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은 아이돌의 역사 속 가장 특별(?)한 그룹이다. 일곱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여섯이 된 그들은 지난 가을 이후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리더였던 재범의 한국비하로 인한 즉각적인 활동중단과 귀국. 그리고 그를 향한 팬들의 일치단결한 애정은 리더 없는 2PM을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을 넘볼 만한 인기를 지원했다. 짐승돌에 이어 찢택연이란 말을 낳으며 2PM은 리더 재범 없이도 될 것만 같았다. 적어도 소속사는 그런 생각을 굳혔다.

그러나 그것은 팬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섣부른 판단이었고 헛된 바람이었다. 곧 복귀한다는 확정적 소문과 달리 소속사는 재범의 사적 문제로 인해 복귀가 불가능하며 영구탈퇴한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이어진 팬들과의 간담회 녹취는 누리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고 2PM은 배신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칭을 얻으며 그들에게 열광했던 팬들은 가장 지독한 안티로 변해버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배신돌의 낙인이 찍힌 2PM 멤버 택연과 우영이 고정출연하는 신규 예능프로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며 '재범의 저주'를 증명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 해당 프로그램은 그들을 도중 하차시킬 의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거기다 택연은 요즘 드라마 중 가장 관심도가 높은 신데렐라 언니의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되어 5회부터 모습들 드러냈다.

공교롭게 우영의 승승장구, 택연의 패떴2가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보이지만 이것을 '재범의 저주'를 결정적 원인으로 단정짓는 것은 그다지 보편적인 판단은 아닐 것이다. 물론 안티로 돌아선 예전 2PM팬덤은 그렇게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증명될라면 신데렐라 언니도 앞서의 경우처럼 되야 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여기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팬덤이나 안티는 현상을 주도할 수는 있어도 결정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연예기사가 과장되게 인용하는 팬덤의 규모는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져 있다. 또한 많은 연예인들이 안티들에게 고통을 받지만 그 안티는 괴롭게는 해도 인기 자체를 없앨 위력은 없다. 게다가 이성 안티란 더욱 드문 경우인 탓에 2PM에 대한 안티현상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런 전망 속에 2PM의 컴백 발표가 나왔다. 물러설 곳 없는 2PM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자신들을 둘러싼 현상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요즘 가요계 흐름을 팬덤이 좌우하기는 해도 2PM이 지난 연초 하트비트로 뮤직뱅크 1위를 할 상황을 분석하면 저조한 음반판매에도 불구하고 음원, 방송횟수 등에 의해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재범의 복귀 문제로 인해 전적으로 지원하지 못한 배경이 있었지만, 음반판매에 팬덤의 힘이 가장 많이 동원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PM의 인기에 팬덤의 작용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제 정말 궁금해졌다. 재범 없는 2PM에 대한 악감정이 일부 안티만의 것인지 아니면 대중전반이 공유한 것인지 분명하게 판가름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2PM이 좋은 노래와 안무를 가지고 나올 것이라는 호의적인 전제를 먼저 해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분명히 이번 컴백은 단지 한번의 실패 이상의 의미로 그들의 미래를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반면 성공하게 된다면 2PM은 소위 배신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와질 것이다.

이쯤에서 개인적인 전망과 바람을 밝히자면 성공했으면 하는 쪽이 크다. 물론 박진영의 문제해결방식은 여전히 못마땅하지만 아이돌그룹에게 의리라던가 혹은 배신 등의 단어로 옥죄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작년 가을 재범을 쫓아냈던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게 현재 2PM을 대하는 예전 팬덤의 태도에도 동의할 수 없기도 하다.

아이돌그룹은 전적으로 비지니스이다. 그들은 소속사의 비지니스 목적에 의해서 키워졌고 또 언젠가 해체될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박진영을 형이라 부른다고 해서 진짜로 형이 될 수는 없다. 그것조차도 마케팅의 일환일 가능성조차 존재한다. 그런 소속사의 마케팅이 팬덤으로 하여금 비지니스 이상의 의미를 유도한 부분은 존재하지만 적어도 2PM 자체는 그런 역학 속에서 최소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주역으로 보기 어렵다.

재범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 쏟아져 나온 동정발언의 많은 부분에 '그는 아직 어리다'는 말이 많았다. 그렇다. 2PM의 현재 여섯 명도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 그들이 재범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그들을 죄인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팬이 아닌 사람에게는 그렇다. 팬이었다가 안티가 된 사람들에게는 결정적인 잘못이겠지만 그들의 팬은 아니어도 그들에게 단순한 호감만을 가진 더 많은 대중에게 그럴 것이다. 그 대중의 이름을 내가 빌어도 된다면, 그 대중의 이름으로 2PM의 부활을 응원하고 싶다.

2PM의 티저를 보니 돈스탑 켄스탑이라고 절규하고 있다. 그 의미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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