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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 재허가, 방통위의 진정한 시험대[기고] 오래된 딜레마의 해법은 내부 종사자 대표의 참여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 승인 2017.10.25 08:56

KBS, MBC, SBS, EBS 등 11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가 시작되었다. 돌아보면 2000년 방송위원회 출범 이후 재허가나 재승인이 이슈가 되었던 경우는 많지 않다. 2004년 경인방송 iTV의 재허가 추천 거부와 SBS에 대한 강도 높은 조건부 재허가, 2016년 종합편성채널 3개사의 재승인 정도가 주목을 받았다. 보통 엄격한 조건을 부여받더라도 재허가 거부라는 결정은 나올리 없으니 대부분의 방송사업자들에게 재허가 심사는 강도 높은 중간 평가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작년 촛불 정국에서 그 자격을 의심받았던 KBS, MBC 두 공영방송은 최근 파업 기간 적폐의 종합선물세트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SBS에서는 정권의 수시 통제와 대주주의 개입이 일상화되었다는 증거가 드러나 노사 간 사장 임명동의제와 같은 유례 없는 합의가 나오기도 했다. 공민영의 여부를 떠나 2017년 10월, 한국의 지상파 방송은 중요한 이행 과정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가 이번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상파 방송사 허가의 의미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재허가의 ‘허가’는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보통 법적으로 금지한 행위를 한시적으로 해제하여 특정인에게 적법성을 부여할 때 허가라는 말을 사용한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에게 규제당국이 한정적 자원인 주파수 대역의 이용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허가일 수 있다. 그러나 전국 권역의 방송사 수가 제한되어 있고, 지역민방에게는 독점권을 부여하며, 이를 통해 케이블 위성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재송신 대가를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허가는 특권의 부여에 다름 아니다. 

요컨대 지상파 방송사의 허가는 주파수 대역의 배타적 이용권과 지역별 독점에 따른 시청자 접근권을 부여하는 일시적 면허(licence)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재허가는 사업자에게 권리 부여의 결격 사유만을 따져 사업 연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거추장스러운 요식행위가 아니다. 엄격히 말하면, 재허가란 일정 기간 동안 부여한 면허의 만료 시점에 방송을 원하는 다른 사업자들과 권리 획득을 위한 경쟁을 해야 하는 지난한 절차여야 한다.

지금 KBS와 MBC의 정상적인 재허가 심사가 가능한가?

방송사에 대한 면허 부여와 갱신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방통위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는 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받아왔다. 그 중 특히 현재의 특수한 국면에서 더욱 부각되는 문제들이 있다. 우선 KBS MBC와 같은 공영방송사 재허가의 의미다. 방송법을 통해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법을 통해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 MBC에 재허가 거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노조를 내부의 적으로 삼았던 불법 행위, 출연진과 종사자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정권의 언론 개입을 스스럼없이 승낙한 경영진의 후안무치 등 정권 교체 후 속속 드러나고 있는 과거 행적들은 이들이 과연 공영방송이 맞는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여기에 지금 심사가 진행 중인 두 방송사의 재허가신청서는 바로 그 과거 행적의 당사자들이 경영진의 자격으로 지시하고 작성한 것이다. 50일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파업으로 사실상 어떤 경영권도 행사할 수 없는 이들의 자기 평가와 향후 계획이 과연 공영방송의 면허를 다시 부여할 심사 자료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역방송으로 이번 재허가 심사 대상인 대전MBC와 부산MBC 또한 다르지 않다. MBC 민영화를 추진했고 최근에는 부당한 징계 및 전보 조치를 내린 사장,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의 주역과 회사돈으로 값비싼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장 등이 재직 중인 곳이다. 재허가 심사에서는 이들이 제출한 해당 방송사의 공적 책임, 공익성, 경영 등의 실적 및 계획이 과연 정당하고 실현가능한 것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9월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행사에서 MBC, KBS 노조원 등이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가 해야 할 역할을 누구에게 맡겼는가?

공영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민영방송의 재허가 또한 문제다. 방통위는 재허가 심사 때마다 재허가 조건으로 대주주로부터의 “경영 투명성과 자율성 보장”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이행 실적과 보고 지시, 실행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는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최근 SBS에서 대주주의 정치적 목적과 사익이 혼재된 보도 및 제작 개입 논란이 벌어지자 대주주의 소유 경영 분리 선언과 함께 사장 임명동의제의 노사 합의가 이뤄진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만일 방통위가 스스로 부가한 재허가 조건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감독했다면, 자율성 확보를 위해 노사가 힘겨운 협상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영방송에 대한 방통위의 관리감독 부실은 최근 대주주가 경영 일선 후퇴를 선언한 KNN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상파 방송사에게 주주를 견제하고 정치적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가 도리어 사업자에게 정권의 눈치를 보게 하는 압박 장치가 된 것은 아닌지 방통위 스스로 자문해야 할 때다.

오래된 딜레마의 시험대

지상파 재허가의 문제를 공영방송에 대한 실효성과 민영방송에 대한 강제력 부재로 좁힌다면, 두 가지 모두가 응집된 경우가 지상파 지역민방의 재허가에서 나타난다. 지역민방은 해당 권역 내 유일한 지상파 종합편성사업자다. 지역민방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각 권역별로 허가되었고, 이들은 사실상 신규 방송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걱정하지 않는 독점 사업자다. 게다가 지상파 지역민방의 수익성 악화는 재허가를 면허 갱신의 수준으로 높여 다른 사업자의 신청을 허용할 경쟁체제의 도입 또한 주저하게 만든다. 

이런 딜레마는 결국 지상파 지역민방 대주주의 배타적 소유권을 합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올해 말까지 30억원 증자라는 최후 통첩을 받은 OBS가 대표적인 사례다. 비록 OBS는 이번 재허가 심사에서 다른 사업자와 같이 정상적인 심사 절차를 받지 않지만, 어떤 방송사보다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번 OBS에 대한 재허가 연장 심사는 오래된 지역민방 재허가의 딜레마를 방통위가 어떻게 풀 것인지 확인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9월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뒤쪽은 MBC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이 손팻말을 든 모습(연합뉴스)

현재의 유일한 해법, 내부 종사자 대표의 심사 참여

비록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2017년 11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는 방송규제의 역사에서 중요한 기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방통위가 구성한 10명의 심사위원들은 KBS MBC 두 공영방송의 신뢰할 수 없는 자기 평가와 향후 계획을 마주해야 하고 방통위 대신 재허가 조건을 중요한 합의로 만든 SBS에 강제력 있는 조치를 부여해야 한다. OBS 또한 고질적인 대주주의 경영 개입 문제를 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방통위의 심사는 원칙대로, 그리고 더 많은 평가의 주체와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심사 중인 재허가 신청서는 올해 6월 말, 즉 현재 위기에 처한 경영진이 만든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자체 평가 및 향후 계획의 신뢰 여부와 실현 가능성의 점검은 결국 앞으로도 계속 방송사에 남아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할 내부 종사자들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늘 심사 후반에 형식적으로 치러진 방송사 사장 대상의 의견 청취가 무의미해진 지금, 심사위원들은 내부 종사자 대표의 자체 평가와 의견 진술을 심사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이미 그 자격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공영방송의 새로운 자리 찾기가 방통위의 최우선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예외적 시기의 과제에 예외적 권한의 수행이 필요하다면, 이번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는 방통위가 당연한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검증받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자본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지상파 방송사 규제의 제 1원칙을 방통위는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함께 수행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때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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