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열리는 남아공월드컵에 대해 SBS가 ‘단독 중계’ 입장을 밝힌 이후 KBS에 이어 MBC까지 13일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로해 법적다툼이 예상된다.

▲ 정희준 교수
이런 가운데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학부 교수가 14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와의 전화연결에서 “시청자들의 볼 권리라는 건 월드컵 축구를 볼 권리도 있지만 축구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을 볼 권리도 동시에 제공돼야 한다”며 월드컵에 대한 해설자 선택권이 시청자의 볼 권리라는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정희준 교수는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예선 1차 토고전에서 SBS가 하루 24시간 편성 중 21시간, MBC는 18시간 30분, KBS는 15시간을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으로 도배했었다”며 “이건 시청자들의 아주 기본적인 볼 권리와 채널선택권을 침해한 정도가 아니고 아예 박탈해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도 SBS가 단독중계 해 ‘KBS와 MBC는 그대로 청정지역이 되지 않았느냐’라고 많은 시청자들이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설자의 선택권을 단독중계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본질과 벗어난 것”이라며 ‘공동중계’를 요구하는 KBS와 MBC의 논리에 선을 그었다.

그는 “해설자를 더 훈련시켜 좋은 해설자를 선택하고 이 해설자들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방송사가 지원하게 되면 해결될 문제”라며 “그것을 가지고 공동중계하자고 하는 것은 과거와 같이 3사가 동시에 중복편성하고 동시 중계하자는 과거의 악습을 또다시 이어가겠다는 모순된 논리”라고 강조했다.

“순차적 중계하는 것 최선이지만…과연 지켜질까?”

공동중계하되 순차적으로 중계하자는 입장과 관련해서도 정희준 교수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어느 특정 방송사가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하는 경우 다른 두 방송사가 과연 가만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여태까지 이걸 지켜오지 않았기 때문에 (코리아 풀이) 깨진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실효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실제 동계올림픽 선수 환영식을 공동중계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희준 교수는 “사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중계를 권고사항으로 규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가 단독중계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권고사항으로 가면 해결의 여지가 없어 강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만 공동중계 및 순차방송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이미 힘들어진 상황이고 2012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준비를 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BS 단독계약으로 폭등한 중계권료”…“방송질 저하 우려”

그러나 정희준 교수는 SBS의 단독계약으로 인한 중계권료 인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SBS가 코리아 풀을 깨고 단독계약하면서 중계권료가 많이 뛰었다. 133%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원래 코리아풀이 제시했던 가격보다 3천 5백만 달러를 더 주고 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월드컵 중계권료만 해도 700억 원을 넘게 줬을 것”이라며 “결국 SBS는 그 본전을 뽑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자기네들의 전파를 재송신 해주던 지역의 케이블사나 IPTV 위성방송에 또 돈을 받으려고 할 것으로 보여 이것이 시청자들의 시청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거액을 무리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최대이윤을 추구하는 방송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월드컵 중계 당시 인기경기나 한국경기만 중점적으로 편성한다던지, 현지 중계인력을 최소화하는 등 방송질 저하가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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