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공룡 네이버는 반성을 하기에는 너무도 덩치가 커져버린 것 같다. 뉴스와 검색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에서 뉴스 배치 조작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의 심각성을 일부러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사과문 이외에 조처가 없다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 전문매체 <엠스플뉴스>에 의해서 드러난 네이버의 뉴스 배치 조작 사건에 대해서 시민들이 느끼는 심각성과 분노를 전혀 모르는 눈치인데, 모든 정보가 모이는 포털 네이버로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엠스플뉴스> 기사가 나간 이후 불과 3시간여 만에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의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의 나름 신속한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 사건이 사과문 하나로 덮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냐는 성난 민심이 네이버를 향하고 있다.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네이버는 너무도 태평한 모습이다. 21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는 “사업 제휴와 뉴스 배치를 함께 맡고 있는 부서의 책임자가 일을 더 잘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본다”는 정도로 이번 일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 조작이라는 네티즌들의 반응과는 딴판인, 남의 허벅지 긁는 수준의 태도이다.

또한 네이버는 “결과적으로 회사가 큰 타격을 입게 됐지만,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뉴스 배치 조작이 마치 상관없는 누군가에 의해서 벌어지고, 네이버는 그로 인해 피해자가 된 것처럼 변명하는 모습은 상황을 크게 오판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뉴스 검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네이버가 뉴스 배치 조작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두고 대단히 안일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일을 대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되었던 심증들이 마침내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엠스플뉴스>의 취재에 협조한 전·현직 네이버 뉴스 에디터들의 증언은 기사 배치 조작이 결코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심증을 더해주었다. 또한 그런 물증과 심증은 뉴스 배치 조작보다 더 빈번한 의혹인 검색어 조작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가능성도 열어주었다.

실제로 21일 저녁 ‘네이버 조작’이라는 단어로 네이버와 다음에 각각 검색을 해보았다. 네이버는 아무런 연관 검색어가 뜨지 않았다. 다양한 연관단어가 나열되는 다음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구글 검색 결과까지 비교해본다면 의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한국은 포털 의존이 매우 높은 편이다. 네이버는 뉴스와 검색의 70% 수준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거의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네이버가 청탁에 의해서 뉴스를 내리는 수준의 위치 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사건이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떠돌던 소문을 사실로 확인해준 의미가 더 엄중하다. 당연히 그에 따른 사회적 충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단순히 한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더불어 자신들은 피해자 입장에 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것이다.

<네이버 뉴스>는 뉴스 제공사의 원문 이외에 다양한 반응을 수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심지어 메인으로 선정되도록 하는 투표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믿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가 점유하는 만큼의 신뢰를 받지는 못한다는 모순은 단지 고개 한번 갸우뚱하고 말 아이러니가 아니라 개선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네이버는 이런 엄중한 사태를 맞아 최소한 두 가지 정도는 시민사회에 약속했으면 한다. 소수의 에디터가 아니라 언론사의 편집과 독자들의 선호 등 객관적 데이타에 의해서 기사 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과 그 과정에 대해서 상시적 감사 결과 또한 공개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포털에 집중된 뉴스가 왜곡되는 일을 막고, 또한 포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강력한 조처도 마다할 상황은 아닐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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