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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순 위원님, 만족하십니까"[기자칼럼] 선거방송심의 '삼각동맹'을 보며
정은경 기자 | 승인 2007.12.11 11:11

"이게 모니터 그룹이 없어요, 모니터 그룹이. 우익 시민단체에 모니터하는 팀이 있어야 되거든. 이게 돈이 드니까는. 내가 우익 시민들한테, 몇 사람한테 얘기해. ‘모니터 그룹을 만들어라.’ 뭐냐하면 뭔가 일을 모니터를 해야지 거기서부터 첫 단추가 시작되는 거 아니에요? 뭐가 잘못된 거를 논리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지 이게 비롯되는데, 그런데 타이밍을 놓치면 안돼."

지난해 11월9일, '강동순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바로 그 술자리에서 방송위원회 강동순 상임위원이 했던 말이다.

대선에서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으로 "(좌파들처럼) 극악스러운 것이 우리 우파한테 없다"며 모니터를 강조하고 동석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에게 "당에서도 방송에 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내용도 이어진다.

'시선집중' 주의 조치, '강동순 녹취록'의 현실화?

최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한 주의 조치 등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활동을 보면서 묵은(?) '강동순 녹취록'이 연상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보수성향 시민단체(또는 한나라당)의 민원 제기→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보수성향 매체의 확대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마치 예견이라도 됐던 것처럼 맞아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1월22일 에리카김 인터뷰를 내보낸 <손석희의 시선집중> 심의 건만 해도 그렇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시선집중> 심의는 한나라당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정병국 의원 등이 방송위원회에 안건 심의를 건의했고,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위원장 최홍재)도 방송위원회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에 불만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12월6일자 조선일보.  
 
자유주의연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는 매일 'MBC일일모니터링 뉴스'를 발표하는 등 MBC를 집중 모니터 하고 있다. <뉴스데스크>를 포함해 <PD수첩>,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이 주요 '감시대상'이다.

지난 4일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는 지난 3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 같은 날 <뉴스데스크>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을 밝혔다고 하니 이미 접수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동대표 유재천·이하 공발연)도 매일 대선방송 모니터 결과 보고서를 내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 회의를 이틀 앞둔 지난 3일에는 성명을 내어 "<시선집중>이 방송심의규정과 MBC 자체 선거방송준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발연이 모니터하고 '조중동' 받아쓰고……

이들의 모니터 결과는 데일리안, 뉴데일리 등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의 보도로 꾸준히 확산된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최근에는 조선일보 등 오프라인 매체들까지 이들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전하면서 'MBC=편파'라는 이미지는 대중적으로 각인되고 있는 형국이다.

   
  ▲ 12월7일자 중앙일보.  
 

   
  ▲ 12월7일자 동아일보.  
 

지난 7일자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편파방송 저지 시민연대'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조사한 데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는 154회의 대선 관련 보도 중 무려 98회(64%)를 김경준씨 주가조작 사건에 몰아넣었다"면서 "국민 모두의 공공재인 전파를 이렇게 자의적으로 남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MBC와 KBS의 저녁 메인뉴스가 내보낸 대선 보도를 분석했다. MBC가 내보낸 154회 대선 보도 중에서 무려 64%인 98회가 김 씨와 관련한 보도였다"며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다분히 의도적인 이들의 '주장'은 모니터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사실'이 된다. <시선집중>의 에리카김 인터뷰는 논란이 한참 진행 중이던 11월22일 나온 것이지만 '이명박 후보 무혐의' 발표 직후 나온 선거방송심의위 결과는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 공발연 그리고 '조중동'의 주장에 더 힘을 실었다.

   
  ▲ 12월10일자 조선일보.  
 
조선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6일자에서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와 공발연의 모니터 보고서를 비중있게 보도한 조선은 10일자에는 공발연 유재천 대표의 인터뷰를 전면으로 싣기도 했다.

안에선 공발연·한나라당 추천 인사 영향력…"칼 품고 들어온 것 같다"

밖에서 '모니터'와 '보도' 힘을 실어주면 안에서는 한나라당, 공발연,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3명의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편파방송저지시민연대와 공발연, '조중동' 그리고 선거방송심의위 일부 인사의 '삼각동맹'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이 가운데 특히 공발연이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권을 갖게 된 데 대해서는 구성 초기부터 "공발연이 시민단체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별 탈 없이(?) 여기까지 왔다. 오히려 방송위원회가 추천한 위원들에 대해 한나라당이 문제를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

여기에 정당 추천 인사들까지 더해져 전문성보다 당파성에 무게가 기운 심의는 현업 언론인들에게도 그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도 회의 풍경을 전하면서 "어떤 위원은 가슴에 칼을 품고 온 듯하다"고 말할 정도다.

12일, 선거 전 마지막 회의…또 '격돌' 예고

사실상 선거 전 마지막 회의가 될 오는 12일 회의에서도 민감한 안건들로 격돌이 예상된다고 한다. 여론을 등에 업었다고 생각하는 일부 심의위원들은 더욱 더 '기세등등'할 것이고, 한나라당의 소송 제기 등으로 '위축된' 다른 심의위원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시점에서 방송위원회 강동순 상임위원에게 묻고 싶다.

"강동순 위원님, 이제 만족하십니까?"

정은경 기자  pensidr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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