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남문광장. ‘김재철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오늘로 10일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노조원들이 모였다. 19개 지역 MBC에서 온 노조원들과 서울지역 노조원 등 800여명의 노조원들은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섰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의 옷차림은 4월 봄 날씨를 무색하게 하는 추운 날씨 덕분에 영락없는 겨울 차림이었다. 세찬 바람이 괴로운 듯 여러 번 몸을 움추린 노조원들이었지만, 투쟁 구호를 외치고 파업가를 부르는 노조원들의 표정만큼은 움추려들지 않았다.

▲ MBC노조가 13일 오후 3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이근행 본부장이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올랐다.

“총파업이 2주째 접어들고 있다. 서울지역 노조는 분위기가 좋으니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이길 수 있을지 걱정마라.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총파업이 2주가 지나니까 오기가 생긴다. 반드시 이겨서 돌아가겠다는 생각도 든다. 뻔뻔한 김재철과 황희만, 권력을 생각하면 (우리가) 희생해서만은 안 되고, 이겨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이번 싸움을 승리하겠다.”

20여분간의 짧은 결의대회를 마친 노조원들이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 펼침막을 손에 펴고 MBC정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MBC 남문광장을 시작해 정문, 그리고 주차장 입구까지 펼침막을 든 채 인간띠를 이은 노조원들은 “MBC를 지켜내자”고 외쳤다. 노조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이 잘 보도록 도로를 향해 펼침막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MBC본관 주변에는 MBC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방송사 노조의 현수막도 걸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SBS본부, YTN지부, EBS지부, OBS지부는 ‘MBC노조, 김재철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 ‘마봉춘의 선한 싸움은 고봉순의 싸움 함께 하겠습니다’ ‘공영방송 MBC를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현수막을 통해 MBC노조의 투쟁에 힘을 보탰다.

▲ MBC노조원들이 "MBC를 지켜내자"고 외치고 있다. ⓒ송선영
▲ MBC노조원들이 펼침막을 들고 MBC를 감싸고 있다. ⓒ송선영
노조 총파업 2주 째, 잠잠한 김재철

현재, MBC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지 어느덧 2주가 되었지만, 사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MBC내부를 비롯한 언론계, 정치권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동시에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김 사장은 물러설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퇴진 요구’에 대한 김재철 사장의 입장은 완강하다. 김 사장은 13일 “노조가 파업 대상이 아닌데도 명분없는 불법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을 뿐, 사퇴에 대한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현재 MBC내부에서는 총파업 기간 동안 두 번을 제외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 사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는 모습이 없는 것을 비롯해 아무런 조치와 대책없이 현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간부들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84년에 입사한 국장급 간부들이 13일 성명을 통해 ‘황희만 부사장 철회 및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소’를 주장한 데 이어 1985년에 입사한 간부들도 성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김재철 사장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오늘 오전 현안브리핑을 통해 “김재철 사장은 잘못된 인사안을 철회하고 MBC파업을 즉각 중단할 수 있도록 대화와 설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무책임하게 뒤로 빠져서 시간이 가기만을 바라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문제에 대한 김재철 사장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MBC, 조만간 노조 총파업에 대한 대응책 낼 듯

한편, MBC는 오는 16일 쯤에 노조의 총파업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최기화 대변인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노조 총파업에 대한 대책 또는 구체적인 입장은 준비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략적으로 금요일(16일)이면 나올 것”이라며 “일단 협상을 우선적으로 하되 협상이 되지 않으면 징계를 비롯해 회사는 사규에 의해 대응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은 오늘 외부에서 각 본부장들에게 업무보고를 받는 등 사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며 “언제까지 외부에서 직무를 볼 지는 아직 모르겠다. 언제 (사장이) 출근 시도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곧 출근을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