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법인카드로 애견비용을 충당하는 등 '법카유용'논란을 빚고 있는 강규형 KBS이사(명지대 교수)가 해당 의혹 제보자들에게 200여 통의 협박·인격모독성 메시지를 최근까지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규형 이사는 "사람을 완전히 죽여놓을 자신이 없으면 일을 벌이는게 아니다. 한 발자국만 더 하면 너 죽는다"며 제보자를 협박하고 "직업이 없으니 개 빗질이나 하지", "와이프가 왜 애를 지웠냐"며 인격모독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9월 19일 강규형 KBS 이사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명지대학교 1인 시위 현장에서 '브이'를 그리며 웃고 있다. (사진=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페이스북)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자 A씨에게 쏟아진 강규형 이사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애견인 제보자 A씨는 지난 9월 28일 KBS본부 기자회견에 참석해 강 이사의 '법카유용'을 폭로한 바 있다. 강 이사는 기자회견 직후부터 최근까지 제보자 A씨에게 200여통의 협박·인격모독성 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속해 있는 애견동호회원들 중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에게도 협박성 메시지는 이어졌다.

강규형 이사는 "사람을 완전히 죽여놓을 자신이 없으면 일을 벌이는 게 아니다", "한 발자국만 더 하면 너 죽는다", "죽이려면 확실히 죽여야 한다. 어설프게 건드리면 허위사실로 반대로 당하게 되는게 세상의 이치다", "부모를 만나야겠다" 등의 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본부는 "강 이사는 '쓰레기', '룸펜', '직업이 없으니 개 빗질이나 하지' 등 인신모독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KBS강규형 이사가 제보자A씨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 강규형 이사는 하기봉, 강기봉 등 애견동호회에서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파업뉴스 캡처)

앞서 KBS본부는 지난 28일 강규형 이사가 2015년 9월 이후 약 2년동안 사용한 KBS법인카드 내역을 분석해 폭로했다. 당시 KBS본부는 "강 이사는 애견카페를 34차례 방문해 약 36만원을 KBS법인카드로 결제했고 애견동호회 뒤풀이 비용을 결제한 사실도 확인됐다"며 "특히 2017년 4월 9일에는 다른 애견인에게 KBS법인카드를 맡긴 뒤 '대리결제'까지 시켰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강 이사의 법인카드 결제내역에서는 백화점, 공연관람, 공공기관 결제요금 등이 확인됐다.

강규형 이사의 '법카유용' 의혹을 KBS본부에 최초제보한 신 모씨는 오늘(18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강 이사가)자꾸 여자분들한테 문자를 보내고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여기에 왔다"고 설명했다. 신 모씨는 "강 이사가 '나 모르게 네 와이프가 왜 애를 지웠냐'고 그런 말을 했다"며 "나는 결혼 9년차고 아내는 유산을 3번 했다. 가슴속에 묻었는데 그걸 끄집어내서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하는지..."라고 토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규형 KBS이사가 자신의 '법카유용'의혹을 제보한 애견동호회 회원들에 대해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폭로했다. 강규형 KBS이사의 '법카유용'의혹을 KBS본부에 최초 제보한 신 모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미디어스)

KBS본부는 목요일(19일) 강규형 이사에 대해 업무상 배임혐의를 비롯한 협박죄,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강규형 이사에 대한 고발사건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서창효 변호사는 "강 이사의 문자메시지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인격모독적 표현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것이 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고발장 접수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에 대해 신속히 수사를 시작해서 제보자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 차원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규형 이사는 지난 1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카유용'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KBS본부를 비판했다. 강 이사는 "이사회 사무국장이 커피숍·식당·공연장·빵집에서 써도 된다고 했다. 법인카드 사용이 불법이 아니라 그 내용을 빼내 뒤를 캔 노조행위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강 이사는 "방송법 개정해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어렵다고 한다"면서 "정권을 잡으니 마음이 달라졌겠지. 탈레반을 데려오든, 차장을 사장으로 만들든 마음대로 하고 싶을 것"이라고 KBS본부의 쟁의행위를 비꼬았다.

그러나 강규형 이사의 인터뷰 내용은 사실과 맞지 않다. 강 이사가 '빼냈다'고 말한 KBS이사 법인카드 내역은 KBS직원이라면 누구나 내부사이트 이용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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