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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언론장악진상조사도 지시하라[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7.10.25 12:25

고대영 KBS 사장의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이 터졌다. 보도국장 시절 특정한 뉴스보도를 대가로 다름 아닌 국가정보기관으로부터 200만 원을 받았다는 폭로다. 최악의 추태다. 끝까지 간 막장 드라마다. 충격적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단호히 단죄해야 한다. 혹 이뿐인가? 비슷한 시기 터져 나온 SBS라는 엄연한 상업매체, 민간방송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도개입 의혹은 또 무엇인가? 이게 다인가?

진실은 대체 무엇인가? 진상은 과연 어떠한가? 따져봐야 할 의혹들이 태산처럼 산적해 있다. 그걸 국정원 개혁위 적폐청산 TF에게만 맡길 것인가? 검찰에? 방통위에?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청와대의 ‘동향 파악’,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사상 검증’, 지령 대상이었잖은가? 말해보라. MBC 노동조합 ‘파괴 공작’은 누가 수립해 어떠한 경로로 집행했나? 정연주 KBS 사장 불법해임에 국정원은 어떻게 관여했나?

KBS 고대영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대영 사장 선임에 청와대는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했는가? MB정권 당시 국무총리실은 YTN을 불법 사찰한 게 맞는가? 정권 비판 연예인 출연 배제 압력은? 인터넷 신문과 풀뿌리 공동체 라디오는 어찌 손보려 했나? 팟캐스팅을 진압하고 인터넷 대중교통 자체를 통제할 큰 그림,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누가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했는가? 한 마디로 언론검열, 미디어통제, 민주공화정 해체의 빅 픽처는 누가 어떻게 작성했나?    

이미 늦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문제를 덮기 위한 저들의 조직적인 반격이 더욱 조직화되기 전에, 조중동 기득권 세력의 선전왜곡동맹이 음모적으로 가세하기 전에,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 안 된다. 공론화시켜야 한다. 사회의제화해 내야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정권 동안에, 그 암흑의 시기에 자행된 온갖 언론검열, 별별 방송장악의 진상조사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그것을 국가권력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민의를 충직하게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부정한 국가를 갱신하고 사회 민주주의를 부활할 역사적 책무를 짊어진 현 정권이 당장 개시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다. 한국사회의 희망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세계가 주시한 촛불 1년을 기념해 현 정부가 당장 착수할 결정적 정치 프로젝트. 정권교체로 끝나서는 안 되는 촛불혁명. 권력교체를 넘어 체제변화를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 결코 과거사로 치부될 수 없는, 지금까지의 이어진 국가언론장악음모를 명명백백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로 남겨야 한다. 더 이상 방통위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방통위가 교수들, ‘전문가’들을 불러 미디어개혁위원회 같은 걸 하는 건 사실 순서가 잘못 잡힌 일이다. 잘못이 무엇인지, 훨씬 큰 맥락과 높은 차원에서 조사하는 게 먼저다. 대통령이 나서라. 지난 국가권력의 불법·탈법적 언론장악진상조사를 책임지고 지시하라.

MB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 의혹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를 명령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구구절절 옳다. 대충 징계하고 넘어갈 게 절대로 아니다.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게 촛불의 명령을 쫓아 탄생한 정권이 행할 마땅한 의무다.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미래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 다수의 불행을 담보로 한 특권의 적폐를 정리할 마지막 기회다. 언론장악진상조사도 같은 맥락에서 시급하다. 당장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의 말처럼, 국가공공기관의 취업관련 특혜비리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모두가 다 아는, 일상화된 비리의 사건인 게 맞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권력지배의 한 양상이자 지배권력의 또 다른 효과에 불과하다. 권력현실을 빼놓고 특혜문제를 논할 수 없다. 둘은 배배 꼬인 동체이며, 그 협착의 고리가 공공기관이라는 취약한 고리를 부패시킨다. 언론장악의 실상도 똑같다. 국가권력과 선전검열, 그게 언론매체라는 공공재를 타락시키고 무력케 한다.

대통령은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이 땅의 가진 자들, ‘갑질’ 할 수 있는 소수특권계급이 대놓고 혹은 뒷전에서 자행한 구조화된 비리의 질환, 조직화된 특혜의 질병을 씻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언론검열은 차라리 더 심각한 병환이다. 민주사회운영의 기본원칙을 심각히 위반하는 반사회적 폭력범죄. 을의 입장인 국민들의 의사를 배신하고 무엇보다 미래세대의 희망을 짓밟은 반공동체적 잔학행위. 치명적인 국가권력의 부당·불법 행위다.

그 위험한 환부를 도려낼 때다. 어찌 고통이, 반발이 없겠는가? 그게 두려워 피한다면, 한국사회의 희망은 없다. 저들은 반드시 귀환해 과거사를 이어갈 것이다. 역사는 오직 불의를 단호히 끊어내는 정치적 결기로써만 평화적으로 이어진다. 평화의 미래는 불행한 언론조작, 여론통제의 과거사와 단절하는 고통에서 만들어진다. 그 역사적 작업이 어떻게 쉬울 수 있겠는가? 힘들어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국가가 나서 자신의 지난 잘못을 고쳐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 지시사항은 매우 타당했다. 필요하다면 전수 조사를 하고, 부당·부정한 채용의 진상이 밝혀지면 해당 당사자의 채용은 당연히 취소·무효화하라. 불법을 저지른 기관의 임직원들에게도 엄격한 법적 조치와 민·형사상 책임을 물으라. 언론검열과 관련해서도, 똑같은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져야 한다. 부당한 언론검열의 전수를 조사하라. 불법을 저지른 기관과 기관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처리하라.

지난 두 정권 동안 KBS 등 사회공적인 미디어를 상대로 행사된 언론검열, 국정원 등 국가공공기관이 총동원되어 자행된 방송장악, 인터넷과 포털 등 대중교통 영역을 전 방위적으로 상대로 한 여론통제의 진상을 조사할 특별위원회가 서둘러 구성되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이면 더욱 좋다. 드러난 민주공화국 파괴의 실상을 더욱 철저히 기록에 남기고, 그럼으로써 민주정치체제의 희망을 시스템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담대한 국가재활프로그램이다.

진심으로 바란다. ‘반성합니다. 문재인은 지금까지 국가가 자행한 언론자유·여론자유 통제의 적폐 청산을 약속합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국가헌법질서를 유린해 온 권력기관, 비리집단들을 철저하게 책임지고 조사해 응징하겠습니다. 촛불혁명의 명령을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받아들이겠으며, 그 약속이 관철될 때까지 대통령으로서 책임지고 진상을 밝혀 국민 여러분께 보고하겠습니다.’ 당당하게 이렇게 우리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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