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권유를 의결했다. 사실상의 출당조치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움직임에 마음이 급해진 홍준표 대표가 조치를 서둘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적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홍준표 대표의 회의소집 요청으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 회의에서 윤리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권유를 최종 의결했다. 탈당권유 통지 후 열흘 이내에 박 전 대통령이 탈당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제명된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윤리위는 친박 맏형 서청원,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탈당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다만 현직 의원인 두 의원의 경우 의원총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최종 의결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연합뉴스)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조치가 최근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논의가 불거지자 급하게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급해진 홍준표 대표가 친박 청산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출당 논의는 자유한국당 혁신위 초창기부터 논의되던 사안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현역의원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박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논의가 시작되자 이제서야 자유한국당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속 보이는'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바른정당 통합파 일부 의원들에게 복당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효과는 없을 거란 지적이다.

또한 홍준표 대표는 지난 5·9대선 당시의 친박청산 실패의 정치적 원죄도 갖고 있다. 홍 대표는 대선 당시 보수 결집을 시도하기 위해 친박 핵심들의 징계를 무더기로 풀어줬다.

지난 5월 4일 경북 안동 유세에서 홍준표 대표는 "친박 중에 국정농단 문제가 있었는데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정갑윤 의원 등을 용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이 시간에 당 지도부에 (징계 해제를) 요청하겠다"면서 "바른정당에서 다시 들어오려는 사람도 다 용서하자"고 밝혔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우리 모두 용서하고 하나가 돼서 대선을 치르기 위해 친박들 당원권 정지된 거 다 용서하고, 바른정당으로 나갔던 분들, 복당하려는 분들 다 용서해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에 내가 말하겠다. 친박, 비박 모두 하나가 돼서 5월 9일 대선에 나가는 게 맞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자유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에 대한 징계 결정은 홍 대표의 말 바꾸기로 비춰질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아무래도 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 움직임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속도를 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그런데 홍준표 대표 입장에서는 친박들을 원상복귀시켰던 지난 대선 때의 원죄가 있다"면서 "선거 때 친박들에게 면피를 해줬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엄경영 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권유 조치 시기도 너무 늦은 것 같다"면서 "큰 정치적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다만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에게 복당이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의 명분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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