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음악중심이 용기(?)있는 방영을 시도했다. 그로 인해 천안함 침몰사고와 함께 깊은 우울함에 빠진 가요계가 밀린 숙제라도 하듯이 우르르 컴백무대를 비로소 치를 수 있었다. 10일 방영된 부분은 지난주 토요일 녹화분으로 이번 주마저 결방되었더라면 월드스타 비를 비롯해서 애프터스쿨, 시크릿 등은 어쨌거나 입장도 못하고 퇴장할 뻔한 위기를 간신히 벗어나게 됐다.

기다렸던 월드스타 비의 컴백무대는 스페셜하긴 했지만 그에 대한 네임밸류에 걸맞았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했다. 이름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또한 가창력이 부족한 댄스가수 그룹의 발라드 도전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노출한 씁쓸한 무대였다.

그런데 비와 함께 음악중심 컴백무대를 가진 애프터스쿨에 유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워낙 관심이 비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우선순위를 받지 못한 애프터스쿨로서는 드라마 촬영 중인 유이를 무대에 세우는 것이 무리한 만큼 효과가 없을 거란 판단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컴백이라는 이름을 붙인 무대에는 맞지 않는 무례함이었다. 방송사에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그렇다.

가요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일반 시청자에게 애프터스쿨에 대한 일차 연상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유이이다. '너 때문에'의 히트와 함께 소속사는 애프터스쿨만은 유이가 아닌 리더 박가희의 것이라고 집요하게 주장했지만 그 노력이 아직은 대중의 인식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리더 박가희가 많은 매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겠지만 대중의 인기가 작위 된 노력에 의해서 교체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음악중심 무대에 오른 애프터스쿨을 보면서 유이를 찾느라 애쓴 시청자가 많았을 것이다. 새 멤버 리지가 보충되었지만 그런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분명 인원수는 맞는데 왜 안보일까 자신의 시력을 탓해야 했을 것이다. 아니 그런 애프터스쿨의 변화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최소한 활동을 팬과 대중에게 알리는 첫 무대에 가장 유력한 멤버를 뺐다는 것은 성의 없는 자세였다.

불화설 등과 함께 원래 멤버가 빠지면서 오히려 한 명을 더 추가해 7인 구성으로 등장했던 애프터스쿨이 충분한 준비를 했다고 보기에는 촉박한 시기에 또 다시 활동예고를 하면서 멤버 한 명을 새로 공개했다. 이러다가는 언젠가 소녀시대보다 인원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스개가 떠돌기도 했다. 물론 새 멤버에 대한 궁금증도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것이 유이 보다 아니 유이에 대한 관심에 비교할 바는 못 된다.

애초에 가수로만 활동영역을 국한시키지 않는 아이돌그룹의 속성상 드라마 촬영도 대단히 중요하고 그 때문에 그룹 활동에서 빠지는 케이스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컴백무대에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본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줄기차게 박가희 띄우기에 몰두하고, 새로운 멤버를 급하게 보강한 이유가 혹시 유이의 탈퇴를 위한 준비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번 음악중심 컴백무대에 유이를 과감하게 뺀 것은 정말 스케줄 조정이 어려웠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방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사전녹화가 일반화된 지라 성의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8명의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비록 비와 이효리 등의 컴백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그들의 현실의 위치다. 그럴수록 대중에게 더 성실하고 혼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유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 애프터스쿨의 내일을 말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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