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발표로 고대영 KBS사장의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관련 내용이 실제로 KBS에서 불보도됐으며 기사가 작성됐으나 승인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고대영 사장의 해명이 없다면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을 선출한 KBS이사회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국정원 개혁위는 2009년 5월 7일 당시 KBS 보도국장(현 고대영 KBS 사장)이 국정원의 '불보도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고 그 대가로 현금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같은 날 고대영 사장은 국정원 개혁위 발표에 대해 KBS 명의로 자료를 내고 관련 의혹을 전면부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4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고대영 KBS사장의 '국정원 금품수수'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미디어스)

24일 오전 KBS본부 긴급기자회견에서 성재호 KBS본부장은 "고 사장이 5천 직원과 국민이 주인인 KBS를 자신의 비리를 감싸는데 또 끌어다 썼다"며 "종이쪼가리로 진실을 덮을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대영 사장의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에 대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는 KBS본부 김준범 기자는 "(국정원의)불보도 요청 내용이 실제로 KBS에서 불보도 됐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기자들이 해당내용의 기사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사측의 입장에 대해 "확인해보니 직접적으로 사회부 보고 1건과 승인이 나지 않은 정치부 기사 1건이 있었다"며 "사측의 해명은 사실 관계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관련 기사를 썼음에도 승인이 나지 않은 것은 국정원 발표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9년 5월 7일 ‘KBS 보도정보시스템’ 정치외교부 기사창 캡처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

KBS본부는 기자회견에서 "공작비에 뉴스를 판 전례 없는 저널리즘 파괴행위"라고 고대영 사장을 비판했다. KBS본부는 "보도국장 이후 본부장을 거쳐 사장까지 승승장구했던 고 사장의 '뒷배'가 당시 국정원이 아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KBS 본부는 "모레(26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심각한 의혹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길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국정원 개혁위의 태도를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이번 사안은 국정원 개혁위가 이른바 15개 개혁과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언론노조는 이미 국정원에 지난 이명박근혜정부의 방송장악과 개입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요청하고 직접 민원을 넣은 바 있다. 국정원은 전면조사 왜 안 하고 있냐"라고 지적했다.

또 성재호 본부장은 "내일 KBS 정기이사회가 열린다"며 "고대영이라는 사람을 사장으로 선출한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 본부장은 "고 사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불가피할 텐데 KBS 현직사장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것을 20년 동안 본 적이 없다"면서 "고 사장과 이사회는 KBS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더 먹칠을 해야 속이 후련하겠나. 이번 기회에 책임지고 KBS정상화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23일 2009년 5월 7일 당시 KBS보도국장(현 고대영KBS사장)이 국정원의 '불보도 협조'요청을 받아들이고 그 대가로 현금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사진=KBS파업뉴스 '고대영 200만 원에 KBS뉴스 팔았다' 유튜브 캡처)

이번 사태와 관련해 KBS본부의 법적 자문을 맡은 신인수 변호사는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단순히 일회성이라고 볼 수 없다"며 "돈을 주고 승인, 집행한 것이 일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변호사는 "국정원 개혁위가 확보한 예산신청서와 자금결산서, I/O의 진술을 공개하고 일회성인지 아닌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 변호사는 "고대영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도를 무마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수뢰 후 부정처사죄에 해당해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KBS보도국장은 KBS뉴스를 총괄하는 직위로 임원에 버금가는 직위이고 KBS임원은 대가성 금품을 받을 경우 법률적으로 공무원으로 의제 돼 뇌물죄로 처벌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이 외에도 업무상 배임죄, 방송법위반,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공범 혐의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24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고대영 KBS사장은 뇌물수수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공정한 방송을 이끌어야 할 주요간부가 정보기관의 검은 돈을 받고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언론인으로서 자격상실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고 사장의 뇌물수수 사실을 철저히 조사하여 법적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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