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는 역시 미워할 수 없는 스타다. 지상파 음악프로가 봉쇄된 상태에서 공개된 이효리의 첫 컴백무대는 호된 질책이 뒤따랐다. 아마도 이효리 자신의 충격이 대단히 컸을 것이다. 그러나 한 주 뒤 같은 케이블방송에서는 컴백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물론 아무리 엠넷이 소속사라 할지라도 매번 컴백무대 같은 분량을 줄 수도 없겠지만 타이틀곡만이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옹골진 각오가 느낄 수 있는 밀도 높은 무대였다.

한편 이효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직도 통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두 번째 엠카운트다운에 선 이효리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은 그녀는 아직도 통하는 스타가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통할 스타라는 점이다. 이효리라는 거대한 카드를 최대로 활용하고픈 소속사와 방송의 욕심을 꺾고 대중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드린 점이 무엇보다 칭찬하고픈 대목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자기 역량에 대한 정직한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소위 스타가 되고나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다. 스타가 되고나서 한순간에 명성을 날려버린 일들이 적지 않은 것이 그렇다. 특히 이효리라는 장기 지속되는 브랜드를 가진 스타라면 더욱 그런 자만심에 빠질 수 있다. 설혹 그렇다고 해도 딱히 뭐라 비판할 수도 없는 것이 그녀가 바로 이효리인 까닭이다. 누구나 이효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이효리가 되진 못한다.

그런 10년의 장기집권 속에 이효리는 진정한 스타로 성장했다. 굳이 이효리를 가수라는 틀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가수라는 영역에서 따진다면 이효리 보다는 보아가 더 당당하다. 그러나 한국의 연예계 상황은 가수로만 살기에는 너무 좁은 시장의 한계를 갖고 있다. 예능도 해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한다. 이효리 역시 그 모든 것을 다 겪어온 최고의 엔터테이너이다.

그런 이효리가 mbc 섹션티비 연예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아주 중요한 내심을 밝혔다. "양현석, 박진영처럼 후배를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이효리의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대단히 크다. 남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프로듀서 세계에서 왠지 이효리만은 주눅 들지 않고 잘 해낼 것 같은 신뢰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도전과 성공이 후배들의 꿈 하나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여가수가 성장해서 잘 돼야 연기자가 고작인 상황에 이효리의 거침없는 도전은 역시 효리쉬한 마인드다. 그녀가 그렇게 변신하고 또 성장을 꿈꾼다는 것이 흐뭇하다. 이효리가 성장하는 데에는 많은 동기가 있었겠지만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또 판단하고 갈등했던 장본인이 그런 경험을 통해서 또 다른 이효리 혹은 전혀 다른 이효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스타플레이어가 프로구단의 명감독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타가 반드시 스타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높은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효리 프로듀싱의 작품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물론 박진영과 양현석이 롤모델일지라도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분명 이효리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의 장벽과 싸워야 할 것이며, 그런 투쟁 속에서 그녀만의 방법과 극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금방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그녀가 키워낼 효리 키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녀와 어떻게 닮고 어떤 면이 다른 효리 키즈가 대중 앞에 선보이게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효리가 얼마 전 밝힌 소녀시대 유리일지, 2NE1 씨엘이 그중에 있을까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섹션티비와의 인터뷰에서 마돈나의 예를 들면서 오랫동안 댄스가수로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미 서른을 넘긴 이효리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매력이 넘친다. 그 정도의 자기관리가 가능하다면 나이는 이효리에게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박진영도 아직 춤추고 노래하지 않는가. 마돈나가 아니라 박진영도 한다. 그럼 이효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가수로서 치티치티뱅뱅의 성공여부를 떠나 이번 활동은 이효리에 대해 안심하고 또 기대하게 됐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박수를 끊이지 않게 하려는 이효리의 야망이 마음에 든다. 그런 그녀에게 박수를 아낄 이유는 없다. 그런 당찬 스타를 배출한 것은 한국 연예계의 자랑임에 분명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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