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통영=양문석 통영정책연구원 이사장] 주 기치가 '아하~욕지, 욕지~아하~’인 욕지개척 129년째를 기념하는 섬문화축제가 지난 21일 오전 통영시 욕지도에서 진행됐다.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로, 행사 관계자들은 아마도, 소풍갈 어린이가 날씨 걱정하며 뒤척이듯 뒤척였을 터. 비록 연단 위의 묵직한 연설대가 바람에 밀려 쓰러지고, 쇠못으로 고정시킨 화환들이 날려 넘어질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으나, 비가 오지 않음으로써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29년. 욕지개척의 시간이다. 청동기시대 가야시대 삼한시대 삼국시대 그 이전부터 이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비록 행정구역으로 채택된 지는 불과(?) 129년이지만.

눈대중으로 400~500명의 욕지도민과 관광객이 행사장을 가득 채운 이 날 행사에서 많은 이들이 연대에 나와 인사를 했지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통영시 김영관 욕지면장이 욕지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거의 7분에 달하는 장시간(?)의 욕지 소개는 지루할 법도 한데, 생각 밖에 재미가 앞서는 ‘욕지도 연혁 소개’였다. 마무리 발언이 흥미롭다.

"129년 전부터 여러 행정구역으로 맹칭이 바끼따가 토영시 욕지맨으로 핸재에 이러고 이심미다~간개기간 공무원님들이 마이 도아조서 감사합니다“

개막 축제에 욕지면 소재 원량초등학교 아이들과 욕지의 어르신들이 신나게 풍물을 친다. 남녀노소 40여 명이 엮어내는 막판 휘모리장단은 보는 이, 듣는 이, 느끼는 이들의 어깨를 들썩들썩~오르락내리락 흥을 돋운다. 좌우로 포진한 어르신들과 중앙을 차지한 아이들이 펼치는 환상의 하모니는 감동이다. 꽹과리 장구 북 징이 내는 소리에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들이 엮어내는 신명 난 표정이 어우러지면서 여느 오케스트라 못지않다.

특히 오래된 영화 <오세암>의 어린 동자승 같은 섬마을 아이 표정은 압권이다. 1970년대 어린이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의 머리모양인 빡빡머리를 하고선, 상쇠(꽹과리를 치며 풍물패를 조율하는 현장 지휘자)를 바라보며 한 박자라도 놓칠세라 온 힘을 다하는 아이의 몰입은 사랑스럽다.

개막식 행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채롭다’는 표현과 느낌이 절로 나온다. 소방선에서 쏴 올리는 ‘분수쇼’는 따가운 10월 햇살을 시원하게 해 준다.

행사 주최 측에서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등이 풍성했고, 그중 하이라이트는 ‘입도재연’이다. 사회자의 발음을 아마도 통영사람들이 아니면 ‘동시통역’을 해야 알아들을 수 있었겠지만, 풀어보자면, 섬에 들어 오다의 입도(入島)로, 뭍에서 욕지 섬을 개척하러 들어오는 최초의 가족들이 뗏목을 타고 들어와 내리는 장면을 재현하는 행사이다. 비록 뗏목이 아니고 작은 배를 노 저어 들오는 장면이었지만. 뭍에서 섬으로 한 가족이 들어오는 것은, 욕지 섬에서 ‘문명의 시작’을 상징하는 장면이라서 참으로 많은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통영사람들에게 욕지도 고구마는 많은 추억을 갖게 하는 욕지명물이리라. 필자의 어린 시절 추억에 욕지도 고구마에 묻어 있다. 초등시절 축구선수였던 필자가 한국축구의 전형이었던 ‘뻥축구’를 하면, 특히 골대 앞에서 ‘뻥’하고 하늘 높이 공을 날려버리면 당시 코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새록새록 새로워진다. “얌마 오늘 아침에 욕지고메 묵고 왔나.” 밤보다 더 보푼 욕지 고구마는 맛에서는 최고이고 소화 또한 최고여서 방귀대장 뿡뿡이보다 더 잦은 ‘뽕~’소리를 생산한다. 뻥~과 뽕~은~^^

다양한 행사를 체험하고 다시 통영으로 들어오는 뱃길을 잡았다. 통영에서 나서 자랐지만 바다만 보면 아직도 볼 때마다 설레는 가슴이 뱃머리와 꼬리로 걸음을 재촉한다. 뱃머리서 보면 통영이 보이지만 배꼬리에서 보면 저 섬 너머 욕지가 있을 터.

욕지를 뒤로 통영을 향하는 배꼬리에서 찰칵하고 찍은 사진을 보니 화폭에 담긴 아름다운 풍경화다. 점점이 뿌려진 섬들과 끼악끼악 갈매기 울음소리, 여기에 더하여 달리는 뱃길의 흔적을 만들어내면서 쉬지 않고 따라오며, 바라보는 뭍사람에게 하얀 미소를 선사하는 하얀 물거품이 고단한 일상에 잔잔한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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