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충격적 사실이 청와대에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최초 보고시간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것.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주장에 의하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대통령에 최초 보고한 시간은 당일 오전 10시였다. 그러나 실제는 그보다 30분 빠른 9시 30분이었다. 그와 함께 국가재난 콘트롤타워가 청와대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 역시 불법적으로 고쳐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세월호 첫 보고시점 사후조작 정황 발견 (PG) Ⓒ연합뉴스

언론들은 당시 청와대가 이처럼 최초 보고 시간을 조작한 것은 보고를 받고 대통령이 지시한 시간을 45분에서 15분으로 줄임으로써 의혹의 중심에 놓였던 대통령의 7시간의 핵심을 흐리고,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의문에 쌓인 대통령의 7시간은 이로써 7시간 30분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아니 또 어떤 은폐와 조작이 있었는지 밝혀진다면 다시 연장될 수도 있는 참담한 가정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통령 탄핵 후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수석 등이 주장했던 국가위기관리 콘트롤타워가 청와대가 아니라는 근거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불법적으로 수정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시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가 재난 콘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때와 맞춰진 것이다.

특히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빨간색 볼펜으로 두 줄을 긋고 수기로 수정한 어설픈 상황이 분노에 앞서 민망한 심정이 먼저 들게 한다. 한 나라를 움직이는 대통령 훈령이 이토록 마구잡이로 처리되던 당시의 청와대는 도대체 어떤 조직이었나 상상조차 불가할 지경이다. 당시 촛불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는 참담한 심정을 담은 구호를 외쳤었다.

세월호 참사 규명이 정치공작? 자유한국당 나 홀로 비판

청와대의 보고서와 국가위기관리지침이라는 중요한 훈령조차 마구잡이로 조작되고, 수정되는 당시의 상황은 당연히 규명이 필요한 범죄행위가 분명하다. 이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대부분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엄중한 무게를 알기에 아무리 야당이라도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까닭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한목소리로 진실규명을 강조했다. 다만 자유한국당만 전혀 다른 반응을 내놓아 이번에도 시민들의 정서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모습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이번 세월호 참사 최초보고조작 의혹을 의도된 기획이라면서 “국정을 책임져야할 정권이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연일 청와대 쓰레기통만 뒤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정용기 원내 대변인도 정치공작 운운하며 청와대 발표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전날 청와대에서 발표한 세월호 문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는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유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마도 최초 보고를 받고 15분 후에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헌재 판단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만일 최초 보고와 대통령의 지시 사이에 45분이라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 당시에 규명되고, 그 조작 사실까지 더해졌다면 그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가정 또한 가능하다.

헌재에서는 탄핵사유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추운 겨울을 녹인 광장의 시민들에게는 탄핵의 결정적 사유였던 것이 세월호 참사였다. 승객을 버린 선장과 국민을 버린 대통령이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 광장의 정서였다. 12일 JTBC에서 보도한 미수습자 가족의 한 마디가 뒤늦게 밝혀진 박근혜 청와대의 조작에 대한 국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권재근 씨·혁규 군 가족 권오복 씨는 “그런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했다는 게 참 서글퍼요”라고 했다. 분노를 넘어선 서글픔. 그 정서를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다. TK가 있으니, 또 3년은 길다고 믿는 자유한국당이 알고도 모르는 사실이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절망과 분노는 3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정권을 무너뜨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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