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대영 KBS 사장이 정기이사회에 출석해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내일(26일) 고대영 사장을 수뢰 후 부정처사, 방송법 위반,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KBS본부는 검찰에 고대영 사장의 출국금지 조치를 촉구했다.

25일 열린 KBS 정기이사회에 출석한 고대영 사장은 국정원 개혁위가 제기한 '국정원 보도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 사장은 "최근 경영진에 대한 근거없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국정원의 주장일 뿐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공영방송 운영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KBS 고대영 사장이 지난 9월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노조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23일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고대영 현 KBS 사장이 2009년 보도국장 시절 KBS 담당 국정원직원으로부터 200만원을 수수하고 '불보도 협조'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2017년 예산집행 실적보고'였으나 이사회장은 시작부터 고 사장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고대영 사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구야권추천 이사들의 질문이 거듭되는 가운데 고대영 사장은 "국정원 담당관 얘기, 생산도 안 된 기사를 대가로 금품을 받나?"라며 "그쪽(국정원)의 내용은 그쪽의 주장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고 사장은 "만일 국정원 주장대로라면 그 당시 정치부 기자들이 수두룩 빽빽한데 왜 아무도 얘기를 안 하겠나"라며 "내가 개입하고 관여한 적 없는 기사다. 보도국장이 국정원 담당관과 그렇게 쉽게 접촉하나"라고 부인했다.

김서중 구야권추천 이사는 '생산되지 않은 기사'라고 말한 고 사장에게 "생산하지 말라고 돈을 줬다는 내용"이라며 "답변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고 사장은 "당시 보도국장이 KBS국정원 담당관하고 만나는 게 가끔 있던 일인가?"라는 김 이사의 질문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안 만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국정원 발표가 사실이라면 특별한 상황에서 만난 것"이라며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영일 구야권추천 이사는 "고대영 사장과 관련된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진다"며 "정상적인 KBS 같으면 사장이 여러 번 바뀌었을 이 상황을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전 이사는 고대영 사장을 향해 "내년 임기까지 지키겠다는 건가,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계속 (의혹이)터질 것"이라며 "KBS 존재 자체가 허물어지기 전에 후배들을 위해 용단을 내릴 때"라고 비판했다.

전영일 이사의 비판에 고대영 사장은 "나는 이사회가 추천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라며 "KBS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는 중립성과 독립성 때문"이라고 사퇴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고 사장은 "사장으로서 후배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일은 KBS 중립성과 독립성을 키는 일"이라며 "특히 정권이 바뀔때마다 KBS 사장이 바뀌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고 덧붙였다.

권태선 구야권추천 이사는 "국정원 발표로는 예산집행, 증언확보 정도의 얘기까지 나오고 그것이 온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KBS 사장으로서 이것이 KBS의 명예를 지키고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킨 분이 한 행위였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권 이사는 "공영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라며 "고대영 사장이 있는 동안 KBS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 사장은 뭘 지킨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내일(26일) 고대영 사장을 수뢰 후 부정처사, 방송법 위반,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

KBS본부는 고소를 앞두고 성명을 통해 검찰에 고대영 사장의 출국금지 조치를 촉구했다. KBS본부의 성명에 따르면 고대영 사장은 30일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총회)참석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다. KBS본부는 "국정원 공작비 2백만 원에 KBS 뉴스를 팔아먹었다는 전례없는 저널리즘 파괴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가기는 어딜 간단 말인가"라며 "(고 사장은)수사망이 좁혀오자 밀항을 시도하는 범죄자 아니냐는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즉각 고대영을 출국금지하라"며 고대영 사장에게는 "잠자코 수사기관의 소환과 기소를 기다려라"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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