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또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도 자주 해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일 수밖에 없는데, 방통위가 공석이 난 MBC 방문진 이사 2명을 선임한 사실을 두고 방송장악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국감일정에서 전면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국정감사 시기에 느닷없는 보이콧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사실이 자유한국당을 옥죄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인 9월에도 동일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한다면서 국회일정을 보이콧했다가 여론은커녕 야당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모양새만 구긴 바 있었다. 이번 보이콧 역시 여론과 야당들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다시 나홀로 투쟁 국면을 맞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을 이유로 의원총회에서 27일부터의 국정감사 보이콧을 결정하고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공석이 된 방문진 이사 2명의 몫은 과거 여당이었던 자신들이 추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설명은 그와 다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같은 상황에서 보궐이사 선임을 처리했던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그렇게 했다. 법 정신에 따라서 명확하게 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도 그렇게 했다는 사실에 ‘그것은 적폐였다면서 상속받아서는 안 된다고’고 주장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연출했다. 오죽 내세울 논리가 없으면 자신들을 셀프 디스를 했어야 했나 싶어 동정이 갈 지경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하루나 이틀이라도 논리 공방을 하는 시늉이라도 하다가 보이콧이라면 몰라도, 다짜고짜 쪽박부터 깨고 보자는 식은 ‘아 몰라 보이콧’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국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국정감사 파행을 납득시킬 만한 명분이 자유한국당에 없다. 때문에 지난달에 이어 또 보이콧을 들고 나온 자유한국당에 시민들 반응은 지난달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때보다 더 싸늘하다.

해당 기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성난 댓글들은 자유한국당을 향한 민심이 회복불능의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장악 STOP' 피켓 든 발정당 놈들 꼬라지 보니 조폭이 팔뚝에 '차카게 살자' 문신 보는 거 같다” (51ba***) “차라리 해산하라” (live****) “일 안 할 거면 세비도 반납하고, 의원직도 내려놔라” (supe****) “국민들 대다수는 이렇게 툭하면 보이콧하는 자한당의 행태에 동의 안할 것 같아요” (gahy****) “저래도 월급 주나요?” (rodi****)

9월 8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여덟 번째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파티에서 언론 노동자들이 김장겸 MBC사장, 고대영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수의 언론들이 자유한국당의 방송장악 주장을 상세히 전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전달하면 그만이라는 과거의 행태, 양쪽의 주장을 공평하게 다뤄야 한다는 기계적 중립의 강박은 여전하다.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때면, 칼보다 강하다던 펜을 소심하게 인용의 따옴표 속에 숨기는 것이다.

정치면 기사보다는 오히려 댓글로 참여하는 시민들의 지적이 더 신랄할 때가 많다. 시민들의 댓글은 기사가 애써 숨기려 한 사실의 행간을 꿰뚫어 본다.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면책특권까지 누리는 국회의원들이 왜 따지지도 않고, 툭하면 나몰라 보이콧이나 하는 자유한국당에게 그럴 바에는 보이콧이 아니라 국회의원 배지를 떼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 단어도 틀린 데가 없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습관성 보이콧에는 타당한 곳을 찾아볼 수가 없다.

꽃노래도 하루 이틀이라는데 여야가 바뀐 이후 자유한국당은 걸핏하면 보이콧에 나서고 있어 이를 두고 보는 시민들의 피로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네티즌들로부터 여의도 사이다로 통하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트위터에 자유한국당을 향해 “보이콧 2020년까지 계속 되길 희망합니다”라고 꼬집는 한 마디를 남겨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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