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년 전 IMF 외환위기가 바꿔놓은 사회경제구조를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다고 평가하면서, 국민이 새 정부에 요구한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확히 20년 전이다. 그것은 어느 날 불쑥 날아든 해고통지였고, 가장의 실직이었으며, 구조조정과 실업의 공포였다"면서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가해진 충격이 아니었다. IMF 외환위기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큰 충격을 줬다. 경제적 충격만이 아니었다. 심리적·정서적 충격이 국민의 삶 전체를 뒤흔들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건실해졌다"면서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 됐다. 금융과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나아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국가부도사태를 뭊았던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우리 국민들의 힘이 컸다. 국민들은 대대적인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가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살렸다.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고 버텨 위기를 극복해냈고, 국가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나 그 후유증은 국민들의 삶을 바꿔버렸다"면서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됐고,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이 사라졌다. 송두리째 흔들린 삶의 기반을 복구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능력과 책임에 맡겨졌다. 작은 정부가 선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국민 개개인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 위기가 바꿔놓은 사회경제구조는 이렇듯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광장과 촛불집회는 지난 세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한꺼번에 드러낸 공론의 장이었다. 국민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부정부패와 단호히 결별하고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면서 "그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개인의 힘만으로는 고단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다.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선언이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민주주의의 미래를 밝힌 이정표"라면서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라다운 나라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라면서 "저는 이 책무를 다하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여긴다. 저는 다른 욕심이 없다. 제가 이 책무를 절반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저의 시대적 소명을 다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감히 바라건대 국회도,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 모두가 적어도 이 책무만큼은 공동의 책무로 여겨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은 누구나 자기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성실하게 하루 8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도록 정책을 혁신해야 한다.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칠 기회를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정부는 지난 6개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나라답게, 정의롭게 혁신하기 위한 국가혁신의 기반을 마련해 왔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한 2018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은 429조 원으로 올해보다 7.1% 증가된 금액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은 '일자리',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국민안전과 안보'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예산 증액 부문은 ▲일자리 예산 대폭 증액 ▲국민 가처분 소득 늘리는 예산 대폭 증액 ▲혁신성장 예산 중점 반영 ▲환경·안전·안보 예산 확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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