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재철)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오늘(12일)로 8일이 되었지만, 김재철 사장은 MBC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오늘도 출근하지 않았다.

지난 6일과 8일 오후 MBC본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 외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김 사장은 외부 활동만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바람난 사장”이라는 내부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MBC는 이에 대해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 모두 “노조의 출근 저지로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 뭐하나?

▲ 백령도를 방문한 김재철 사장 ⓒMBC노조 특보
김 사장은 지난 8일 오후 6시쯤 MBC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조원 100여명은 10층 사장실 앞에서 “김재철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연좌농성을 이어갔다. 이에 김 사장은 오후 7시50분쯤 안전관리 용원들과 함께 회사를 빠져나가려 시도했다. 노조원들은 “다시는 회사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라”등을 외치며 김 사장을 강하게 비난했고,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안전관리 요원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사장은 또 지난 9일 오전, 김인규 KBS 사장, 김영일 BBS사장 등과 함께 천안함 침몰 현장인 백령도를 찾았다. MBC노조에 따르면, 김영일 사장등과 함께한 점심 자리에서 “골치 아픈 (회사) 일은 하루에 한 시간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김 사장의 행보는 많지 않다. 그러나 고향인 경남 사천을 매주 방문해 지역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등 MBC사장 이후의 행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MBC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오는 2011년 2월 임기가 끝난 뒤 사천에서 공식적으로 선거 운동을 준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MBC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주말 사천에 내려가 최근 문을 연 초등학교 동창회 사무실에 갈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노조를 의식해서인지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기화 대변인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김 사장은 사장에 취임한 이후 인감 도장이 필요해서 사천에 한 번만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천에 내려가 선거를 준비한다는 주장 등은) 노조의 주장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사장이 출근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노조의 저지로 출근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외부에서 회사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무를 보는 외부가 구체적으로 어디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황희만 부사장, 뭐하나?

지난 8일까지 MBC에 모습을 드러낸 황희만 부사장은 프랑스 깐느에서 열리는 방송영상 마켓 ‘MIP TV’로 출장을 갈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을 급하게 취소했다.

최기화 대변인은 “깐느에 갈 상황을 검토했다 보류했었고, 이후 이를 다시 검토하면서 회사 상황때문에 보류하게 된 것”이라며 “황희만 부사장은 오늘 월드컵 관련한 KBS 기자회견 및 MBC의 대응 방안 자료 수집 등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이 부사장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노조는 방송문화진흥회를 향해 인사권에 간섭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보직을 임명하는 것은 사장의 인사권이다. 노조는 사장의 인사권에 개입해도 되고, 방송문화진흥회는 인사권에 개입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밝혔다.

지난 8일 <미디어스> 기자와 만난 황희만 부사장은 총파업에 대해 “예전에 우리도 파업, 시위를 해봤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면서도 ‘노조의 파업을 이해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지난 6일 MBC노조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김재철 실종사건”, 왜?

오늘 오전 10시30분 오전 결의대회에 투쟁 상황 보고에 나선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지난주 김재철이 왜 잇따라 실종사건을 일으키는지 분석했다”며 “‘김 빼기 한다’ ‘노조 스스로 무너지지 않겠나’ 등의 측면도 있지만 김재철의 수세적 측면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 스스로 물러나기 전에는 마땅한 것이 없고, 이미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고소한다고 하는 등) 두 차례 사기를 쳤기에 또 사기 치는 것은 불가능하고, 김우룡 전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으면서 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대량 징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사태를 두고보자는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재철의 (파업) 장기화 전략에 대해 중간 간부 윗선조차 ‘그냥 놔두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MBC를 망하게 할 수 없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대국민 선전을 강화하고, 외부 단체와 함께 1만인 촛불대회를 여는 등 이번 주 안으로 김재철을 완전히 식물사장으로 만드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재철 사장과의 출근 여부와는 별개로 MBC노조는 각 부문별로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를 이어가고 있다.

편성 제작 부문 노조원들은 오늘 오전 7시30분부터 출근 저지 투쟁 대오를 갖춘 채 대기했으며, 오전 9시15분부터는 사장실이 있는 10층 로비에서 항의 농성을 이어갔다. 이들은 “김 빼기 소용없다 우리는 승리한다” “바지사장 몰아내고 직할통치 분쇄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또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임원 회의를 이어가고 있는 간부들을 향해서도 “임원들은 벙어린가 MBC가 죽어간다” 등 구호를 외치며, 간부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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