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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PD들이 밝힌 국정원 언론장악[언론장악 국정원문건 피해자 보고대회] 이우환PD "국정원 문서 목표는 노조무력화"
송창한 기자 | 승인 2017.10.19 00:06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장악 국정원문건 피해자 보고대회'에서 KBS·MBC 전현직 PD들이 보수정권 10년간 공영방송에서 벌어진 언론장악 사례를 털어놨다. PD들은 보수정권 10년간의 언론장악이 "국정원 문건대로 실행됐다"고 입을 모았다.

KBS라디오는 어떻게 망가졌나

"주례연설 관련해 만나서 얘기 좀 하자" 

민일홍 KBS라디오 PD가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들은 말이다. 민 PD는 이명박 집권 직후인 2008년부터 낙하산 사장과 대통령 주례연설에 반대하며 사원행동에 참여했다. 민 PD는 KBS라디오 붕괴의 시작이 '대통령 주례연설'이었다고 말했다.

KBS는 라디오를 통해 2008년 10월 13일부터 2013년 2월 18일까지 4년 4개월 동안 '대통령 주례연설'을 109회 방송했다. 민일홍 PD는 '대통령 주례연설'이 이명박 정권의 기획으로 일방적으로 시작됐다"며 "공영방송을 정권의 홍보채널로 전락시키는 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KBS라디오 대통령 주례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를 통해 여론전을 펼쳤다. 일례로 주례연설에서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용산참사'에 대해 "책임자 사퇴여부는 그렇게 시급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사퇴 여론을 일축했다. 민 PD는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해외순방 직후 '외국의 여야 협력이 부럽다'며 야당과 비판여론의 목소리를 무조건 반대로 몰아붙였다"며 "2011년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해서는 '연봉 7000만원 받는 근로자들이 불법 파업을 벌였다'는 허위 주장으로 노동자 권리를 매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주례연설에 이어 이른바 '블랙리스트'작업도 이때 함께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초기 윤도현, 정관용, 정한용 등 프로그램 진행자가 먼저 정리됐고 이후 진중권, 김용민, 유창선 등 프로그램 게스트가 교체됐다. 민일홍 PD는 "진행자와 게스트 외에도 진보언론사 기자들을 비롯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한완상 전 총리 등의 단순출연자들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KBS는 '순환전보 기준 개정안'을 작성하고 라디오국 PD들을 부당전보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정원 문건에서 최근 확인된 바 있다. 민일홍 PD는 "사측은 '순환전보 기준 개정안'을 밀실 작성하고 구노조에게만 보내 노사합의로 시행했다"며 "지역발령을 하면 해당 지역국과 인력을 주고받는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측은 본사에 있던 라디오PD들을 지역을 내보내고 지역국 인력을 본사 라디오로 적극 흡수했다"면서 "이후 뉴스시사전문채널로 자리매김한 KBS 1라디오를 무미건조한 교양채널로 전락시켰다"고 말했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장악 국정원문건 피해자 보고대회'에서 보수정권 10년간 공영방송에서 벌어진 언론장악 사례를 KBS·MBC 전현직 PD들이 털어놨다. (사진=미디어스)

KBS 피디저널리즘의 찢어진 깃발 '추적 60분'

'추적60분'팀에서 일했던 김범수 PD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 KBS에 입사했다. 김 PD는 "당시 '추적60분'은 KBS에 남은 유일한 피디시사프로그램이자 KBS 피디저널리즘의 상징 같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추적60분' 또한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파업 중 취재를 통해 국정원 문건 중 일부를 복원한 바 있다. 2010년 6월 3일 작성된 이 문건에는 "KBS가 6월 4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니 면밀한 인사검증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국정원은 문건에 "좌편향 간부는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며 "윤태호 추적PD(당시 추적 팀장) 사원행동, 불법행위주도, 노무현 특집, 천안함 좌초 의혹"이라고 적었다. 

김범수 PD는 "문건작성 시기가 이명박의 언론특보인 김인규 사장이 조직개편을 실시하기 하루 전"이라며 "결국 국정원은 KBS구성원들도 몰랐던 조직개편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고, 거기에 자신들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방송과 인사에 개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실제로 그해 6월 '추적60분' 팀장에 황상무 기자를 임명하려 시도했다. 

또 김인규 전 사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했다. 김범수 PD는 "아마도 김인규 사장이 기자출신이고 자기가 잡고 있는 기자들을 통해 피디저널리즘 프로그램을 통제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PD는 "청와대-국정원-김인규가 공모해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한 이후에는 게이트키핑을 명분으로 일상적인 제작자율성 침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KBS는 '추적60분'의 천안함 편, 4대강 편, MBC파업편,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 등을 불방시키려 했고 제작진을 징계했다.

김범수 PD는 "지금은 공모의 큰 구조만 드러난 것"이라며 "나머지 문건들과 증언들이 다 모여서 구체적인 매커니즘이 밝혀져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국정원에 촉구했다.

MB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 의혹 (PG) Ⓒ연합뉴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한편 MBC에서는 2010년부터 최종적으로 민영화를 목표로 하는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 실행됐다. 'PD수첩'을 연출하다 스케이트장으로 부당전보를 당한 이우환 PD는 최승호 MBC해직PD,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정재홍 작가와 함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으며 목격한 문건을 바탕으로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복원했다.

이우환 PD가 공개한 복원본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총 3단계에 걸쳐 'MBC정상화'를 추진하기로 계획했다. 1단계는 '블랙리스트' 퇴출이다. 국정원은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계기로 좌편향 프로그램 제작진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며 제작진 교체, 진행자 폐지, 프로그램 포맷 변경을 주문했다. 특히 "손석희, 김미화, 성경섭, 김성수 등 문제 진행자들 반드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2단계는 '노조무력화'다. 국정원은 "노조무력화 및 조직개편으로 근본적 체질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공정방송노조를 통해 노조 배후 인물의 부도덕성 등 내부비리 폭로를 독려하라"고 했다. 국정원은 "노사관계에 적용할 법을 정하는 협정인 '단체협약'에 명시된 노조의 인사권 편성권 조항을 개정하라"며 "노조가 불응할 경우 단협 해지를 통보하라"고 종용했다. 최종 목표인 3단계는 'MBC민영화'였다.

이우환 PD는 "방송 PD로 입사하고 국민이 어떤 권력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갑자기 용인세트장으로 쫓겨나 담배꽁초를 주웠다. 파업을 길게 하고 난 뒤에는 스케이트장 근무를 하며 눈을 쓸고 동전을 교환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촛불국민 덕분에 대번에 방송장악에 유효한 증거로 쓰여 검찰에 참고인으로 가게 됐다"면서 "국민의 힘이 대단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우환 PD는 '국정원 문건'이 최근까지 계속 업데이트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PD는 "권재홍·김장겸이 사장 면접에서 PD수첩을 보도본부로 이관하겠다고 공약했다"며 "2017년 사장 면접에서까지도 국정원 문건은 실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환 PD는 "제 경험을 투영해 검찰에서 국정원 문서를 보니 거의 100% 국정원 문서대로 진행됐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검찰에서도 그런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PD는 "국정원 문서의 목표는 노동조합이었다. '노조무력화'"라며 "(국정원의 계획이) MBC에서 거의 90%정도 진행되었을 때 국민들이 스톱시켜줬다"고 덧붙였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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