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통영=김범기 통영정책연구원 참여자치팀장] 권중갑(69) 스탠포드호텔그룹 회장이 지난 6월 '통영명예시민'이 됐다. 통영시의회는 만장일치로 마크 퀵폴 스카이라인루지 회장과 함께 권 회장을 통영명예시민으로 의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49명이 통영명예시민 증서를 받았다.

권중갑과 마크 퀵폴은 통영에 투자를 한 이들이다. 권중갑은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를 지어 지난 7월 말 문을 열었고, 마크 퀵폴은 스카이라인루지를 지어 올해 2월 개장했다. 통영시는 이에 대한 보답(?)의 하나로 통영명예시민 증서를 주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의 투자와 관련해 시와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시의원과 시민들이 있다.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고 급기야 시의원이 나서 감사원에 감사청구까지 했다.

지난해는 시가 이들에게 통영명예시민 증서를 주려는 의안을 상정하려했지만, 시의회가 부정적인 견해와 태도를 강하게 밝히면서 시 스스로 의안 상정을 철회했다.

지난 6월에는 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스탠포드호텔과 루지와 관련한 특혜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벼르던 때였다. 그럼에도 통영명예시민 증서를 주자는 의안에 단 1명의 의원도 반대하지 않았다.

“면밀한 검토를 위해 10분간 정회하겠습니다.”


시의회의 단골 발언이다. 지난 6월 2일 권중갑과 마크 퀵폴 2명에 대한 통영명예시민 의안을 다뤘던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나왔다. 면밀한 검토를 위한 것인지, 원활한 물밑 협의를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10여 분 간 정회하고 나면 대부분 '땅 땅 땅' 방망이가 원활하게 두드려진다는 것이다.

구상식 의원은 이날도 정회를 요청했다. 정회 요구는 구 의원의 주특기(?)다.

포문은 김미옥 의원이 열었다. "저번에 명예시민증서 수여 건을 상정했다가 철회하셨죠?"(김 의원), "철회했습니다. 지난 작년 8월 간담회 때"(김광섭 당시 행정과장), "이 시기에 이렇게 올리게 된 특별한 사유가 있습니까?"(김 의원), "금년 7월 말경에 스탠포드호텔이 준공 예정입니다. 현재 권중갑 회장님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분에게 명예시민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매번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고."(김 과장)

7월 말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 준공식이 있을 예정이니 이때 권 회장이 오면 통영명예시민 증서를 주자는 취지로 읽힌다.

"명예시민 증서는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기분 좋고 전부다 축하하고 박수치는 가운데 주고받는 게 좋은 것이지 일부에서는 의혹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감사 내지 조사를 해보겠다는 이런 마당에 이렇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만약의 경우 문제가 있고 좀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을 때 그러면 이미 수여한 증서를 다시 회수하고 철회를 할 겁니까. 그것은 더 난센스적이고."(김 의원)

"루지 회장님 같은 경우도 우리는 천만 불이죠. 그렇지만 서부산에서는 지금 2200만 불 투자를 해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통영에 굳이 안 오시더라도 서부산 사업을 둘러보기 위해서라도 오면 통영하고 1시간 거리지 않습니까? 그래서 10월 1일 시민의 날 같은 데 전 시민이 계시는 곳에서 박수치고 예를 들어 그렇습니다.", "지금은 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김 의원)

전병일 의원이 나선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는 이런 사례는 있어서는 안 된다."

김미옥 의원이 맞선다. "다 보는 관점이 다르고 해석의 차이가 있고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지금 산건위에서 행정사무감사를 한다든지 할 때는 남의 동네에 남의 시의회에서 하는 게 아니고 우리 동료 의원입니다.”

전병일 의원은 "(시민)13만 7000명 중에서 몇 사람이 의혹을 가지고 몇 사람이 반대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자료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의혹일 뿐이지 않습니까. 의혹을 가지고 모든 행정을 태클을 걸고 해서 되겠습니까? 우리 의원들이.", "의혹은 의혹대로 하고 또 집행부가 하는 일들은 우리가 도와줘야지.", "설왕설래, 갑론을박하지 말고 위원장님께 말씀드립니다. 거수로 해서 정리하세요. 이건 저번에도 조금 되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거수로 해서 정리를 하세요."라며 표결을 제안한다.

구상식 의원이 나선다. "뭐 질의라기보다는. 질의는 아마 다 한 것 같은데. 질의 맞죠. 우리 토론하기 위해서 정회를 조금 합시다."고 구 의원이 정회를 제안한다.

11시 42분 정회 … 11시 56분 재개

배윤주 기획총무위원장은 "통영시 명예시민증서 수여의 건을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합니다. 위원 여러분 이의 없습니까?"라고 묻고, 의원들은 "없습니다"고 답한다. 뒤이어 땅~ 땅~ 땅~ 권중갑과 마크 퀵폴 통영명예시민 증서 수여의 건은 기총을 통과했다.

권중갑, 시정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

"시정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현저한 인사에게 통영시 명예시민증서를 수여하여 명예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함은 물론 시정발전을 위한 인적 기반을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서…."

'통영시 명예시민증서 수여의 건' 의결에 앞서 심사 결과를 보고하는 배윤주 기획총무위원장의 발언이다. 배 위원장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금번에 추천된 명예시민증서 수여대상자는 해외자본 유치로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유공자들로 마크 퀵폴 스카이라인 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우리시에 루지시설 설치를 제안하여 1000만불 이상을 투자하고 지난 2월 루지 개장 이후 현재까지 20만명 이상이 탑승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권중갑 스탠포드호텔코리아 대표이사는 스탠포드호텔 그룹에서 해외자본 2000만불을 포함 총 640억 원의 민간자본 투자를 결정하여 우리시에 국제 규모의 호텔을 건립함으로써 관광숙박 기반시설 확충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사료됩니다"

"두 분의 공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통영시 명예시민증서 수여대상자로 타당하다고 판단되어 원안 가결 하였습니다"고 배 위원장은 말한다.

이어진 표결에서 시의원 13명 전원은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통영에 뭐 짓기만 하면 명예시민이가?"

지난해 8월 10일이다. 시는 의원간담회를 열고 권중갑과 마크 퀵폴에 대한 통영명예시민 증서 수여에 대한 의원들의 분위기를 떠봤다. 당시 시의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냈다.

손쾌환 의원은 "자기네 돈 벌려고 들어온 사람들 아닌가. 지금 통영시에서 사업하기 좋은 조건으로 밀어주고 있는데, 사업 성과 등을 봐가면서 해야지 뭐가 급해서 이러나", "통영에 뭐 짓기만 하면 명예시민인가. 협약사항 등이 지켜지는지 앞으로 하는 거 봐서 명예시민을 수여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전병일 의원은 "(명예시민)선정 이상으로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통영 소식지 보내는 게 다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 10월 1일 통영시민의 날 행사에 성룡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분들의 영상메시지라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거들었다.

통영시는 결국 의안 상정 자체를 포기했다. 자진철회한 것이다.


지난 5월 17일이다. 시는 의원간담회를 열고 권중갑과 마크 퀵폴에 대한 의회 분위기를 또 다시 살폈다. 이때도 시의원들은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강혜원 의원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루지와 스탠포드호텔 사업 협약 및 추진 과정에 시의회가 배제되어 있었고, 그동안 의회 보고 내용과 다른 부분도 많다", "시장의 직권 남용으로 특권을 준 내용이고, 의회의 조사 검토 이후에 명예시민증 수여를 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탠포드호텔측의 동의가 없으면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불공정 특혜성 협약의 문제점과 함께, 사업지 인근 큰발개마을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보상가로 다른 곳에 이주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13가구가 버티고 있다", "한쪽에서는 사업의 문제점을 논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명예시민을 수여한다면 시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 의원은 꼬집었다.

김만옥 의원도 "미륵도 관광특구의 일인 만큼 관광진흥법과 시행규칙에 합당하게 행정절차가 이루어졌는지 확실히 따져보아야 한다"라고 짚었다.

이랬던 시의회는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20일 만장일치로 권중갑과 마크 퀵폴을 통영명예시민으로 만들었다.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는 전.현직 시청 고위공무원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현직 시의회 부의장인 문성덕 의원의 부인이 수의계약으로 호텔 내 하나뿐인 매점 운영권을 따내는 등 특혜 채용, 보은 계약 의혹이 불거지면서 통영경찰서가 내사에 들어갔다.

김동진 시장과 시의원에게 묻는다. 당신들에게 '명예'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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