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유명 한식당 대표 김 모 씨가 연예인 최시원 씨의 개에 물려 사망하고 사망 원인이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알려진 가운데 '녹농균'의 감염 경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람이 개를 통해 '녹농균'에 감염될 수 있는지에 관한 여부와 최 씨 개의 녹농균 보유여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인이 부검없이 화장된 상태에서 감염경로 확인이 어려워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시원 씨 가족은 피해자 김 모 씨의 사망 원인이 녹농균으로 밝혀진 11일 이후 동물병원에 세균검사를 의뢰했다. 동물병원은 15일 대학연구소에 시료를 보냈다. 세균검사 결과 최 씨의 개에서는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가족은 검사결과를 행정당국에 제출했다. 유가족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 씨가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 가족의 프렌치불도그에 물리는 모습 (SBS뉴스8 캡처)

25일 SBS 보도에서 세균검사를 의뢰한 동물병원장은 "구강, 피부, 털, 혈액까지 샘플링해서 보냈는데 녹농균은 자라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이를 닦는 세정 정도로 해서 그 정도 감염을 일으킬 녹농균이 강아지한테 검출되지 않기는 힘들다"며 최 씨의 개가 녹농균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구강내 세균환경이 수시로 바뀐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공중보건의 여한솔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의 구강내 세균총(세균집단)은 수시로 바뀐다"며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또 틀린 말"이라고 설명했다. 여 씨는 "정확한 소견서를 제출해야 했다면 비고란에 '상기 소견은 현 시점에 인하여 향후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써야 했다"며 "구강내 세균총에 대해 무지했거나 놓쳤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에 물려 녹농균이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23일 SBS는 "사망 나흘 뒤 나온 김 씨의 혈액 검사 결과 녹농균이 검출됐다고 유가족이 밝혔다"며 "개의 구강에 있던 녹농균이 사람에게 감염병을 일으킨 경우를 찾아보니 전 세계적으로 한 6건 정도밖에 안 되어서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또 SBS는 25일 "개에게 물려 개 구강에 있던 녹농균이 바로 혈액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런데 개에게 물린 상처 부위에 녹농균이 자란 적은 있지만 실제로 패혈증까지 일으킨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수의학계 견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물에게 감염된 녹농균 케이스가 전 세계 6건뿐이라는 SBS 보도에 대해 공중보건의 여한솔 씨는 "해리슨 내과학을 보면 미국에서는 한 해 평균 고양이와 개에 10만 명당 300명이 물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중 15~20%에서 감염이 발생한다고 보고하고 있다"며 "NCBI(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논문에는 개에 물렸을 때 상처에서 6% 녹농균이 발생한다고 보고된다"고 전했다.

개나 고양이에서도 녹농균·내성녹농균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5일 한겨레가 보도한 2013년 한국가축위생학회지에 실린 '개와 고양이에서 분리된 장내세균과 녹농균의 항균제 내성 및 내성유전자의 분포'를 보면, 녹농균에 대한 항생제 감수성을 시험한 결과 시험대상 21마리 중 10마리가 한 가지 이상의 약제에 내성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녹농균 또는 내성녹농균을 지닌 개나 고양이가 사람을 물어 직접 감염될 경우 병원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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