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비란 칭호는 언론플레이의 현상일 뿐 가수 정지훈의 본질로 보기에는 아직 모자란 점이 있다. 누군가의 허세거나 혹은 그 허세에 대리만족하고 싶은 대중의 기대욕구가 부합되어져 만들어진 수식어라고 생각된다. 그렇더라도 그가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에 진출한 가수들 중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요즘 비는 여기저기서 까이기 바쁘다.

그즈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후보를 발표했고, 거기에 자랑스러운 김연아와 비의 이름이 올라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는 비호감의 납덩어리를 달고 추락하고 있다. 그에 대한 비난의 핵심은 그가 거만하다는 점이다. 그런 빌미로 인해 더 나아가 그를 나르시스트로까지 진단하고 있다.

어쩌면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 감히 스승을 '뛰어넘었다'는 표현은 아무리 사도가 땅에 떨어져 짓밟히는 시대라도 충분히 욕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했으나 그 대화 전반의 뉘앙스를 무시한 의도적 비난의 의심도 없지 않다. 물론 승승장구 출연 때 박진영을 뛰어넘었다는 대목을 화면이 아닌 문자로 대한다면 참 스승의 은혜를 모르는 웃자란 스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에 대한 비난에 앞서 대답보다는 질문이 가진 문제점부터 찾아야 했다.

거기에는 굳이 박진영과 비 둘 사이를 저울질하고야 말겠다는 옐로우 저널리즘의 폐해가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대중은 그럼에도 그 대답에 목말라 했다. 아마도 사실이야 어찌 됐건 비의 입에서 "저는 진영이 형 따라 갈라면 아직 멀었죠"라는 가상의 대답을 원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과연 겸손의 미덕에 대한 기대만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승승장구에 출연한 비의 모습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소녀시대 태연조차 비 앞에서는 일반인 팬 같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비의 그런 절대적인 포스는 화려했고 무척이나 부러웠다. 세상의 어떤 여자라도 유혹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살짝 부담스러우면서도 정말 그럴 것이라고 수긍케 했다. 스물아홉의 정지훈은 모든 남자들의 워너비 그 이상의 우월함을 뽐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의 스페셜 앨범은 월드스타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부족한 가창력을 재확인시켜주었고, 그의 빛나는 몸은 가창력을 숨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앨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뉘앙스 그대로 상업적 성공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팬들을 위한 헌정의 의미가 아닐까 했는데, 연예가중계 인터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대답을 들을 수도 있었다.

비가 노래하는 '널 붙잡을 노래'에서 너는 여자가 아니라 한국 팬이 아닐까 싶다. 진짜로 그가 이번 활동을 통해서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분명 댄스 타이틀을 들고 나왔을 것이다. 비가 이번 타이틀곡 작사, 작곡에 굳이 참여한 것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 자신 엠블랙의 프로듀서이고, 미국이라는 메이저 시장을 경험하고 있는 그가 상업적 성공의 기본 공식을 몰라서 한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여전히 그의 이번 활동을 바라보면서 전제해야 할 것은 '초심'에 대한 비의 바람 혹은 마음가짐이다. 그가 닌자 어세신 촬영을 준비하면서 제작사가 내어준 저택을 버리고 좁은 단칸방에서 고생을 자초했다는 등 그가 싫다고 해도 긍정적 요소에 애써 귀를 닫을 필요는 없다. 그저 운이 좋아서 오늘날의 비가 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또한 비가 배고픈 연습생 시절 빵을 사다준 김태우의 기억을 아직도 갖고 있는 등의 인간적인 모습도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비에게서는 과거 한국에서 활동할 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매사에 자신감 넘치고 때때로 위험해 보이는 농담도 툭툭 던지고 있다. 언중유골이라고 농담 속에 그의 진심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가 토크쇼나 인터뷰에서 한 언행이 그렇게 비난받을 정도였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다르게 볼 수도 있었고, 그냥 웃고 지나갈 사소한 토크였을 수도 있다.

연예가 중계에서 밝힌 좌우명이 인내, 노력 그리고 겸손인데 거꾸로 거만하게만 보인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좌우명대로 살기 위해서 정지훈은 좀 더 겸손지기보다 겸손해 보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가보다. 어쩔 수 없다. 미국에서 터 잡고 살 것이 아니라면 한국에서는 한국의 방식에 대해서 더 연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한국의 방식, 이대로 좋은 걸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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