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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2차전] 기아 두산에 1-0 양현종 완봉승, 진짜 레전드의 탄생[블로그와]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스포토리 | 승인 2017.10.27 12:16

20승 투수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양현종은 증명했다.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서 허무하게 졌던 기아가 만약 2차전마저 내줬다면 두산의 우승으로 끝날 수도 있는 시리즈였다. 이런 막중한 상황에서 양현종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 스스로 레전드로 만든 투혼, 기아 우승을 위한 첫걸음

두 명의 20승 투수를 배출한 기아의 단기전 우위가 점쳐졌다. 하지만 헥터가 의외의 홈런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기 불안했던 헥터의 아쉬움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그대로 전해졌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향후 한국시리즈 운영에 이 불안 요소를 그대로 품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커진다. 

1차전 승패를 가른 것은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수비 잘하는 2루수 안치홍의 아쉬운 실책 하나가 헥터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물론 헥터가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한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최소한 흐름을 끊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그 실책 하나는 위기를 지속시켰고, 결국 5실점이나 하는 이유가 되었다.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선발 장원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2차전에서 결정적 실책은 두산 전력의 반 이상이라고 평가되는 양의지의 판단 착오였다. 이번 경기는 기묘하게 결승타가 없는 경기였다. 그만큼 치열했고, 실수 하나가 경기 승패를 갈랐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양현종과 장원준이라는 현존 최고의 좌완 투수 대결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9년 만에 광주 구장에서 한국 시리즈가 열렸다. 새로운 구장으로 옮긴 후는 처음이다. 타이거즈 왕조를 세웠던 그들은 기아로 팀이 바뀌며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태 시절보다 지원은 나아졌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이 팀을 맡으며 새로운 왕조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 

첫 단추는 어긋났다. 또 다른 20승 투수에게 모든 책임이 넘겨졌다. 홈에서 2연패를 하고 잠실 원정을 떠나면 흐름 상 두산에게 한국시리즈 3연패를 안겨줄 수도 있었다. 더욱 2차전 선발이 장원준이다. 특히 기아에 강했던 장원준을 상대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기아 타자는 이번에도 장원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던 장원준을 공략하지 못했다. 기아 타자들이 기교파 투수들에게 약한 단점이 이번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시리즈가 7차전까지 이어진다면 장원준을 다시 한 번 만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장원준이 뛰어난 투구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양현종은 그보다 월등한 투구를 했다. 긴장감이 극대화된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즌 중에도 완봉을 하기 어려운데 온갖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2차전에서 홀로 마운드를 지키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양현종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양현종의 1회는 좋지 않았다. 1회 시작과 함께 볼넷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조직 야구에도 능한 두산은 보내기 번트로 단숨에 득점 기회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가을 야구의 새로운 영웅으로 자리잡고 있는 박건우를 쉽지 않았지만 삼진으로 잡고, 김재환을 2루 땅볼로 잡으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기아에게도 1회 기회는 있었다. 이명기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김주찬의 병살로 기회는 무산되었다. 버나디나가 볼넷을 얻었지만 최형우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1회 불안한 시작을 한 두 투수들이었지만 이후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로 좀처럼 득점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양현종은 5회 첫 타자인 오재일에게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노히트 경기를 펼쳤다. 그만큼 양현종의 투구는 두산 타자들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두산은 PO부터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이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헥터마저 무너트린 두산 타자들이었지만 양현종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아는 4회가 아쉬웠다. 선두타자인 버나디나가 안타로 출루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견제사를 당하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보통 이런 식의 견제사를 당하면 후속 타자는 안타를 친다. 거짓말처럼 최형우는 펜스를 맞추는 2루타를 쳐냈다. 버나디나가 그대로 1루에 있었다면 선취점을 뽑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타가 연이어 나왔지만 득점은 실패했다. 

양현종도 6회 1사후 민병헌에게 2루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을 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삼진으로 잡는 양현종의 투구는 완벽했다. 장원준은 7이닝 동안 117개의 투구수로 4피안타, 5사사구, 4삼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뛰어난 피칭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기록마저 무기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양현종이었다.

8회말 1사 1,3루 상황 KIA 나지완의 3루 땅볼때 3루 주자 김주찬이 두산 수비 실수를 틈타 홈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경기 유일한 득점은 8회 장원준이 내려가고 함덕주가 마운드에 올라선 후 시작되었다. 초반 두 개의 병살타로 흐름을 끊어버린 김주찬이 마치 속죄라도 하듯 선두 타자로 나서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서 버나디나는 욕심을 내지 않고 보내기 번트로 기회를 만들었다. 

외국인 타자들의 경기 기록에 집착하며 자기 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지만, 버나디나는 팀을 생각했다. 올 시즌 내내 그런 모습은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팽팽한 경기의 후반. 선두 타자가 무사에 2루에 나갔다. 누구나 이 상황에서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버나디나는 확실한 1점을 생각했다. 어제 3점 홈런을 쳤지만 말이다. 

최형우까지 볼넷을 얻어 나가며 1사 1, 3루 상황에서 외야 플라이 하나만 나와도 경기의 균형은 무너진다. 하지만 나지완의 타구는 3루수 앞으로 향했다. 런다운 상황에 걸린 김주찬, 그리고 최대한 많은 루를 차지하려는 최형우는 3루를 향해 달렸다. 런다운 상황에서 양의지는 당황스럽게도 최형우를 잡기 위해 3루로 공을 던졌다. 

몰고 가 김주찬을 잡는 것이 현명한 상황이었지만, 눈에 확 들어온 최형우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은 결국 유일한 점수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김주찬의 농익은 플레이는 박수를 받을 만 했다. 최대한 시간을 끄는 노력이 우선 좋았고, 양의지가 런다운이 아닌 3루에서 최형우를 잡기 위한 송구를 빠르게 확인하고 홈으로 질주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의 경우 병살을 당하는 일들도 벌어진다. 말 그대로 3루에서 두 선수가 모두 잡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양의지는 이를 꿈꿨지만, 김주찬은 신인이 아니다. 그의 발은 결국 위기의 기아를 기사회생시켰다. 

8회초를 마친 KIA 양현종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8회 마운드를 완벽하게 막고 내려서며 양현종은 경기장을 찾은 관객과 팀 동료들을 위해 양손을 올려 호응을 유도했다. 엄청난 호투를 하고 있는 투수가 점수를 못 내는 팀 동료를 아쉬워하기보다 더 힘내도록 독려하는 모습은 그가 이제는 기아의 리더가 되어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선두 타자 박건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하지만 김재환에게 직구 승부를 벌이다 안타를 내주었다. 투구수 100개가 넘어간 상황에서 교체를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에이스를 위한 배려는 양현종에게 더 큰 힘과 책임감을 가지게 했다.

오재일을 다시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양현종은 마지막 타자로 양의지와 상대를 하게 되었다. 8회 말 양의지의 판단 착오로 결승점을 내준 상황. 양의지의 한 방이면 경기 자체를 뒤집을 수도 있었다. 실제 양의지는 홈런성 파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무려 11구까지 가는 이 승부는 야구의 재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KIA 양현종이 두산을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두고 점핑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힘과 힘으로 맞붙은 양현종과 양의지의 승부에서 승자는 양현종이었다. 계속 파울로 걷어내는 양의지를 상대로 도망가지 않고 정면 승부해 헛스윙 삼진으로 무릎 꿇게 만드는 이 승부는 마치 잘 만든 야구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양현종은 9이닝 동안 122개의 공으로 4피안타, 2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기아와 두산은 1승 1패를 기록했다. 3차전 팻딘이 나설 가능성이 높은 기아로서는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후반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팻딘이 헥터와 달리 승리를 얻게 된다면 기아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급격하게 높아진다. 

팻딘이 올 시즌 잠실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홈런을 잘 내주는 팻딘이기는 하지만 넓은 경기장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잠실에서 팻딘은 의외의 모습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여기에 2차전까지 아쉬움을 보인 타선도 3차전부터는 터질 가능성이 높다. 양현종의 이 완벽한 투구는 선수들 전체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심어주었으니 말이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스포토리  jhjang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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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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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현 2017-10-27 19:01:36

    양현종 선수 경기 정말 잘 봤습니다! 보는 내내 숨막히는 순간이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고 잘 해내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주세요 화이팅 양현종!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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