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 한국시리즈 맞대결을 펼칠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대결은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역대 한국시리즈 매치업 사상 최강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두 명문구단의 맞대결의 결과에 팬들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맞붙지만 과거 두 차례 포스트시즌 맞대결 경험이 있다. 공교롭게도 플레이오프(1987년), 준플레이오프(2004년) 맞대결이었으며, 마침내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양팀은 진검승부를 치르고 있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본다.

인터파크 티켓 예매 화면 갈무리

1. 1987 플레이오프 (해태 3승2패)

1987년 양팀은 해태 타이거즈와 OB 베어스라는 팀명으로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을 펼쳤다. 1987년도 정규시즌은 전기리그, 후기리그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당시 규정에 따라 전후기 1위를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나머지 한 장의 한국시리즈 티켓 확보를 위해 전기리그 2위 OB 베어스와 후기리그 2위 해태 타이거즈가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당시 OB 베어스에는 '해태킬러'로 명성을 떨치던 에이스 최일언 (현 NC다이노스 투수코치)이 버티고 있었다. 최일언 (14승 8패, 평균자책점 2.56)외에 '짱꼴라' 장호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82), '초대 구원왕' 윤석환 (7승 8패 2세), 계형철 (8승 12패), 김진욱 (현 KT위즈 감독, 4승 7패 6세) 등이 팀 마운드의 중심 선수들이었다.

반면에 해태타이거즈는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14승 2패, 평균자책점 0.89 - WAR이 무려 9.39에 이르렀다.), 차동철 (9승 11패), 문희수 (7승 7패 2세), 김대현 (9승 5패 3세), 신동수 (5승 4패) 등이 마운드의 주축을 이루었다.

당시 베어스를 이끌던 김성근 감독은 1차전에 '해태킬러' 최일언을 내세워 기선제압에 나섰으나 정작 최일언은 난타 당하면서 팀은 3-11 대패를 당했다. 하지만 그냥 물러날 김성근 감독이 아니었다. 2차전에서 박철순을 깜짝 선발로 투입했고, 박철순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팀의 대승 (10-3)을 이끌었다. 특히 박철순의 영원한 파트너 포수 김경문 (현 NC 다이노스 감독)은 4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공수 양면에서 배터리로서의 임무를 120% 완수했다.

2차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OB는 3차전에서도 4-1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4차전에서도 최일언 못지않게 해태에 강했던 김진욱을 선발로 내세운 OB는 4차전 9회말 2사까지 3-2로 앞서면서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9회말 2사 3루에서 해태 김성한이 친 타구는 유격수 앞으로 향하던 평범한 땅볼. 그러나 OB 유격수 유지훤은 평범한 땅볼임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치며 타구를 처리했고 이를 악물고 뛴 김성한은 극적으로 1루에서 세이프에 성공한다. 어처구니없이 동점을 내준 OB는 에이스 최일언이 체력이 고갈되는 와중에도 투혼을 발휘했지만 연장 10회말 끝내기 폭투로 결승점을 내준다.

OB 유격수 유지훤은 당시 시리즈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에서 예상치 못한 기여를 했지만, 정작 자신의 장기인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팀을 수렁으로 내몰았다. 마지막 5차전에서도 유지훤은 경기 초반 결정적인 찬스에서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4차전 수비 실책의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반면에 탈락위기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해태는 5차전 완승을 거두면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4승 무패로 제압하고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다. 험난한 플레이오프에 비해 해태의 한국시리즈는 상대적으로 너무 손쉬웠다. 플레이오프 4차전의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가 역사를 바꾸었다. 어찌 보면 80년대 후반 해태의 한국시리즈 4연패라는 대역사의 숨은 공로자는 OB 베어스의 유지훤이라 할 수 있다.

2. 2004 준플레이오프 (두산 2승)

17년의 세월이 흘러 양팀은 팀명이 각각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로 바뀌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재회하였다. 1980년대에 비해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500만 명 관중시대를 열었으나 그 이후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대활약으로 인한 관심 분산,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로 인한 사회 전반 경제에 대변혁의 도미노가 프로야구 전반에 불어 닥치면서 프로야구의 인기는 추락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전통의 라이벌 KIA와 두산의 맞대결은 큰 관심을 모았다. 2004시즌 초반 성적부진으로 인해 김성한 감독이 중도에 사퇴했지만 유남호 감독대행이 팀을 잘 추스르면서 KIA는 시즌 막판에 포스트시즌 막차 탑승에 성공했고, 두산 베어스는 새로 부임한 김경문 감독이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2001시즌 우승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였다.

잠실에서 펼쳐진 1차전은 레스(두산)와 리오스(KIA)의 외국인 투수 맞대결이 펼쳐졌다. 경기 초반 두산이 대량득점에 성공했으나 KIA도 경기 막판까지 끈질기게 추격을 펼쳤다. 난타전 끝에 11-8로 두산이 승리하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하였다. 두산의 외국인타자 알칸트라는 홈런 2방을 터뜨리면서 팀 공격을 주도하였다.

광주로 옮겨서 펼쳐진 2차전은 연장 12회까지 가는 대접전이었다.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12회초 두산은 홍성흔의 만루홈런으로 결정적인 승기를 잡으면서 대거 6득점, 8-2 승리를 거두고 17년 전 플레이오프에서의 패배를 설욕한다.

13년 만에 포스트시즌의 메인 스테이지에서 양팀은 진검승부를 펼치게 되었다. 13년 전에 비해 프로야구는 양적,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했고 8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특히 가장 열악한 구장인 무등구장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최신식 구장인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마침내 첫 포스트시즌이 펼쳐진다. 경기 내외적으로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한국시리즈 무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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