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통영=양문석 통영정책연구원 이사장] <디지털타임스>가 19일 자 8면에 ''부실 원인' 해양플랜트 안한다더니…대우조선 또 저가입찰'이란 큰 제목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작은 제목으로 '노르웨이 FPSO 저가입찰 논란', '"사업중단 약속 어긴것 모자라 한국업체간 출혈 경쟁 부추겨 무리한 수주잔량 채우기 꼼수'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큰 제목과 작은 제목만 보면 우리나라 조선업체끼리 또 '저가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괴롭히는 것으로 비친다. 과연 그럴까?

<디지털타임스> 기사 바로가기 '부실 원인' 해양플랜트 안한다더니… 대우조선 또 저가입찰 기사 바로가기

<디지털타임스>는 '대우조선이 수주를 따낼 목적으로 입찰가를 대폭 낮춰 적어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지금같이 신조선가가 바닥인 상황에서 낮은 입찰가를 제시할수록 유리한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기사에 썼다.

<디지털타임스>에 묻는다. 입찰에 참가하는 이유가 뭔가? 수주를 따려는 것 아닌가? 수주를 따려고 발주처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내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낮은 입찰가를 제시할수록 유리한 점을 노린 것'이 비난받을 일인가? 다른 조선업체는 '정의 실현'을 위해 입찰경쟁에 뛰어들었고, 대우조선해양은 '자사 이익'에만 매몰돼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면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런가?

<디지털타임스>는 사실을 왜곡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난 3월 정부로부터 2조 9000억 원 규모의 추가자금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부실의 주원인인 해양플랜트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한 대우조선이 또다시 저가수주 방식으로 사업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기사에 썼다. 작은 제목에서 '사업중단 약속 어긴 것 모자라, 한국 업체 간 출혈 경쟁 부추겨, 무리한 수주잔량 채우기 꼼수'라고 썼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자.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한 것일까? 어떤 근거에서 이런 주장을 하며 '부도덕한 집단' 또는 '거짓말하는 CEO'로 대우조선해양을 몰아가는 걸까.

<Upstream>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A senior executive was quoted as saying earlier this year: “We are considering withdrawal from the EPC market due to the high risk of turnkey projects.'

'사업철회를 고려하는 중이다'(We are considering withdrawal from …)고 썼다. <Upstream>은 외국 매체다. 한국 사정에 어두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사업 중단설'이 불거졌을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보도자료를 내어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브릿지경제> 기사 바로가기 "해양플랜트 비중 축소일 뿐…사업 정리 아냐"

<브릿지경제> 6월 8일 자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비중 축소일 뿐…사업 정리 아냐"'라는 기사를 보자. '해양플랜트 분야의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뜻일 뿐 사업정리는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8일 일각에서 붉어진 해양플랜트 사업 정리설을 일축했다.'고 썼다.

기사를 조금 더 보자. '사실상 정리에 관해서는 해양금융종합센터를 통한 해양플랜트 사업성 평가를 대폭 강화, 수익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수주를 허용하여 저가 수주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지난 3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우조선 해양플랜트는 선주가 실비정산을 해주는 AFC(Approved for Construction) 사업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소명을 담았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입찰 전부터 채권단에서 파견된 경영관리단이 참여하는 회사 내 수주심의회를 통해 검증된 프로젝트만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해양금융센터의 철저한 사업성 평가 등 이중 검증을 통해 저가수주가 불가능한 구조를 이미 구축한 상태라고 밝혔다.

<디지털타임스> 기자가 최소한 '대우조선해양 정성립'이라는 두 낱말로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면 '해양플랜트 사업 정리'는 와전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혹여 <Upstream>기사를 인용했다고 해도 문제다. <Upstream> 기사가 백번 양보해서 다 맞다 해도 '철회를 고려하는 중이다'(We are considering withdrawal from~)이지 <디지털타임스>의 작은 제목처럼 '사업중단 약속'은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이 종종 외신 보도 인용 과정에서 보이는 병폐가 있다. 원문에 충실하기보단 확대 과잉 번역으로 자신의 기사 방향에 맞게 왜곡하는 것이다. <디지털타임스>가 이런 병폐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믿고 싶진 않다.

어쨌든 <디지털타임스>는 대우조선해양과 정성립 사장이 하지 않은 약속인 '해양플랜트 사업 중단'을, 더욱이 몇 개월 전에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한 '와전된 주장'을 사실로 전제하고 기사를 썼다.

대우조선해양을 악의적으로 공격하고, 그 이미지를 훼손하면 '현대중공업'에 도움이 되나? 우리나라 조선해양업계가 겪는 '수주 절벽'을 해소할 수 있나?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큰 틀에서, 우리나라 조선해양업계가 겪는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더 넓고 깊게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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