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천안함 침몰사고 모금 방송'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천안함 침몰의 진상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모금방송을 내보낸 것은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1일 KBS 1TV는 낮 12시 10분과 오후 5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내보내 1,800여명으로부터 약 5억원의 성금을 모금한 바 있다. KBS는 11일 저녁 <뉴스9>에서 이날 방송을 톱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 지난 11일 방영된 KBS의 '천안함 침몰사고 모금 방송' 캡처.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2일 발표한 논평에서 "실종자들도 찾지 못한 이 상황에서 KBS가 '천안함 성금모금 생방송'에 나서고, 보도를 통해 이를 거듭 부각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KBS가 '모금 생방송'으로 정부를 향한 국민의 비판 여론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정부는 오락가락 말바꾸기와 정보통제로 불신과 의혹을 키웠고, 사고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총체적 무능은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건의 진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며 "'공영방송' KBS가 해야할 일은 정부의 구멍난 위기관리 시스템을 꼼꼼하게 따지고, 혹여 정부가 어물쩍 진상을 은폐하고 책임을 떠넘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 견제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정부를 감시해야 할 '공영방송'이 납득할 수 없는 처신을 거듭하면 국민의 불신만 깊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K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도 이날 모금 방송을 비판하는 의견이 올라와있다.

이성하씨는 "영웅만들기는 천안함에 대한 조사가 철저하게 마무리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왜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지금인가"라며 "유가족이 요청한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을 모욕하는가. 이건 유가족과 사망한 장병들을 이용하는 더러운 행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병윤씨도 "정부 편들기라는 오해를 받기에 딱 맞는 일"이라며 "80년대 전두환이 획책했던 금강산댐 건설에 대적하기 위해 코흘리개 유치원생부터 경로당 무의탁 노인들에게까지 강요했던 평화의 댐 성금이 떠오르는 게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정혜씨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성금내라는 이런 모금은 본질을 흐리게 한다"며 "이번 천안함은 의로움보다 의혹이 클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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