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 전쟁은 주연 여배우들의 변신 경쟁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2주가 지난 현재를 기준으로, 변신의 여왕은 누구일까?

단연 김소연이다. 김소연은 기존 드라마에서 조용하고, 어둡고, 세련되고, 조금은 우울한 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원톱으로 작품을 이끄는 능력은 없지 않은가 하는 이미지도 있었다. 과연 김소연이 상대역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홀로 설 수 있을까?

<검사 프린세스>에서 그녀는 이런 기존의 이미지들을 180도 바꿔버리고 있다. 김소연이 이렇게 밝고, 활달하고, 유들유들하고, 웃긴 배우인지 미처 몰랐다. 원톱의 역량도 어느 정도 있음이 드러났다.

<검사 프린세스> 1~4회는 황당한 코미디극이었다. 이런 작품은 크게 흥행하기 힘들다. <신데렐라 언니>처럼 감정을 파고드는 이야기가 흥행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 프린세스>는 2주차에 접어들며 살짝이나마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순전히 김소연 혼자 좌충우돌하며 얻어낸 성과다.

<신데렐라 언니>에서는 전통적인 드라마적 구성의 힘과, 이미숙 등 중견 연기자의 힘이 흥행에 일조했다. 주부시청자들까지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과 출연진들이었다. 반면에 <검사 프린세스>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김소연이 더욱 빛난다. 그녀가 원톱이 가능한 배우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작품은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꼴찌이지만, 변신의 성과로만 보면 김소연이 최고의 변신녀로 등극했다.

- <신데렐라 언니>와 <개인의 취향> -

<신데렐라 언니>는 과연 문근영의 성인변신이 성공적일지, 악역변신이 성공적일지가 관심을 모았다. 이 부분은 현재 불분명하다. 2주 동안 고등학생으로 나왔기 때문에 성인변신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1~4회만 보면 악역변신은 ‘낚시’였음이 밝혀졌다. 캐릭터가 전혀 악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귀여운 여동생에서 보살펴주고 싶은 여동생으로 살짝 성격을 달리 했을 뿐이다.

오히려 <신데렐라 언니>에서 변신이 눈에 띄는 여배우는 서우다. 서우는 <탐나는 도다>에서 사랑스러운 여자 아이로 각인됐었다. 그랬던 것이 <신데렐라 언니>에선 얄미운 아이 캐릭터로 완전히 변했다. <탐나는 도다>에서는 건강하고 활달한 캐릭터였는데, <신데렐라 언니>에선 정신적으로 병적인 데가 있는 캐릭터로 변하기도 했다. 변신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문근영이 <신데렐라 언니>에서 얻은 성과라면 스타파워를 확인했다는 데 있다. 전작인 <바람의 화원>이 비록 호평은 들었지만 흥행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었다. 그랬다가 이번에 수목드라마 전쟁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함으로서 ‘문근영의 힘!’을 확인한 것이다. <신데렐라 언니>가 1위를 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그 핵심에 문근영이 있고, 구도상으로 봐도 문근영 혼자서 손예진과 이민호 연합군을 누른 구도이기 때문에 스타파워는 확실히 각인됐다.

‘문근영의 힘!’은 서우가 ‘폭풍 까임’을 당하는 것에서도 확인됐다. <해피투게더>와 <신데렐라 언니>에서 문근영과 대비된 서우가 공공의 적 신세가 되면서, 대중의 문근영에 대한 호감도가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또,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것을 분명히 각인시킨 것도 <신데렐라 언니>에서 그녀가 얻은 성과라고 하겠다. 상처 입은 여자 아이 캐릭터로 기존의 좋은 이미지를 더 강화시킨 성과도 있었다.

손예진의 경우엔 가장 안 좋다. 손예진도 김소연처럼 ‘푼수’, ‘진상’으로 변신했지만, 그녀는 김소연보다 훨씬 큰 기대치를 안고 있다. 김소연은 어느 정도만 해줘도 ‘놀랍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손예진은 그게 안 되는 것이다.

손예진의 변신이 성공적이려면 작품이 받쳐줘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첫 2주 동안은 작품이 약했다. 그 결과 손예진이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손예진이 맡은 캐릭터의 매력도 그다지 높지 못했다. 지나치게 ‘진상’이어서 호감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김소연이 완전히 홀로인데 반해, 손예진은 이민호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어느 정도 유리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초반에 이민호는 거의 기대됐던 역할을 못해줬다. <파스타>처럼 두 주인공의 화학반응이 살아나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작품도, 손예진도 2% 아쉬운 느낌을 주고 있다.

- 마혜리가 입에 붙었다 -

수목드라마 3편 중에 캐릭터의 이름이 가장 빨리 입에 붙은 것이 김소연의 마혜리였다. 캐릭터에게 웬만큼 몰입하지 않으면 극중 이름이 잘 입에 붙지 않는다. 그만큼 김소연이 구현하고 있는 마혜리 캐릭터가 생생하다.

그녀는 명품만 알고 공감능력이 없는 된장녀 캐릭터로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밉지 않은 설레발과 함께 극중에서 심하게 망가지고 당해서 밉상이 되지 않았다. 그녀가 워낙 귀엽게 표현하기도 했다.

귀여운 면모가 잠시 드러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속사포 소감’의 김소연이 드라마 캐릭터로 재탄생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김소연이 이런 캐릭터로 원톱을 하게 될 줄은, 그것도 이렇게까지 능숙하게 소화해낼 줄은 정말 몰랐었다.

<아이리스>에서 김소연이 인상 깊었지만, 배역 덕분이라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녀는 <검사 프린세스>에서 물을 만난 듯 활개를 치며 자신의 능력을 100% 보여주고 있다. 객관적인 순위에서는 꼴찌를 했어도, 그녀에게만은 최고의 작품이 된 듯하다. 여배우 변신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아직까지는 김소연이 가장 드라마틱한 변신의 주인공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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