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다각관계는 본격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이 본격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수를 둘러싼 정선과 정우, 그리고 홍아의 역할은 분위기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갈등의 모든 시작은 감정이다.

자존심이 키운 갈등;
인간은 감정이 전부인 동물, 사랑과 일 사이 모든 것은 감정의 싸움이고 다툼이다

현수와 정선은 서로 사랑한다. 하지만 두렵다. 그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가까워져야 할지 이들은 모른다. 아니 서툴다. 그 감정선에 대한 갈등 속에서 정선은 보다 명료한 것을 요구하고, 현수는 여전히 두렵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정우는 도발적이면서 당당한 현수가 좋다. 5년 동안 함께 일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정우는 현수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하지만 그날 현수가 보인 행동은 정우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프러포즈를 하면 모든 것이 완성될 것이라 확신했던 정우에게 현수는 상상도 못한 반응을 보였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누군가를 잊지 못하고 있다. 현수가 잊지 못하는 남자가 정선이라는 것을 정우는 모른다. 그렇게 '굿 스프' 앞에서 현수와 정선은 제대로 재회했다. 다시 시작된 사랑엔 현수가 더 적극적이었다.

다시는 후회하고 싶지 않은 현수는 정선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하지만 정선은 아픔이 컸기 때문에 더는 쉽게 시작하지 않겠다고 한다. 서로 사랑하지만 엇갈리는 그 감정들. 흔들려도 잡아줄 사람이 없어 더 단호해야 한다는 정선은 언제나 그런 남자다.

인간은 모순 덩어리라고 하지만 정선은 감정에서 흔들림이란 없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홍아는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부잣집 딸에 뛰어난 외모,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홍아가 넘어서지 못하는 이가 바로 정선이다.

정선에게 그런 외형적인 호감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흔들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상대는 현수였다. 너무 사랑스러웠지만 가질 수 없는 존재였던 현수는 특별했다. 그녀가 가진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내뿜는 사랑의 온도에 젖어버린 정선은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정선에게 홍아는 특별할 수 없다. 홍아의 행동을 정선은 '감정 폭력'이라고 단언했다. 혼자서 하는 사랑, 그렇게 숨긴 사랑은 문제가 없겠지만 드러내고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기 요구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폭력일 수밖에 없다.

홍아가 현수를 미워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정선 때문은 아니다. 현수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범위는 자신이 주도하는 관계 속에 존재할 뿐이다. 주도권을 빼앗기는 순간 홍아는 그 상대는 적이 된다. 현수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 수업을 들으며 친해진 이들은 그렇게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현수가 먼저 작가가 되었다.

현수가 먼저 작가가 된 것도 싫었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정선을 자신의 남자로 만든다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수에게 빼앗겼다. 이건 전쟁 선언이나 다름없다. 자신과 비교해 무엇 하나 앞서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홍아로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홍아의 행동은 결국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녀의 행동은 뭔가 확고한 선택을 하기 어려웠던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현수를 싫어하는 홍아는 장편 드라마로 작가 입봉이 가능해지자 정우를 찾아가 계약을 해 달라 한다. 무조건 현수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계약금을 달라고 했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어떤 식으로든 현수를 이겨야만 분이 풀리는 홍아의 요구는 결국 그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작가가 된 자신을 축하해 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채 현수의 집에 있는 정선을 보고 분노한 홍아. 그녀의 이런 행동은 결국 현수가 더는 망설이거나 혼란스러울 이유가 없는 이유가 된다.

감정은 그렇게 상대가 등장하며 명료해진다. 강압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확신이 없는 이에게는 분명해진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용기를 낼 이유가 더욱 명확해지니 말이다.

정우가 프러포즈를 하고 싶은 사람이 현수라는 것을 정선은 모른다. 현수가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남자가 정선이라는 사실을 정우는 모른다. 굿 스프에서 프러포즈를 하겠다는 정우와 반가워하는 정선. 그 상황에서 현수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모든 게 너무 명료했다는 것이다. 정우가 현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 하지만 현수가 정우에게 마음을 연 적도 없다.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던 현수는 아무런 잘못을 한 게 없다. 현수와 정선은 단 한 번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든 적이 없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모든 이들은 현수에게 버티라고 했다. 어차피 남들은 알지 못하니 그저 이번은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라는 덕담 아닌 덕담들만 건넨다. 이런 상황에서 현수 아버지는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남들은 알 수 없으니 내 것이 아니지만 내 것인 것처럼 속이라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달리, 현수는 아버지의 그 말에 결심을 할 수 있었다.

그저 시간만 보내면 된다. 시청자들은 알지 못한다. 그저 현수가 미니시리즈 작가라는 사실만 기억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현수를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인정하지 못하는 작품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작 전부터 다른 작가를 시켜 유린한 감독. 그런 감독의 행패를 참아야 하는 것은 결국 자존감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수의 이런 단호한 선택은 결국 사랑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명확한 감정을 주문하는 정선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여전히 일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현수는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불이익이 명확한 상황에서 현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런 그녀가 선택할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녀의 그 선택을 응원한다. 자존감을 버리고 허상을 자신의 것으로 취하며 가면을 쓴 채 살아가기보다 자신의 삶에 당당하려 노력하는 현수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