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오늘(22일)로 18일째 계속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의 총파업을 두고, ‘그들만의 파업’이라고 했다. 여론은 ‘냉담’하다고도 했다. 파업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낮고, 방송이 3주째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이유를 예로 들었다.

지난 5일 노조의 총파업이 시작한 뒤부터 MBC안팎에서 총파업을 취재한 나로서는,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 및 집회 현장을 꾸준히 지켜본 나로서는, 오늘 치 동아일보 23면에 실린 <‘그들만의 싸움’… 여론은 냉담> 보도를 접하고 갸우뚱했다. 일부 팩트를 근거로 들어 파업 분위기를 전하는 이 기사는 일부 ‘사실’일지는 몰라도, 전체 여론을 전함에 있어서는 ‘진실’이 왜곡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보도대로, 현재 노사가 별다른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의 저지에 막혀 출근이 어렵게 된 상황인 것도 맞다. 하지만, 진짜 이번 총파업을 두고 MBC 구성원들만의 파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총파업에 대한 여론은 냉담하다고 할 수 있을까?

▲ 김재철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선 MBC노조원 300여명이 19일 오전 7시30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파업에 대한 여론은 냉담?

총파업 돌입 직후와 비교했을 때, 현재 MBC내부 여론은 달라졌다. 총파업 돌입 초반, 다소 밍밍했던 현장 분위기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 덕분에 들끓기 시작했다. 황희만 부사장 임명에서 시작된 총파업은, 현재 ‘김재철은 공영방송 MBC의 사장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여론으로 확산됐다. 총파업 중에 간간히 모습을 드러낸 김 사장은 때로는 기자회견을 열어, 때로는 출근 시도를 하며 그의 주장을 펼쳤다. 그 때마다 쏟아진 그의 발언 하나 하나는 노조원들을 들끓게 했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고소 계획, 정치권 출마설 등에 대해 해명 혹은 반박하는 그의 모습에 노조원들은 웃었다. 한참을 웃다가, 이내는 서글프고 창피하다고 했다. 매일 아침 이어지는 출근저지 투쟁 과정과 결의대회 현장을 봤더라면, ‘냉담’이라는 표현을 자신 있게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파업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 낮아?

▲ 14일 밤 7시, MBC 파업을 지지하는 5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권순택
동아일보는 총파업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낮다’고 단언했다. 아나운서를 비롯한 노조원들이 선전을 나눠주며 파업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지만 지난 14일 MBC에서 열린 ‘MBC 지키기 1만인 촛불문화제’의 참석 인원은 500여 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주일 전인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참가인원 천명에 비해 절반의 수준이라는 것. 촛불집회 참여 인원을 ‘시청자들의 관심이 낮다’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 두 차례의 촛불문화제를 취재했던 나로서는, ‘당시 촛불문화제는 4월의 봄 날씨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추운 날씨 가운데 진행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현장은 달아올랐다’고만 짧게 언급하겠다. 동아일보 기자가 2시간 넘게 이어진 당시 현장에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 뿐이 아니다. MBC노조 총파업과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 MBC 홈페이지, 결방중인 각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등 인터넷 여론을 봐도 총파업을 맹렬히 비난하기 보다는, 총파업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글이 많다. (물론, 총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재방, 삼방도 좋으니 열심히 싸워달라’ ‘기다릴테니 이기고 와라’는 누리꾼들의 코멘트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진짜 그들만의 파업?

현재 MBC노조에 전달된 파업 지지 성금은 4천580만원이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MBC구성원들이 전달한 성금이 많지만 언론노조 소속 SBS본부, KBS본부, OBS본부 등 다른 언론인들이 전한 성금 또한 많다. 또 ‘국민이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세요’ ‘마봉춘 파이팅’ 이라는 문구와 함께 시민, 누리꾼 등이 보낸 성금도 상당하다.

성금 뿐 만이 아니다. 현재 노조 사무실에는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컵라면 상자에서부터 시작해 초코파이, 비타민 음료수, 떡, 삶은 달걀, 오렌지, 바나나 등 노조원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풍족하다. 또, 노조 결의대회에 방문해 지지의 뜻을 보내는 시민들을 비롯해 매주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촛불을 드는 열혈 시민까지…. MBC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고도 과분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만의 파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움직이고 있지 않나?

▲ MBC <무한도전> 게시판 화면 캡처
동아일보 기자는 현장에 와봤을까?

이 기사를 보고 노조 관계자에게 찾아가 물었다. 동아일보 기자가 총파업 현장에 자주 왔었느냐고. 노조 관계자는 “전화는 온 적은 있었는데, 총파업 이후 현장에서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언론관련법 등 MBC노조의 총파업 때마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쏟아낸 ‘밥그릇 싸움’이라는 보도를 생각한다면 오늘 치 동아일보의 보도는 그다지 놀라운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기자수첩’이랍시고, 누구처럼 ‘죽자고 덤벼드는 것’ 같아 살짝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동안 현장에서 취재하고, 느꼈던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 기사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기자로서 더욱 민망할 듯하다.

<네이트>에 송고된 이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반응이 재밌다. 누리꾼들의 반응을 그대로 전하며 기자수첩을 마친다.

“‘그들만의 신문’… 여론은 왜곡”
“조중동 그들만의 주장… 시민들 냉소”
“뭔 소리야? 이 기사는… 무한도전 결방임에도 재방송에도 만족할 수 있는 건 파업을 지지하기 때문인데, 조중동 아니랄까봐 자기들 마음대로 생각하시네요?”
“니들이나 관심이 없겠지… 우린 관심 많거든.......”
“너무 티 나게 편파적인 기사 아닌지… MBC 파업에 대해 지지한다는 의견들이 수두룩한데… 무슨 말도 안되는… 기사에서 말하는 ‘여론’은 대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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