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건넨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의 폭로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서 의원의 폭로에 국민의당이 힘을 보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서 의원이 국민의당에 관련 녹취록을 넘겼다는 설까지 나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오른쪽)와 서청원 의원.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청원 의원은 국회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홍준표 대표의 성완종 리스트 구명 청탁 사실을 폭로했다. 서 의원은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사람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면서 "고 성완종 의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때는 제가 진실을 증거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명 청탁 의혹이 폭로되자, 같은 날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 수사 당시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돈을 줬다는 윤 모 씨는 서청원 대표 사람 아니냐"면서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키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고 해명했다. 홍 대표는 "그 이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서 의원과 만난 일이나 전화통화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증언하지 말라고 요구했는지 판단을 한 번 받아보자"고 맞받았다.

23일에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서청원 의원의 폭로에 힘을 실어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산하지검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항소심을 앞두고 서 의원과 홍준표 의원 사이에 오간 얘기는 '항소심 가서 (홍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된) 윤승모 씨가 진술을 번복해달라'였다"면서 "전화통화와 관련한 객관적 자료를 우리 당이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금 현재로서는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그것을 '실체다'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녹취록이 공개가 된다면 누군가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한 것이고 또 그것이 지금 대법원에 홍준표 대표에 대한 재판이 남아있는데, 거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 차원의 진상파악을 넘어서는 다른 게임으로 넘어간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의 '성완종 리스트 구명 청탁' 진실공방은 결국 내치려는 '비박'과 버티려는 '친박'의 싸움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의 폭로에 앞서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맏형 서 의원,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서 의원이 당내 친박을 지켜내기 위해 홍 대표의 구명 청탁을 폭로한 모양새다.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친박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연대·통합에 대한 논의가 오고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조선일보는 국민의당이 '각 당과 통합에 따른 지지율' 여론조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통합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20일 자유한국당 윤리위가 급하게 '친박 처내기'를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연대·통합 논의가 시작되자, 다급해진 홍준표 대표가 친박 처내기를 서둘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홍 대표가 급하게 윤리위를 소집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바른정당 '보수통합파'를 끌어오기 위해선 명분을 만들어줘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홍준표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까지 염두에 둔 이합집산을 고민해야 하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즉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자유한국당 '친박'과 이합집산을 고민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한 셈이다.

국민의당이 갖고 있다는 '구명 로비 녹취록'을 서청원 의원이 제공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25일 tbs라디오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구명 로비 사건과 관련해 "9월 초에 서청원 의원이 홍준표 대표를 만나 그런 녹취록이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더라"면서 "이미 여의도에서는 그 얘기가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청원 의원이 나를 치려고 하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했다더라. 두 사람이 굉장히 격하게 충돌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이후 국민의당 모 인사에게 그쪽(서 의원 측)에서 녹취록을 줬다는 얘기를 전에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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