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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콜라보 ‘전체관람가’, 영화는 과연 예능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을까?[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7.10.23 20:37

지난 10월 10일자 오마이스타 <스크린 독과점’ 그 너머의 이야기를 들어보셨나?> 기사를 보면 '일부 대형 배급사들이 실패 위협을 낮추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크린을 독점하고 유통에 개입했지만, 최근 2년간 성공률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기간을 돌아보면 여전히 대형 배급사의 흥행률은 실패율보다 3,4배 높다. 그러나, 이건 독점하고 유통에 개입한 경우에 한해서이다. 독점과 유통의 빛을 받지 못한 중소 규모 영화들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란 점점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가고 있다. <대립군>, <비밀은 없다>, <조작된 도시>, <마담 뺑덕> 등의 우리 영화들은 그 손익분기점의 턱걸이를 넘지 못한 채 사라졌다. 

흥행을 담보해내지 못한 감독들에게 '차기작'의 기회는 더더욱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 그래서 데뷔작이 은퇴작이 된 감독들도 많다. 대기업 중심, 대박 아니면 쪽박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중견 감독이 다음 작품을 보장받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극장 흥행과는 또 다른 문화적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를 명절 특선 영화로나 만나야 하던 시절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둠의 경로를 비롯하여 핸드폰, 인터넷 등의 다양한 수단으로 영화를 접하는 세상이다. 더구나 이동하는 혹은 잠시 틈을 타 핸드폰을 통해 들여다보는 '웹툰'이나 '동영상', '웹드라마'의 인기는 미디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변화하는 트렌드, 감독들을 예능으로 모이게 하다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그런 변화의 흐름을 JTBC <전체관람가>가 발 빠르게 ‘예능’으로 흡수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영향력이 크다 자부하는 두 매체 ‘영화와 예능’, 두 장르의 콜라보 예능이 탄생한 것이다. 

한 시대의 획을 그은 감독들. 비록 이름은 낯설어도 그의 대표작을 들면 영화 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될 감독들이 <전체관람가> 스튜디오에 모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 <미스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감독,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 감독, <계춘할망>의 창감독,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국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대표작을 가진 감독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최근작이 부진하거나 최근작을 만나보기 힘든 감독들이다. 

이들을 모아놓고 제작진은 MC 윤종신, 김구라, 문소리를 내세워 '신나리' 프로덕션을 만들고, 제작비 3000만원 12분 내외의, 2017년을 대표할 키워드를 내세운 '단편영화'를 제작할 것을 주문한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영화 제작이다. <전체관람가>는 말 그대로 예능과 영화의 콜라보, 하지만 엄밀하게 분류하면 '예능'이다. 

첫 회 늘 카메라 바깥에서 지시를 하다 카메라 프레임에 들어와 어색해 하는 감독들의 만남부터, 스튜디오에 모인 감독들의 입담과 영화 제작 순서와 제작 과정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예능의 형식'으로 담아낸다. 첫 영화는 정윤철 감독의 <아빠의 검>이지만, 그 영화를 만나기 위해서는 1회와 2회를 다 보고 마지막 20분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신 그 시간을 채운 건, 감독들과 MC진의 토크와, 짧은 시간 부족한 제작비를 두고 그럼에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감독, 배우, 제작진의 '리얼 버라이어티'이다.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전체관람가>는 블록버스터 콜라보 예능이란 명칭에 어울릴 만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감독들의 만남, 그리고 영화 제작기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관찰 예능의 형식을 담아낸다. 촉박한 시간, 정윤철 감독 제작부의 표현대로 '즉흥 환상곡'처럼 변수를 만들어내는 제작 현장. 그 속에서 창작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감독, 배우, 제작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새로운 관찰 예능이다. 

첫 방송 후 영화보다 재밌는 감독들이란 아이러니한 평가(?)를 받았던 스튜디오 녹화는 그 자체로 '토크쇼'로서의 맛깔 나는 성찬이었다. 열 명의 개성 강한 감독들과, 그들과 한 배를 탄 배우 문소리, 영화에 대해 안목이 있는 중견 MC 윤종신과 김구라의 조합은 흥미를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제작에 있어 필수요건으로 제시된 신인 배우 출연은 그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을 위한 신인 배우 오디션부터 출연기까지 또 한 편의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띤다. 그리고 방송을 통한 영화 개봉 이전에 미리 온라인 시사회 관객단 100명을 통한 사전 시사 프로그램과 그 댓글의 공개나, 사후 동료 감독들의 평가는 최근 등장한 상호교감 방송의 또 다른 사례로 볼 수 있다. 

화룡점정으로서의 영화, 그 첫 번째 정윤철의 <아빠의 검>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이처럼 <전체관람가>는 예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다 구비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예능의 콜라보를 내세운, 하지만 결국은 '중견 감독들이 만드는 단편 영화'라는 신선한 시도로 호객한 이 프로그램의 절정은 '영화'가 된다. 

그리고 그 첫 영화 정윤철 감독의 <아빠의 검>이 10월 22일 오랜 기다림 끝에 방영되었다. 과연 정윤철 감독의 영화는 토크와 메이킹을 뛰어넘어, '영화' 프로그램으로서 위신을 지켜냈을까? 댓글 창의 호평과 달리, 이명세 감독은 메이킹을 본 기대에 비해 영화 만듦새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세 감독의 표현처럼 '영화는 한 방이다'란 말에 걸맞게 동료 감독들의 찬사를 받으며 12씬 165컷, 1759 테이크를 밤을 새워가며 전광석화처럼 만들어 낸 <아빠의 검>은 실사 영화와 게임의 절묘한 콜라보를 이룬 절정으로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해 내었다. 

적은 제작비, 짧은 시간 동안 중견 감독이 만들어낼 영화는 어떤 것이어야 했을까? <좋지 아니한가(2007)>, <말아톤(2005)>, <대립군(2017)>을 통해 드라마틱한 서사를 통한 '성장'을 보여줬던 정 감독은 예의 자신의 장점을 살려 '왕따' 문제를 영화화했다. 하지만, 그 장점에 더해 단편영화만이 할 수 있는 '실험적 도전'으로 게임과의 콜라보를 시도한다. 왕따를 당하는 중학생 소년, 그에게 학교 폭력을 가하는 무리들은 게임머니 충전을 요구한다. 하지만 돈이 없어 가해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소년, 그의 좌절에 아버지가 쓰러진 사고는 더 절망으로 그를 이끈다. 이 평범한 클리셰에 반전은 아버지의 병실을 찾아온, 아버지를 '군주'라 부르며 흠모하는 사람들. 일상생활에서는 존재감이 없던 아버지이지만 게임 세계에선 '최 게바라'로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악의 무리에 대항하여 전쟁의 승리를 이끈 영웅이었다는 것이다.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이 '황당무계'한 설정을 이희준, 구혜선 등의 진지한 연기를 통해 정윤철 감독은 현실과 게임의 세계를 이으며 <좋지 아니한가>처럼 '역설'의 존재론을 설득해 낸다. 그리고 마치 포켓몬 고처럼 가상과 현실을 이은 영화는 지리산까지 찾아가 ‘아빠의 검’을 획득해낸 소년이 스스로 왕따의 굴레에서 벗어나 '최 게바라 '아버지를 만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왕따, 가장의 죽음이라는 현실적 소재는 게임과 가상공간 속 관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또 다른 의미를 짚는다. 그리고 이런 파격적 정의야말로 12분의 한계와 적은 예산의 단편영화이기에 가능한 시도이고, 그걸 정윤철 감독은 첫 영화로 스타트를 끊으며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인다. 

남겨진 과제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가치의 증명에도 불구하고, 이제 2회를 마친 <전체관람가>는 숙제를 남긴다. 새로운 콘텐츠 환경에 대한 시도라는 점에서 획기적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영화와 예능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갈 것인가의 과제는 내내 남을 것이다. 이미 초창기 JTBC가 단편영화 제작을 예능으로 담으려 시도했던 바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프로그램은 과연 그때의 신인 혹은 일반 감독들과 이제 중견 감독으로의 차별성 속에서 단편영화의 ‘부흥’에 기여할 것인가가 궁극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화'가 재밌어야 하는데 과연 예능보다 재밌는, 혹은 화제성 있는 영화의 탄생기가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배우 구혜선 등의 재능 기부가 화제가 되었었다. 3천만 원의 제작비에 감독들이 ‘그건 솔직히 자신들에게 출연 배우들 및 제작진에게 사과와 구걸을 하라’는 것의 다른 말이 아니냐는 반문에서 보여지듯, 밤샘 촬영과 함께 또 다른 '열정 페이'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사족으로 더해본다. 좋은 시도와 건전한 과정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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