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서두르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통합론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보수통합 움직임에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을 주창해 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호남중진을 중심으로 한 반발까지 제기되면서 '안철수발 바른정당 연대·통합론'은 당내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30일자 조선일보는 <홍준표, 이번주 박 前대통령 출당 끝낼 듯> 기사에서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의원 8명이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이 확정되면 다음달 6일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주말 동안 잇따라 모여 보수통합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해외 국정감사를 마치고 지난 27일 귀국한 김무성 의원은 이날 밤 김용태·황영철 의원 등과 만난 데 이어 29일에는 남경필 경기지사, 통합파 의원 등을 연달아 만났다"고 전했다.

▲30일자 조선일보 6면.

조선일보는 바른정당의 한 통합파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이 확정되면 현역 의원 8명과 당협별 당원 보고를 거쳐 다음 달 6일 탈당 성명을 발표하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김무성, 강길부,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정양석, 홍철호 의원 탈당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보수통합 움직임이 현실화 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란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다른 정당과의 통합문제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바른정당과 통합할 경우 가장 높은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 안철수 대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지난 20일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던 일이 현실화 되는 것"이라면서 "국정감사가 지나고 나면 우선 당 내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2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이 가고자 하는 이 개혁보수의 길을 같이 가겠다면, 누구든, 언제든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 선거의 유불리만 따져서 그저 숫자와 세력을 불리기 위한 셈법은 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4일 안철수 대표는 "통합을 생각하거나 추진한 바가 없다"고 해명하면서 "최근 정계 상황과 관련 당에서 여러 가능성을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전부다. 이미 정책연대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선거연대까지 시도해 보자는 뜻"이라고 발을 뺐다. 하지만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거절 당한 안 대표가 한 발 뒤로 물러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청산 가능성을 내비치고, 언론을 통해 보수통합설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불거지면서 안철수 대표는 더욱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 8명이 자유한국당에 합류하면 바른정당은 12명으로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잃게 된다. 12명 중 관망파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결국 자유한국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고려하던 안철수 대표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바른정당과 연대·통합론을 꺼내들었던 안철수 대표에 대한 국민의당 내 호남 중진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내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호남 중진의원들과 친안(친안철수)계 의원들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한겨레TV <더정치 인터뷰>에 출연한 호남중진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중도보수를 지향하고 탈호남을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국민의당 40석은 단결돼 있으니 20석을 더하면 60석 정당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면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결국 바른정당의 15석은 자유한국당으로 갈 것"이라면서 "여기와 통합해서 무슨 시너지가 나냐. 햇볕정책, 호남 포기하라고 하면 우리가 깨진다. 뺄셈 정치를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27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한 정동영 의원은 "이런 리더십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느냐"면서 "안철수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라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애초부터 안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이 무리한 등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정배 의원도 "지금 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비민주적이고 공작적인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안계 의원들은 호남중진의원들에 맞서 안철수 대표 지키기에 나섰다. 30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한 최명길 의원은 "이제 시작한 지 두 달 남짓이고 지금 개혁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인데 그 과정에서 약간의 의도를 갖고 반발하는 분들이 있다고 해서 지도력이 흔들리면 그게 정당이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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