을 보고 B는 피해자를 붙잡고, C는 피해자를 칼로 찔러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이 ABC 세 사람은 범죄의 필수적인 요소를 같이 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공동정범으로 처벌된다. 만약 이 세 사람이 살인하려고 하는 것을 아는 식당주인이 이들이 살인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음식을 팔았다면 이 식당주인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정진 변호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진 변호사는 ‘공모공동정범’ 이론에 대해 “몸이 아파서 참가하지 못한 경우에도 공모가 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로 법리가 아니라 코미디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공모공동정범이론은 그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몸이 아파서 참가하지 못한 경우에도 공모가 인정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 ‘공모공동정범’에 대해 김정진 변호사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노동조합 간부 중에서 이 공모공동정범을 적용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광고주 불매운동 사건에 공모공동정범이 적용됐다”며 “그러나 과거의 경우 어느 정도 조직성이 검증된 노동조합 및 사회단체 등에 적용된 반면 이번 사건은 규약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수만 명의 회원을 가진 카페에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소주 카페의 경우 운영진이라 하더라도 카페 활동이나 방향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온 9명 중 7명은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재판부의 판단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어느 정도 해야지 처벌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결국 기준이 명확치 않은 공모공동정범이 조중동불매운동에까지 확대 적용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어 김정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다면 대한민국 소비자 운동은 끝났다고 본다”고 단정했다.

“사건 자체를 기각했어야 했다”…카페회원들끼리 인적관계도 없어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됐다. 오윤식 변호사는 “‘공모공동정범’의 공모에 대한 판례분석을 해본 결과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 등 인적관계가 아니면 적용된 사실이 없다”며 “이번 사건의 피고인들과 성명불상의 카페회원들은 서로 알지도 못하고 별다른 인적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윤식 변호사는 “조중동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조변석개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이러한 정당한 소비자 주권행사에 대해 형사적 제재를 들이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폭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협박죄에서 협박행위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해악이 고지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행위객체가 특정되지 않아 공소사실이 불특정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하태훈 교수는 “불매운동의 예고로 기업이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었는가”라고 되물으며,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기업은 소비자 불매운동을 포함한 예상되는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비해야 된다”며 “공소를 기각하지 않더라도 불매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로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사 불매운동의 예고행위가 협박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법률의 착오에 해당, 정당한 이유가 인정돼 범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향·한겨레 광고주라고 한 것이 문제일까?

김성균 언소주 대표의 “광동제약 불매운동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전반적인 것에 대해 유죄시 한 것이 아니라 제3자(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이익을 주었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태훈 교수는 “광동제약이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준 것은 대가없이 지급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 신문에 광고를 한 것에 대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고 또한 그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검토를 거쳤을 것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어 당시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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