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이 상황을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운명을 비집고 들어온 이 상황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그 물길은 다시 문제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재찬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새로운 물길은 다시 재찬을 향했다.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
어려운 밀실 사건 해결했지만 물길은 다시 돌아 재찬을 향했다

쉽지 않은 사건이다. 올림픽 영웅이 사망했다. 살인으로 보이는 현장에는 CCTV가 존재한다. 그리고 유수영 사망 전후 이 집을 드나든 이는 인터넷 설치기사인 도학영이 유일했다. 그가 유수영을 살해했다는 정황 증거는 너무 명확했다. 하지만 도학영이 범인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는 커진다.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가 갑작스럽게 죽었다. 그리고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다. 힘들 것도 없는 이 사건은 하지만 복잡해졌다. 담당 검사인 재찬이 즉시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보다 면밀하게 하면서 국민적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악랄한 변호사 유범이 유수영 측 법률 대리인이 되어 사건을 주도했다. 그리고 도학영이 범인으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정리까지 해두었다. 그저 편하게 사건이 종결될 수 있어 보였다. 유수영의 부친인 유만호 사장은 암으로 자신이 죽기 전 딸의 원한이라도 풀고 싶은 마음이었다.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복수는 하고 싶다는 유 사장의 바람과 달리, 사건은 정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재찬은 확신했다. 도학영이 범인이기 어려운 이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도학영을 빼고 생각하면 사건은 단순해진다. 하지만 범인을 도학영이라고 놓고 보면 이 사건은 절대 풀릴 수가 없다.

명확한 상황에서 대중이 원하는 기소를 할 수는 없다. 죄가 없는 사람들을 대중이 원한다는 이유로 살인자로 만들어 기소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법을 다루는 이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 생각했다.

홍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꿈을 꿨다. 홍주가 꾸는 꿈은 모두 현실이 된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치 전염이라도 되듯 재찬과 우탁도 홍주처럼 예지몽을 꾸게 되었다. 이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구해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홍주와 재찬이 과거 어린 시절 만났다는 것을 둘은 모르고 있었지만 우탁의 추측은 맞았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온갖 악플이 쏟아지고, 법원 앞에서 시위까지 벌이며 재찬을 성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게 된다. 그건 바로 로봇 청소기였다. 유수영 집 청소를 해주던 아주머니는 로봇 청소기가 존재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 검증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재찬에게 쏟아지는 악플들을 보며 분노하던 홍주는 옹호하는 글들 중 하나에서 힌트를 얻게 된다. 절대 풀리지 않았던 이상한 기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려견의 변을 로봇 청소기가 쓰레기로 알고 청소를 하다 기괴한 문양을 만든 사진이다.

이걸 보면 사건 현장의 그 기묘한 상황이 이해가 된다. 이석증을 앓고 있었던 유수영은 자주 쓰러졌다. 그 병으로 인해 국가대표에서 물러나야 했던 유수영은 그날도 이석증으로 쓰러졌다. 안타깝게도 쓰러지며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고, 그렇게 출혈이 이어지며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출혈을 오염으로 인식한 로봇 청소기는 언제나처럼 청소를 하고, 그 과정이 기괴한 문양으로 만들어냈다. 정처 없이 움직이던 로봇 청소기는 그렇게 열린 창을 통해 베란다 밖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가전 쓰레기 하치장까지 흘러간 로봇 청소기를 찾으면 사건은 모두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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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찬이 가전 쓰레기 하치장으로 향했지만, 이미 그곳에선 홍주와 선배 기자, 그리고 우탁과 선배 경찰이 열심히 로봇 청소기를 찾고 있었다.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 그렇게 사건은 해결되었다. 어렵게 찾은 로봇 청소기 중 한 대에서 사망한 유수영 선수의 혈흔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억울한 살인자가 될 수 있었던 학영은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언론들이 유수영 사건을 다루며 도학영을 범인으로 몰아갔지만, 사실이 드러난 후에는 후속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나마 홍주와 선배의 노력으로 후속 보도를 하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다시 점화되었다. 유수영 부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유범 역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연이어 재찬과 엮인 사건에서 계속 패하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범은 악의적인 모략을 했다. 검사인 재찬과 경찰인 우탁이 친하다. 그리고 살인 용의자였던 학영과 우탁이 절친한 사이라는 사실을 사진으로 유 사장에게 알렸다.

이 사진을 가지고 복수를 하라는 지시와 다름없었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유가족에게 이들이 모의해서 사건을 조작했다는 식의 거짓 진실을 알려주는 것은 살인 교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꿈속에 등장했던 범인은 사실 무근이라는 것을 알고 재찬을 향한 살의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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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된 듯 했지만, 그 물꼬는 다른 곳으로 흘러 다시 재찬을 향했다. 유 사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공기총을 가지고 직접 재찬을 찾아 나섰다. 홍주의 예지몽은 칼이 총으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총에 맞아 쓰러진 검사, 그리고 서럽게 우는 홍주.

홍주를 만나러 가기 전 재찬은 알게 되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밤톨이가 여자가 아닌 바로 자신이 지금 사랑하고 있는 홍주라는 것을 말이다. 홍주가 병원에서 떠나기 전 적어 놓고 간 문구를 홍주가 기사 리포트에서 다시 전했다. '분노는 당연한 것도 힘들게 만들었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홍주가 재찬에게 전한 그 문구는 그렇게 두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이유가 되었다.

사건은 벌어졌다. 피해갔으면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운명과 같은 사고는 결국 유범을 향하고 있다. 원죄를 지고 있는 유범이 이들 사이에서 마지막 보스 정도가 된 셈이다. 우탁이 지키고 싶은 비밀과 유범이 악랄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 재찬의 총격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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