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고했던 것보다 더욱 강도가 센 이야기가 피디수첩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속 시원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오랫동안 회자되었던 부적절한 검사 이야기는 이제 실제 스폰서가 공개적으로 사건을 언급하며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막장도 이 정도면 블록버스터 급이다.

노회찬 전 의원은 다른 이들이 하지 않았던 대단한 일을 2005년도에 했습니다. 검사들의 비리를 폭로했던 그였지만 철저하게 검사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표만 있었을 뿐 어느 것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그들은 다시 한 번 김용철 변호사의 파고를 넘어서며 더욱 기고만장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국회의원도 자신들과 같은 검사 출신의 폭로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이번에는 직접 스폰서를 주선한 당사자의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25년간 100억 원에 가까운 로비 자금을 사용한 제보자의 신빙성 있는 주장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피디수첩에서 드러난 내용들은 가히 충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떡검의 실체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들에게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며 분개했지만 일반인들에게 이 내용은 충격을 넘어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20대 때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으며 자연스럽게 검사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한 건설업자가 25년 동안 검사와 불륜 관계를 맺은 내용들을 꼼꼼하게 정리한 문서를 언론에 공개함으로서 우린 이 시대 가장 역겨우면서도 우울한 불륜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사들에게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섹스 시켜주는 것이 제 임무였다" 고 밝힌 그는 그동안 접대한 검사 57명의 이름과 부요 보직, 휴대전화, 접대 일지와 장소, 금액 등을 자세히 적은 편지지 13쪽 분량의 자료를 피디수첩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피디수첩 측에서는 이 자료가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주변 조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료에 나와 있는 검사들과의 직접 통화와 룸 사롱 관계자들의 증언, ㅈ사장 측근들의 이야기들이 과감 없이 이어지며 자료의 신뢰성을 높여주었습니다.

더욱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지목된 검사들의 인터뷰들이었습니다. 술자리 자체를 부정하지 못하는 그들은 그저 남 탓만 할뿐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데 급급할 따름이었습니다. 현 대검찰청 감찰부장인 한승철은 여러 번 접대를 받았음에도 그 사람이 누구냐는 답변을 합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술자리를 가졌다는 그의 진술과는 달리 한승철은 철저하게 자신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만 합니다. 택시비를 건넨 100만원 역시 그럴 수도 없었다는 진술은 존재 자체를 부정하던 그에게는 당연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부터 기억에도 없던 그에 대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희한한 일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1984년부터 2000년 까지 평검사들과 지청장들에게 한 달에 두 번씩 거금을 건넨 그의 진술은 부하 직원들의 이어지는 증언으로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경남 지역 도급순위 1, 2위를 달리던 그의 로비의 폭이 얼마나 넓고 깊었는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당시 지청장이 ㅈ사장의 회사를 방문한 사진을 보고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개인 사무실을 찾아간 검사는 무조건 모가지"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은 왜 갔는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그들의 한없는 자기모순만이 있을 뿐입니다.

박기준 부산지검장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지검장의 극단적인 이야기는 경악하게 합니다. 자신의 지위와 직업을 이용해 경고를 하고 형사적 민사적 조취를 취하겠다며 반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검사라는 지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언론의 역할을 폄하하며 "니가 피디야?"라는 그의 고압적인 모습에는 위세가 등등한 영감의 모습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박기준 검사장과 ㅈ사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자료가 공개되면서 더더욱 그들의 불륜과 불륜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궁지에 몰린 이들이 범하는 우를 그대로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피디수첩에서 드러난 내용은 우리시대 검사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고민하게 합니다. 더욱 접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검사의 '인지상정'이라는 말 한마디는 무척이나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과연 그들에게 건네진 건설업자의 접대가 그들 말대로 '인지상정'일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도 청렴결백해야 하는 자리에 앉아있는 검사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라는 인지상정을 들이미는 것은 이미 검사의 자격을 버린 것과 다름없습니다. 검사윤리강령마저도 저버린 채 그들이 폭탄주를 대접받아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검사윤리강령

검사는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갖추고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19조

정당 이유 없이 금품, 금전상 이익, 향응이나 기타 경제적 편의를 제공받지 아니한다.

제보자의 말대로 25년 동안 100억 원에 가까운 로비 자금을 사용했다면 그는 이를 통한 부당이익이 조 단위에 달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업자가 아무 대가 없이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접대를 할 이유는 없지요. 그도 방송에서 몇 가지를 밝혔듯 접대를 통해 많은 부분 도움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듯 그들에게는 더러운 거래가 오고간 것은 사실이지요.

제보자인 ㅈ사장을 옹호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권력에 기생해 엄청난 부를 쌓은 그가 여전히 불법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려 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그가 제보한 사실을 검찰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삼성의 거대한 힘에 조사조차 포기하는 대한민국의 검찰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검사들을 감찰해야 하는 당사자마저 접대를 받은 인물이니 검사들의 검사에 대한 감찰은 이미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검찰 사상 최악의 시련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하고 치욕적인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이들도 검사 본인들에게 달려있습니다. 매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앵무새처럼 재발 방지만 외칠 것이 아니라 발본색원해서 진정한 검찰로 거듭나야할 것입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접대 문화에 젖어 사는 검사를 일반인들이 어떻게 바라볼까요? 이 모든 부조리를 깰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부조리의 대상인 검사 자신들 밖에 없음은 자명합니다. 아무리 막장 이야기가 판을 치는 요즘이지만 가장 공명정대해야 할 법조인들이 이래서는 안 되겠지요.

권력의 시녀, 돈에 양심을 판 검찰이라는 이야기가 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막장 드라마는 보지 않지만 이번 막장은 마지막이 어떻게 끝날지 꼭 지켜보고 싶습니다. 통상적인 막장 드라마가 마지막에 가서 급 화해하고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로 마무리하지만 검사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되어질지 기대됩니다.

성역에 다시 한 번 칼을 들이댄 피디수첩을 보며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피디수첩이 아니었다면 이런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을까요? 그들의 방송만으로도 방송의 독립은 꼭 지켜져야 할 절대가치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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