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7일 한국을 1박2일로 국빈방문하기로 했다. 25년 만에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이다. 북핵 이슈로 한미 간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의 의미가 큰 방문이라 할 것이다. 길지 않은 방문기간이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을 포함해 만찬, 공연 관람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일본을 2박3일 방문하지만 이는 공식방문이고, 한국에는 국빈방문으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5년만의 일이다.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각별한 의미가 담긴 부분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언론들과 야당에서는 일제히 청와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중국에는 2박3일 머물기로 했는데, 한국에만 1박2일 체류하는 것을 빌미삼은 것이다. 청와대는 실제 머무는 시간은 일본과 별 차이가 없음을 미리 해명하는 모습이었는데, 굳이 그래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오죽하면 이런 걸 다 해명하나 싶기도 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사실에 대해 언론들의 반응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청와대를 향해 송곳니를 드러냈다.

한국당 “일본보다 짧은 트럼프 방한일정은 외교 실패” (중앙일보)
한국당 ‘트럼프 1박2일 방한 일정에 “청 외교안보 라인 책임 물어야” (조선일보)
트럼프, 1박2일 방한에 한 홀대론 솔솔...청 진화 진땀 (노컷뉴스)
일본에 하루 더 머무는 트럼프...한국 홀대? (한겨레신문)

이와 같은 반응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사전에도 없는 단어 ‘코리아패싱’ 논란을 다시 지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역시 가짜뉴스에 근접하는 왜곡이라고 볼 수 있다. 매번 그렇지만 한국 언론은 같은 상황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를 보여 왔다. 가까운 예로 추석 연휴에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 것에 대해서 일부 언론이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몰두했으나 오히려 시민들의 팩트 체크로 망신을 산 일도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때에도 지금 마찬가지로 일본에는 2박 3일, 한국에는 1박 2일의 일정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한국 홀대라는 언론 반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추석 고속도로 통행료 문제와 한미 간의 외교 문제는 비교할 수도 없이 그 중대성이 다르다. 한국 언론의 들쭉날쭉한 이중잣대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만 중대한 외교까지 이런 식은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일본과 중국에서 모두 2박 3일인데 중간에 한국만 1박2일만 머문다는 것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홀대’라는 프레임에 몰아넣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미국의 홀대가 사실이라도 그것을 일정만으로 단정 짓거나 유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일본과 중국보다 하루 덜 머문다고 홀대라는 것은 너무 근거가 빈약하지 않은가. 또한 홀대가 의심된다면, 적어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취재가 우선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정부의 실수나 미숙함이 드러나면 그때에는 그 사실을 기반으로 혹독하게 비판해도 할 일인 것이다. 그러나 근거도 없이 달랑 일정이 짧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홀대를 논하는 것은 왜곡과 다름없고, 또 악의만 갖고 있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짓이다.

시민들이 이런 왜곡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언론들이 지면을 채우기 무섭게 여러 커뮤니티에는 한 시민의 고발이 퍼져나갔다. 박근혜 정부 때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 관련 기사와 트럼프 방한 기사의 위화감 넘치는 상황을 비교한 내용이었다. 사실 약간의 시간만 투자한다면 몇 분이면 인터넷에서 찾아낼 수 있는 사실들을 외면한 한국 언론들이 무분별하게 문재인 정부를 깎아내리려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인 것이다. 이쯤 되면 한국을 홀대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 언론뿐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팩트가 실종된 한국 언론, 이제는 악의만 남은 것 아닌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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