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한 SBS가 오는 6월 열리는 남아공월드컵에 대해서도 ‘단독 중계’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KBS에 이어 MBC도 “SBS의 방송권 취득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 형사 소송 제기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SBS를 향해 “2006년 5월 방송3사 사장단의 합의 정신으로 돌아와 방송권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MBC는 13일 오후 2시30분 서울 여의도 MBC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월드컵 방송권 협상에 대한 MBC의 입장’을 밝혔다.

▲ MBC가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MBC
MBC는 SBS의 방송권 계약 과정에 대해 “국내 스포츠마케팅사와 이면계약을 체결한 후, MBC, KBS와는 개별접촉 금지 합의문에 서명하고 Korea Pool의 제시금액 및 협의 금액을 인지한 후 더 높은 금액으로 비밀 독점 계약을 체결한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3월1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3사 협상 권고 이후에도 SBS가 협상 과정에서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어 협상이 진전되지 않기 때문에 소송 준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MBC는 3월18일 이후 SBS와 4차례에 걸쳐 대면 협상을 했고, 3차례나 입장을 전달했지만 SBS는 계속 추상적이고 모호한 요구로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통상 방송권 거래 관행상 판매자가 구체적인 조건이나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불구하고 SBS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가격 제안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SBS가 내세운 추상적인 가격 조건은 객관적 기준이 모호하고, SBS 계약의 불법성과 합의서 위반을 고려하면 MBC가 수용하기 힘들며 단지 협상을 지연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SBS와 월드컵 방송권 협상에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협상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원칙적이며, 상거래 질서에도 맞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가 전례로 굳어질 경우 향후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를 독점하기 위해 방송사들이 출혈경쟁에 나서게 되고, 국부 유출이 반복될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들여 육성한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특정 방송사의 사익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SBS “MBC, 공영방송으로서 협상에 성실히 임해라”

한편, SBS는 MBC 기자회견과 관련해 이날 오후 입장을 통해 “남아공월드컵 중계방송권에 대해 자율적이고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KBS에 이어 MBC마저 4년 전 방송 3사 합의를 근거로 SBS를 비난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SBS는 “방송법의 규정을 최대한 준수하여 진지하게 협상을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KBS에 이어 MBC 마저 잇따라 4년 전 합의를 문제 삼아 법적 조치를 운운하며 위협을 가하는 것은 결국 힘으로 월드컵 방송권을 빼앗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며 “MBC가 KBS와 같이 법적 조치로 SBS를 협박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 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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