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방송된 KBS <과학까페>는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완전히 바꾸어 지지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실험을 진행했다.
강호동 씨가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에서 자주 쓰는 수법이 있다. 출연자들의 고백을 끌어내기 위해 가슴에 손을 얹게 한다. 그래서 따라해본다. 유권자들에게 묻는다. 가슴에 손을 올리고, 양심을 걸고 답하라. "당신은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투표하십니까?"

8일 방송된 KBS <과학까페> '과학의 눈으로 2007 대선을 본다!'가 정치에 관한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풀어줬다. 방송은 정치인을 지지하는 의사결정의 방식을 뇌 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등으로 접근했다.

제작진은 이런 실험을 진행했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대표 공약을 완전히 바꾼후 지지자들에 공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공약을 보고 '지지 하지 않는다'고 말한 지지자는 10.9% 뿐이었다. 51.4%는 '지지한다'고 답했고, 37.7%는 '모름'이라는 답을 했다. 인터뷰에서 공약이 바뀐것을 알려줘도, 공약과 상관없이 후보자 자체를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답했다.

놀라운 결과다. 그야말로 아무 이유없이 지지자를 선택한다는 뜻이 아닌가. 대통령 선거가 인기투표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무엇으로 대통령을 선택할까? 혹시 얼굴 보고 뽑는건 아닐까?

제작진은 몇해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한 실험에서 힌트를 얻었다. 두 장의 사진을 보고 '더 능력있는 얼굴은 어느 쪽인가'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얼굴이 실제로 미국 상원의원 당선자였다. 이는 뇌속 편도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방송은 50대 두 남성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인위적으로 수정해 실험을 진행했다. 나이가 더 들어보이게 만들기도 하고, 더 젊어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이 사진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통령에 적합한 얼굴은 무엇인가'와 '동안에 적합한 얼굴은 무엇인가'라는 선호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람이 대통령에 더 적합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밖에도 방송은 TV광고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경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등의 실험결과들을 소개했다.

이렇게 대통령을 선택할 때 감정적으로 판단해도 괜찮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역사는 그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을 '워렌 하딩의 오류'라고 부른다고 한다. 방송은 미국의 29대 대통령 워렌 하딩의 예를 들었다. 그는 정말 대통령처럼 생겼다. 풍채도 좋고, 키도 크고, 외모도 그러했다. 국민들은 그를 주저없이 선택했다가 큰 후회를 하게 된다. 그는 후에 각종 부정부패와 스캔들로 최악의 미국 대통령으로 평가받았다.

방송에 따르면 특히 부동층은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순간적인 이미지로 투표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성'을 활성화 시킬 때다. 이미 최종 지지자를 선택한 사람이라도 다시 돌아보자. 막연한 이미지로 그를 택한 것은 아닐까? 정치광고만 보고 대통령으로 선택해도 될까? 이제 정치인들도 그걸 잘 알아 좋은 사진 찍고, 감동적인 광고 만드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 국민들이 더 이상 조작된 이미지에 속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정신을 차린다.

지난 방송이 1부였고 KB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다음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에 2부가 방송될 예정이다. 그때는 여,야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의 뇌 반응 차이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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