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국가 인권위 배움터에서 진행된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권순택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군 당국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조사 주체가 되어 침몰사건의 원인을 찾으면서 또 행동은 피의자처럼 움직이고 있다. 군에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입증의 책임은 언론과 국민이 해야 하는 것처럼 굴고 있는 것이다. 대답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야 최소한도로 공개하고 있어 이 정도면 미란다 원칙을 스스로 지키고 있을 정도….”

13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 토론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은 조사 대상이어야 하는 군이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의 조사 주체로 나서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권순택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군 당국은 TOD(열상수신 동영상) 영상이 군사기밀이라고 공개하기 힘들다고 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이게 전부’라고 공개했었다”며 “그러나 그 이전 동영상이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나머지를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뒤에도 자동촬영 동영상이 있다는 예비역들의 제보가 이어지자 편집된 새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그 외에는 진짜 없다고 우기는 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 언론사(MBC)가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일지’를 가지고 최초 상황발생시간은 9시 15분이라고 주장했었다”며 “이후 군 당국은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해소되긴 했지만 9시 16분에 들렸다는 폭음은 무엇이고, 생존자들의 핸드폰은 왜 수거했는지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69시간 동안의 생존가능성 역시 ‘환풍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며 “물론 환풍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한꺼번에 몰아칠 실종자 가족들의 군에 대한 분노를 단계적으로 피하기 위한 거짓 해명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그는 왜 백령도 부근까지 운항했는지, 함포를 발사한 것이 정말 새떼를 보고 한 것인지 등 의문이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군 당국은 정보공개에 대한 생태적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참여연대는 사건 발생 직후 천안함의 교신일지와 항적기록, 해군 함정의 사고예방, 정비, 위기대응 매뉴얼과 그 이행여부에 대한 기록 등의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며 “군의 입장을 고려해 군사기밀을 제외한 부분공개도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었지만 군은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군에서 아군의 기뢰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은 없다고 브리핑을 했다”며 “(아군의 기뢰가)백령도 해안에서 400m 이내, 수심 5m 정도의 해저에 설치된 것이어서 사건 해역과는 상당히 떨어져있다는 설명이지만 그렇다면 해당 해역을 지나는 어선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정보를 독점한다는 것은 정보를 취사선택해 여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군이 안보라는 방패 뒤에 숨은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뉴욕타임스가 가장 치욕스럽게 느끼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언론지침에 따른 잘못된 정보로 이라크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미 정부의 대표적인 언론관리 매뉴얼은 정보공개를 요구하면 정작 안하면서도 일부 언론에게 비밀스러운 정보인양 한정된 정보를 흘린다는 것이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조선일보> 등은 공식적인 브리핑이 아닌 사실에 대해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천안함 사건을 다루는 군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그는 누가 물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군은 아니다. 무기를 더 사야하기 때문에 결국은 정부, 국민들이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군이 정말 안보를 걱정한다면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군 관계자’ 등 익명으로 기사 쓰기…KBS의 ‘북 도발설’ 꾸준히 보도

토론회는 이어 신문과 방송의 보도행태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졌다.

김수정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조중동이 ‘군 관계자’, ‘군 소식통’ 등의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가정법을 통해 북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형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역시 “지상파 방송 3사 간판뉴스가 꼽은 천안함 침몰 원인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북한도발’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도발설에 대한 보도가 제일 많았던 날짜는 7일로 생존 장병들이 환자복을 입고 ‘뭔가에 맞은 것 같다’고 증언한 날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KBS는 7일 이후에도 꾸준히 북한 도발을 사고원인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에 반해 MBC와 SBS는 다른 원인과 비슷하거나 더 적게 보도해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의제과잉 현상이 나타나다보니 다른 의제들이 죽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KBS와 MBC 또는 SBS가 다른 두 방송사에서 과잉보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도양을 확 줄였다고 생각해보자”면서 “그렇다면 누가 욕을 먹겠나. 국민들은 보도양이 적은 쪽을 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하게도 한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에 대한 진실 및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 받는 것을 언론에 기대하기보다는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다 알고 중요하게 여기는 듯 지면의 양이나 방송의 시간을 따지는 국민정서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에 의해 길들여진 이 국민정서는 단일 언론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언론들이 공동대응하지 않고는 어느 언론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현 정권에 불리한 의제 다 죽어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역시 “중요한 것은 현재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현 정권에 불리한 의제들이 다 덮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 MBC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의 큰집발언, MB 독도발언, 무상급식, 한명숙 전 총리 재판, 4대강 등에 대한 의제가 다 날아가 버렸다”고 강조했다.

또한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정권책임 이야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는 성금을 모금하고 국회의원들이 나와 ‘대동단결하자’고 한다”며 “이 사고가 국민들이 단결해야 되는 사안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1차 책임은 정권에게 있다”며 “그러나 아무도 적극적으로 정권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천안함 사건에 있어서 언론의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정부가 정보통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하고 있는 조중동과 여타의 진보언론 또는 중간지대의 매체들의 책임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력충돌까지 일으킬 수 있도록 몰아가는 조중동에 대한 공세를 확실히 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진전된 이후 나머지 언론매체들에 대한 비판과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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