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를 선임했다. 공영방송 정상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27일자 조선일보는 <노조·검찰·국정원·방통위 총출동 'MBC' 이사 교체, 도 넘었다> 사설에서 "방통위가 26일 MBC 대주주인 방문진 보궐이사 2명에 민주당 추천인사를 선임키로 의결했다"면서 "구여권 추천 이사들이 갖은 압박을 못 견디고 사퇴하자 그 빈자리를 메꾼 것"이라고 폄하했다.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제 정권 측이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했으니 곧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끌어내리고 MBC 사장을 갈아치우려 할 것"이라면서 "지난달 공개된 민주당 전문위원실 문건 내용이 그대로 현실로 옮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과정을 보면 이보다 더 폭력적일 수 있나 싶다"면서 "노조원들은 이사들 일터는 물론 심지어 다니는 교회, 자택 주변에서 시위를 벌여 그 가족까지 고통을 호소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해서 지난달 1명에 이어 지난주 또 1명의 이사가 자진사퇴해 목표치가 달성되자 방통위는 곧바로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면서 "게다가 표결은 방통위원 5명 중 야당 측 2명이 거부·기권한 가운데 진행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KBS 상황도 다르지 않다"면서 "노조원들이 직장이 있는 이사 3명을 집중 공격해 그 가운데 1명이 스스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1명만 더 사퇴하면 KBS도 MBC처럼 이사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사장을 내쫓을 수 있다"면서 "검찰, 국정원까지 동원되고 있다. MBC 사장은 '부당노동행위'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위가 'KBS 사장에게 200만 원을 주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자료가 나왔다고 하자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KBS, MBC를 장악해 대체 무엇을 하려고 이 난리를 피우나"면서 "방송을 정권 나팔수로 만들던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지난 정권에서 이 방송사들에선 끊임없는 갈등이 벌어졌다"면서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것을 보상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장도 교체되는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한풀이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교훈을 얻은 게 뭔가. 정말 지긋지긋한 보복 쳇바퀴 돌리기"라고 폄하했다.

▲27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동참했다. 중앙일보는 <야당의 국감 보이콧 부른 이효성의 밀어붙이기> 사설에서 "박근혜 정권 당시 방문진의 이사 구성 6대3은 문재인 정권에서 4대5로 역전됐다"면서 "이런 역전이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으로 신속하게 이어질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의 과거 행적을 비호할 의도는 없지만 임기가 정해진 공영방송 사장을 이런 무리수로 쫓아내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정권이 바뀌면 방송사 사장까지 자기 사람으로 바꾸려는 후진적 정치풍토는 촛불혁명을 경험하고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집권세력 인사들은 입만 열면 한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자랑하지만 공·민영 지상파 3사가 무슨 정권의 전리품처럼 다뤄지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그들은 보수정권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강변하지만 보수정권이 그랬다고 진보정권도 그래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을뿐더러 스스로 정치 도덕적 잣대를 낮추는 못난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이효성 위원장이 '정권이 바뀌면 여당 몫은 바뀐 여당 몫이 된다'며 법 규정에 나와있지도 않는 엉뚱한 정치 노리를 들이댄 것은 충격적"이라면서 "권력 정치인 뺨치는 발언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수언론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의 일환으로 방문진 이사를 교체하고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움직임에 대해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의 공영방송 장악 실태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보수정권 하에서 공영방송은 기자·PD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내고, MBC의 경우 심지어 광우병 사태라는 특종을 한 한학수 PD 등의 유능한 언론인을 스케이트장 관리인으로 보내기도 했다. 부당해고, 부당전보는 기본이었다. 이렇게 흘러온 시간 동안 공영방송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게 됐고, 지난 겨울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KBS·MBC 기자들은 촛불시민에 의해 집회 현장에서 쫓겨났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추락을 가져온 경영진과 이사진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공영방송 경영진·이사진의 비행은 정권논리와는 또 다른 문제다.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법을 대거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200만 원의 현금을 받은 KBS 고대영 사장, 이사회 공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해 애견카페에 다니고, 집 주변 '맛집탐방'까지 다녔다는 의혹을 받는 강규형 이사 등은 정권의 논리가 아닌 '법 위반'으로 당연히 처벌대상이다. 법적으로 문제 있는 인사들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을 공영방송 장악이라는 억지 논리로 막아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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