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 회장인 KBS 정연주 사장이 방송협회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남선현씨. 그는 지상파 몫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지상파 대표로 나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서 징계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남선현씨에게 묻고 싶다. MBC <시선집중>이 편파보도라는 주장의 근거와 잣대가 무엇인지 정말 묻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야 방송보도 자체를 이명박 후보에 대한 유불리라는 잣대로 징계주장을 했다지만, 적어도 지상파를 대표하는 남선현씨는 이런 유치하고 몰상식한 언론관으로 <시선집중>에 대한 징계를 주장했을 리 없기 때문에 징계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만의 하나 남선현씨조차 이명박 후보를 보스로 모시고 줄 서기한 것이라면 당장 방송협회 사무총장이이라는 거창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정연주 사장도 남선현씨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홈페이지.
남선현 총장, '시선집중'이 편파보도라는 근거가 무엇인가

남선현씨의 <시선집중> 징계주장 이유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설의 주장과 비슷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혹시나 중앙일보나 동아일보의 주장과 비슷한 것이라면 이렇게 비판당할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를 바란다.

중앙일보가 'MBC KBS의 편파보도'라는 사설을 지난 7일 보도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삼성관련 보도에 대해서 일절 침묵으로 버티고 있고, BBK사건에 대해서 보도했다는 흔적, 소위 역사기록용 보도인 알리바이만 남김으로써 '알리바이저널리즘' 논쟁을 불러 일으킨 중앙일보가 공영방송을 향해서 편파보도 운운하고 나선 것은 넌센스다. '공영방송의 생명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다'는 사설 말미의 한 마디에 경악할 지경이다. 신문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쓸데없는 치장에 불과하고 공영방송만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인가?

▲ 중앙일보 12월7일자 사설.
적어도 다른 신문들이 이런 말을 하면 그래도 용서가 될 여지가 있지만, 중앙일보가 어디 감히 ‘공정성과 객관성’을 운운한단 말인가? ‘공정성과 객관성’이 중앙일보의 논설위원 손에서 모욕당하는 현실,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이 전복당하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동아일보의 사설은 더 코미디다. '사기꾼과 호흡 맞춘 공영방송 선거보도'라는 7일자 사설에서 '공영방송의 편파보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유달리 심한 편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사돈 남 말 하고 있네'라는 속담이 곧장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 동아일보 12월7일자 사설.
‘유달리 심한 편’이라는 이유가 단순하다. ‘피의자 가족의 주장을 그대로 중계 방송한 것이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고 어떤 후보에게 불리한지는 두 방송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라며 공영방송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진실보도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이 부재하다는 것.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모든 보도의 관점이 특정후보 유불리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땅 바닥에 떼굴떼굴 구르며 악쓰는 어린 아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실보도라는 가치보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유불 리가 보도의 상위가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를 버젓이 사설에 내 건다. 이들은 언론인들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 캠프 소속 선거운동원들이다. 무서운 것은 이들이 객관성 공정성의 탈을 쓰고 국민들에게 사기 치는 행위다. 그래서 사설 제목처럼 ‘사기꾼과 호흡 맞춘 공영방송 선거보도’가 아니라 ‘사기꾼이 언론인으로 가장한 동아일보 선거보도’라고.

모든 보도의 판단기준이 특정후보 유불리?

동아일보는 “방송위원회 심의 규정은 '방송은 피고인 피의자 범죄혐의자를 다룰 때는 범죄행위가 과장되거나 정당화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의자가 방송을 악용할 가능성 때문에 방송이 여과해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맞다. 역으로 해석하면 피고인 피의자 범죄혐의자를 다루는 것 자체가 편파방송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시선집중’에서 손석희씨는 이 부분을 충분히 강조했다. 동아일보가 주장한 대로 진행자가 ‘여과해서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왜 편파방송이라고 하는가? 제 눈 속에 있는 대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끌만 찾아내는 것이 동아일보의 ‘공정성 객관성’ 보도인가? 동네 양아치처럼 ‘보스’ 뒤에 줄 서기를 하면,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대들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보스를 쫄쫄 따라다니는 ‘꼬봉들’의 자화상을 오늘 우리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를 통해서 목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범죄 피의자의 개념과 이명박 후보의 관계다.

피의자가 무슨 뜻인가? ‘죄를 범한 혐의로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이 되어 있는 자로서 아직 공소(公訴)가 제기되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 이 말은 곧 이명박 후보도 피의자라는 의미다. 법률적으로 적어도 지난 5일 검찰의 발표 이전까지, BBK의혹사건에서 이명박 후보의 법적 지위은 ‘범죄 피의자’였다. 5일 이전 현재 검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당하지 않았을 뿐, 수사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범죄 피의자 이명박 후보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언론과 연일 인터뷰를 한다. 또한 하루도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매체에서 빠지는 날이 없었다.

범죄 피의자이기 때문에 김경준과 애리카 김의 주장을 보도하면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마저 포기한 행태’이고 ‘공영방송의 편파보도’라면, 이명박 후보도 동일한 잣대로 동일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심의위원들의 잣대인지 모르겠으나, 김경준과 애리카 김에 대해서 보도하거나 인터뷰하면 편파보도이고 이명박 피의자를 보도하면 공정보도로 둔갑하는가?

한국 줄서기 문화의 극치를 보여주는 2007 대선

온통 이명박 후보에게 줄 서고 줄 대며 한 자리하거나 한 몫 챙기려는 쥐새끼 근성의 군상들이 커밍아웃하고 있는 오늘, 이번 대통령선거가 한국의 줄 서기 줄 대기 군상의 정체를 확인하는 선거로서의 그 의미는 아주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남선현씨. 당신은 최소한 이런 군상에서 당당한 공영방송 KBS의 자랑스런 방송인이기를 진심으로 바라오. 그리고 <시선집중>에 대한 징계이유를 책임 있게 밝히기를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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