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3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정회에 정회를 거듭하고 있다. 시작은 자유한국당이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들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이에 벌어진 언사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정회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과방위원장(왼쪽)과 박대출 간사. (연합뉴스)

이날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간사 박대출 의원은 "(기관증인을) 죄인 취급하면 안 된다. 죄진 게 아니고 기관을 대표해서 나온 것"이라면서 "지난 방문진 국감에서 고영주 이사장이 점심때 한국당 의원총회 온 것을 갖고 (민주당이) 죄인 취급 하지 않았나"고 문제 삼았다.

박대출 의원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국감법) 제8조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중인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돼있다"면서 "고 이사장에게 현재 소송 중인 내용과 관련해서 질문하고, 모욕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국감법 무력화는 아닌지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우파정권 때 기관증인은 죄인이고 좌파정권 일반증인은 존중하느냐"면서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무리한 발언을 사과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민주당 간사 신경민 의원은 "물론 법과 지침에는 없을 수 있지만 기관장이 국감 증인으로 와서 다른 데도 아닌 특정 정당의 의총장에 가는 건 명심보감에 해당하는 상식"이라면서 "이 문제의 고영주 이사장은 아주 민감할 때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골프치고,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고, 사기성 부동산 업자를 만나고, MBC에 대해 압박을 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의총 방문은 몰상식의 극치"라고 덧붙였다.

신경민 의원은 "일반적, 상식적인 법을 따지자면,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게 문제다. 중립성, 객관성을 무시하고 어긴 것"이라면서 "특수한 상황이었다. 야당이 국감을 거부하고 뛰쳐나갔다. 거기 공감하는 국민도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아무리 고 이사장을 추천한 정당이라고 하지만 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서 "잠시 원내대표나 당직자 사무실에 가는 것도 눈치 보고 몰래 갔다와야 하는 것이 명심보감에 해당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신경민 의원은 "지난 27일 국감 위원장이 저였는데, 제 지적에 반발하고 저한테 똑바로 하라고 했다. 대통령도 국감장에 오면 위원장 말을 듣게 돼 있다. 법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제가 잘못한 게 하나 있다면 고영주 이사장이 기본적 상식이 있는 사람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고 이사장을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10년동안 방송을 추행하고 강간하고 무인지경으로 만든 강간추행범이 저를 성희롱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건 아무리 당이 갈라져 있지만 저 당(자유한국당)에 계신 분들이 고 이사장의 편을 들어서 말하는 건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고 국감이나 진행하자"고 잘라말했다.

신경민 의원의 발언에 박대출 의원은 "신경민 간사는 기관증인에 대해 판단 근거도 있고 불만도 있겠지만 여기는 엄중한 국회 상임위"라면서 "기관증인에게 '추행범이다', '사람도 아니다'는 모욕발언을 해서 국회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에 대해 윤리위 제소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민주당은 고영주 이사장에게 불만이 있을지 모르지만 평생을 공안검사로 사셔서 신념이 있으신 분"이라면서 "그런 분에 대해 존중할 건 해야 한다. 고영주 이사장을 존경하는 분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정치적 이념과 사상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인격적인 예우는 좌파우파, 여야에 따라서 구분돼서는 곤란하다"면서 "정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대출 의원의 정회 요청에 신상진 위원장은 "이런 문제로 상임위가 파행되거나 서로 시간 소비하는 것은 위원장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님들 꼭 정회를 해야 겠나"라고 묻자, 김정재 의원이 박 의원의 정회요청에 힘을 실어줬다.

김정재 의원은 "신경민 간사의 발언은 듣기 부끄럽다. 국회의원 하는 게 부끄럽다"면서 "국회 갑질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저희가 국감을 하는 이유는 국민을 대신해서 기관증인에게 질의하고 행정업무에 대해 감독하는 건데 인신모욕적 얘기하는 건 견딜 수 없다"면서 "정회를 강력 요청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요청에 결국 국회 과방위 국감은 약 25분간 중단됐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지난 26일 정회를 이용한 '꼼수'로 KBS·EBS 국정감사를 무산시켰다. 자유한국당의 불참에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민중당 과방위원들이 국정감사를 진행하려 하자, 사회권을 박대출 의원에게 넘기고, '긴급 의원총회'를 이유로 국정감사를 중단한 뒤 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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