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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 합동검문 과연 합법적인가[최강욱의 법과 언론]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최강욱·변호사(법무법인 청맥) | 승인 2007.12.10 07:34

2007. 12. 6. 해안 경계근무를 마치고 초소로 돌아가던 두 해병이 괴한이 몰던 차량에 치인 다음, 흉기에 찔려 소총과 수류탄 등을 강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 발생 후 여러 날이 지나도록 범인의 행적과 그 신원은 미궁에 빠져들었고, 대선을 코 앞에 둔 정치권은 훔친 소총으로 당선을 눈앞에 둔 후보가 테러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빠져있는 사이, 불의의 피해를 입은 박영철 상병이 군 복무 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였다. 아름답고 소중한 젊은 넋이 또 스러져가는 것을 보며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분노하였다. 당연한 일이다. 

총기 탈취 내지 도난 사건은 이 사건 이전에도 종종 발생하였다. 그 때마다 우리 언론은 경찰의 뒤늦은 대응과 초동수사의 허점을 지적하며, 군의 늑장대응도 함께 비판하였다. 지금도 왜 신속히 검문검색을 하지 않고 범인을 조기에 체포하지 못하느냐고 힐난한다. 이번과 같이 안타까운 희생이 더해지면 누구나 지적할만한 문제이다. 또 그러한 지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도 사실이다.

법률적 관점에서 현재의 군경 합동검문 문제 있다

   
  ▲ 한국일보 12월7일자 1면.  
 
그러나 법률적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 군이 발령했다는 ‘진돗개 하나’의  상황과 그에 따라 진행되는 군경의 합동검문이 과연 합법적인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건의 신속한 처리와 범인의 검거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안이 중대하고 시급할수록, 중요한 문제를 간과한 채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여서는 안될 일이며, 상황의 엄중함 때문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 또한 반드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하여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 이번 기회에 한번쯤 문제를 제기하려고 생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대와 합법성의 문제를 생각하다 장교(법무관) 후보생으로 훈련을 받던 중, 야간 사격장에서 탄피를 받아주던 병사가 던진 질문이 문득 다시 떠올랐다.

“법무관이 뭐 하는 사람입니까?”
“군대 안에도 법이 있으니, 군 내에서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법치주의를 구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장교”라는 필자의 답변에 대하여, 그 는 어이없다는 듯 “허 참, 군대에 무슨 법이 있다는 겁니까?”라며 반문했다. 군대와 법 사이의 관계를 물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전제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금도 우리의 상상력을 옥죄는 여전한 분단의 현실 속에서 전쟁을 경험하고 상당기간의 군사정권을 거치는 동안, 우리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군을 여타의 국가기관과 다른 ‘특별한 곳’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어떤 상황에서든 국방행정과 군사작용에 대한 비판은 필연적으로 이데올로기에 관한 소모적 논쟁을 야기하는 현실이 엄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더디게나마 발전해 온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 한겨레 12월8일자 9면.  
 
군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은 이제 절대 불가하고, 다시는 인정될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는 확고해 보인다. 그러나 법률적 관점에서 그 이면을 보면 아직 많은 허점이 발견되는 것도 현실이기에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군도 분명히 헌법과 법률의 규율에 의해 조직되고 운용되어야 하는 주요 국가기관의 하나이고, 군대의 구성원 또한 국민과 동일한 기본권을 보장받는 주체이며, 인권보장과 법치주의의 정신은 군 내에서도 반드시 보호되고 구현되어야 할 헌법적 가치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북한의 수교가 논의되고, 남북간 평화협정의 체결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스스로 ‘국민과 함께 하는 튼튼한 국방’을 다짐하며 많은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군의 노력에 비추어 보자면 이번 대선 후 새로운 군 통수권자로 등장할 대통령도 반드시 관심을 갖고 노력을 경주하였으면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금번 사태를 통해  다음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군경의 합동 검문은 총기 등을 탈취한 범인을 체포하기 위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과거 무장탈영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도 나타난 바 있었다. 합참은 서울과 경기도를 포괄하는 수도권 일원에 대간첩작전의 일환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진돗개 한 마리를 데리고 범인을 추격한다는 게 아니라, 간첩의 침투에 대응하기 위한 최고 경계태세를 의미하는 군사용어이다. 군의 이러한 조치는 소총 등의 무기로 무장한 범죄자가 나타나면 당연히 이루어지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게 우리 국민들의 일반적 인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도에 의하면 합참은 “용의자가 남쪽으로 도주한 데다 격투과정에서 상처를 입는 등 고도로 훈련된 요원은 아닌 점에 비춰 일단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도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였다고 한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이는 심각한 법률적 결함이 지적될 수 있는 조치이다.

무장한 ‘민간인’이 나타날 경우 ‘자동적인’ 군투입 … 과연 정당한가

현재 우리 군이 민간인에게 검문을 행할 수 있는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은 위수령과 통합방위법이다. 

먼저 전투부대가 위치한 위수지역에서의 검문은 위수령에 근거하고 있다. 위수령은 1950년 3월27일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군대를 동원하여 반정부시위를 진압할 의도로 제정·공포된 대통령령으로서, 당시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아무런 헌법, 법률적 근거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태생적 결함과 결정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보면 치안유지를 위한 군 병력출동 및 현행범 체포를 위한 군의 경찰 원조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과거 군사정부는 반정부시위가 격화될 때마다 위수령을 국민에 대한 공공연한 협박수단으로 활용하였던 것이다.

   
  ▲ 동아일보 12월10일자 13면.  
 
설사 위수령이 그 형식적 합법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 이유는 위수령이 스스로 밝히는 목표가 “육군의 질서 및 군기의 감시와 육군에 속하는 건축물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미치는 것(위수령 제1조)”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도 남용의 가능성이 여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위수령은, 결코 그 목표를 도외시한채 언제든 위헌, 위법적 조치를 행하는 근거로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때문인지 현재 위수령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법률적 관점에서 살피자면, 치안유지를 위한 경찰의 예방적 작용과 범죄 수사를 위한 경찰의 활동(진압적 작용)이라는 ‘경찰작용의 이중성’에 비추어 그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군과 경찰의 합동검문 등의 활동이 합법성의 관점에서 문제가 제기될 경우, 예방적 작용이라면 행정소송 사안이 되고 진압적 작용이라면 형사소송 사안이 된다는 본질적 차이가 있어 법적 근거가 둘 다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보아도 더욱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구분을 위하여 행정법학자들에게서 그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은 이른바 ‘중점이론’, 즉 전체적으로 보아 경찰조치의 중점이 객관적으로 어디에 놓여있는지, 조치의 목적 중 어느 것이 객관적으로 우선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군의 민간분야 ‘과도한’ 개입은 후진국적 현상

구체적 제보에 따라 군용물을 강취한 범인의 도주로를 차단하고 일정 범위 내에 가두어 검거하기 위한 헌병의 검문활동은 군사법원법 제43, 44조에 의한 수사 활동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도 군 수사기관인 헌병만 가능할 뿐, 모든 국군 장병이 수사 활동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무장한 범죄자에 의한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기위한 예방적 작용으로서의 검문은 예방적 경찰작용에 해당한다. 현재 이루어지는 군에 의한 불심검문도 일단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러한 검문은 ‘군경합동검문소’라는 형태로 많이 이루어지는데, 과거에는 법률이 아닌 대통령 훈령(28호, 비공개)에 불과한 ‘통합방위지침’만을 근거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조치를 행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의 영향으로 2001년 12월 통합방위법이 제정되면서 그나마 법률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통합방위법도 무장간첩 침투  등의 ‘비정규전 상황’이 발생할 경우 통합방위작전이 이루어지는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이번과 같은 민간인의 범행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통합방위작전을 행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현재 합참이 발령했다는 ‘진돗개 하나’는 위에서 설명한 통합방위지침에 규정되어 있으나, 그 조치는 앞서 살핀 것처럼 대공 용의점이 없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이루어졌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역시 법적 요건을 결한 위법한 행정작용이 되는 것이며, 특히 군인이 근거 없이 민간인을 검문 검색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와 직결된 문제임을 생각하면 이를 심각한 위헌적 상황으로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면,  법률적 무관심도 그 이상의 심각한 문제이다. 일상생활에서 관행적으로 흔히 접하게 되는 각종 상황들이 과연 우리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 적절한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사회적으로 토론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독일의 경우는 9․11 테러 이후 베를린 상공에 나타나 저공비행하는 경비행기의 요격을 위해 공군 전투기가 출동했을 때, 이러한 조치의 합법성을 놓고 심각한 사회적 토론이 전개되어 그러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보다 진전된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현재의 집중적 음주단속 방식, 공공기관 파업시 대체인력으로 군 인력을 투입하는 문제, 일부 정치인의 멧돼지 소탕 위한 특전사 동원 발언 등에서 보듯,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 엿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분명히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군사작용이 아무런 법적 근거나 헌법적 당위성이 없이 민간분야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분명한 후진국적 현상이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은 군사독재 시절의 어두운 기억으로만 남아있고, 누구도 그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군 정보기관(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이 단지 대통령령인 국군 보안부대령에 근거한채 아무런 헌법적, 법률적 근거 없이 월권과 위법행위를 자행하였던 것이라는 점은 이미 대법원 판결로도 확인되었다. 산불진화, 재난구호, 농촌 일손돕기 활동 등을 통해 군이 민간에 심어준 우호적 인상을 이용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군의 역할 확대를 섣불리 정당화해서는 안될 일이다. 헌법이 군과 군인에게 부여한 기본적 사명이 문민헌법 원리, 평화지향 원리, 평화통일 원리에 비추어 어느 정도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 사회 전체가 토론하면서 제도와 법을 정비하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비판적으로 수용돼 온 ‘비정상적’ 관행과 제도…개선작업 서둘러야

이는 군을 경시하거나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주적 기본질서의 필수적 요건을 갖추어 선진국으로 도약할 필요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군이 지키는 것은 영토와 국민의 재산이라는 물리적 개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헌법이 천명한 민주적 기본질서까지를 당연히 포괄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에 대한 입헌적 통제는 그래서 필수적인 것이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군대가 진정한 국민의 군대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정상적인 헌법질서로의 복귀’라는 관점에서 그간 알게 모르게 지속되어오고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온 비정상적 관행과 제도를 근원에서부터 재검토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작업은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도 그 합법성과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듭 밝히지만 우리 사회에 있어 민주화의 완성은 군에 대한 입헌적 통제가 완수될 때 비로소 확고한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점을 다 함께 기억하였으면 한다.

   

아내와 함께 네 아이를 키우며 시골 마을에 깃들어 있다. 가진 능력이라곤 번식력밖에 없다는 점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얼치기 법조인이기도 하다. 짧은 공직생활 중 여러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과 정의의 소중함을 절감하였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으로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것을 목도하기도 하였다.

조직이라는 이름과 명분 아래 수 많은 사람들의 인격이 훼손되는 것에 분노하며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 더욱 과격해지는 자아를 다독이기도 한다. 맑은 세상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중받고 부패의 악취가 말끔히 사라진 세상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안고 산다.

최강욱·변호사(법무법인 청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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