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LG디스플레이가 협력업체를 상대로 '갑질' 행각을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19일 국회 앞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전 협력업체인 태영물류의 김호경 대표가 1인 시위를 벌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맞춰 LG디스플레이의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미디어스에 억울함을 전해왔다.

김호경 대표가 운영하는 태영물류는 지난 2012년 7월 1일부터 지난해 6월 30일까지 4년간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였다. 태영물류는 LG디스플레이의 품질관리, 출하 외포장, 각종 검사 등을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갑질'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LG디스플레이 로고.

김호경 대표는 "LG디스플레이는 단가도급 계약서를 작성하고 실제로는 인도급으로 도급비를 정산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와 태영물류는 매년 재계약을 하는데, 1년 단위 계약임에도 중간중간 계약서를 수차례 수정했다. 김 대표는 계약서 수정이 "순전히 형식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한 도급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LG디스플레이는 TF팀을 구성해 협력업체 대표들을 불러 개별면담을 가졌다. 김호경 대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사내의 '밀실'로 협력업체 대표들을 불러 어떻게 이윤을 냈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한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의 재무제표, 근태대장, 급여대장, 보험료 납부내역, 공과금 및 세금 납부내역, 경비 지출 내역, 주주명부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 대표들의 근태까지 일일이 체크했고,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사장이 어떠냐", "회식은 몇 번이나 하냐"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이 태영물류 등 협력업체들에게 보낸 메일. 협력업체의 경영관련 정보를 대량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계약만료 후 김호경 대표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7억 원의 미지급된 도급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이를 거부했고, 이후 3억5000만 원의 합의액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합의안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문구가 담겨 있는 게 문제가 됐다.

LG디스플레이가 제시한 합의서 초안에는 합의서 작성 후 ▲국회, 청와대, 공정거래위, 고용노동부, 국세청, 중소기업청 기타 일체 국가기관, 공공기관에 대한 신고, 민원제기, 진정, 조사 촉구 ▲경찰, 검찰 기타 일체의 수사기관에 대한 고소·고발, 진정 민원제기 ▲법원에의 민형사상 소 제기, 가압류, 가처분 등 보전처분 ▲언론기관, 노동단체, 시민단체에 대한 제보, 타 기업체에 대한 누설 등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을이 본 합의에 위반되는 행위를 할 경우, 갑에게 위약벌로 지급된 합의금의 3배액을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갑이 입은 손해를 전부 배상해야 한다"고 적시돼있었다. 그러나 갑이 위배할 경우는 합의서 초안에 담겨있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확약서'까지 준비하는 주도면밀함까지 보였다.

김호경 대표가 문구를 문제로 합의를 거부하면서, LG디스플레이와 태영물류의 분쟁은 조정원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조정원은 '물류업체'는 하도급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LG디스플레이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대표의 문제제기를 각하했다. 태영물류는 사명에 '물류'가 들어가지만 제조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받은 엄연한 제조업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사업을 포괄적으로 하지만 사람 손으로 이동하는 물류 포션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읽어보면 다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분쟁은 공정위로 이첩됐다. 이 과정에서도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공정위 접수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자, 김호경 대표는 공정위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왜 연락이 없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공정위 직원의 대답은 "통보 못 받았느냐"는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공정위는 태영물류를 '청소용역'으로 규정하고, "청소업체 및 운반용역으로 심사를 개시하지 않는다"는 판정까지 내렸다.

앞서 LG디스플레이와 태영물류의 분쟁을 다뤘던 시사위크 보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상호명에도 물류가 들어갔듯이 구미 모듈 공장에서 물류를 담당했던 업체"라면서 "오랫동안 거래한 업체인 점을 고려해 일부 도급비를 보전해주고자 협의를 했는데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에서 하도급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해당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고 했고, 도급 계약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도급 계약에서 2014년 물량도급으로 양사 합의 아래 변경했다"면서 "재무제표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의 반론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다수 있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LG디스플레이와 태영물류 도급 계약서는 2012년부터 이미 단가도급으로 계약서가 작성돼 있었다. 또한 재무제표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LG디스플레이의 주장과 달리, LG디스플레이 직원이 태영물류에 재무제표 뿐만 아니라 근태대장, 급여대장 등까지 요구하는 메일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부적으로 담당자가 바뀌는 등 현재로선 확인이 어렵다"면서 "현재 공정위 재신고 해서 정부기관이 조사 중인 사안인 만큼 정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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