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두 번 찾아오는 명절은 민족대이동이라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보는 사람에게는 그저 감탄할 일이 될 수는 있어도 정작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고속도로에서 하염없이 지체·정체와 싸워야 하는 귀성객들에게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을 위해 연출 사흘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귀성객들에게 고속도로 통행료라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로 이전부터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고속도로’가 아닌 ‘거북이도로’에 통행료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이는 단지 문재인 정부만 한 정책은 아니다. 2015년 8월 박근혜 정부도 하루에 불과했지만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 바 있었다.

추석을 맞아 전국 고속도로가 무료 개방된 3일 오전 강원 춘천톨게이트로 차량이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한 언론은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 전혀 다른 논조로 기사를 써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지난 9월 27일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는 뉴스1의 두 기사 제목을 비교해 눈길을 끌었는데, 같은 매체가 비슷한 정부 정책을 표현하는 방식은 너무도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가 160억 공짜로 쏜다”...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2015년. 8월 4일)
추석 통행료 무료 120억원 ‘혈세’ 보전...아랫돌로 윗돌 괴기?(2017년 9월 24일)

박근혜 정부 때의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비슷한 정책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헤럴드경제는 4일 “심하게 밀렸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추석날 교통 체증 키웠다”라는 기사를 냈는데, 이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문재인 정부의 친국민 정책에 괜한 시비를 건 것이었다.

도로공사 자료를 인용한 이 기사는 서울요금소에서 부산까지 7시간 20분이 걸린다면서 이와 같은 정체가 정부의 고속도토 통행료 면제인 것처럼 뒤집어씌운 것이다. 그러나 기사 타이틀과는 달리 본문에서는 정작 고속도로 정체와 통행료의 관계를 직접 연결하는 내용은 없었다.

이 기사는 추천은 거의 달리지 않았지만 댓글이 700여 개나 달리는 드문 현상이 벌어졌는데, 물론 기사를 비난하는 댓글들 일색인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사가 역시나 팩트체크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거짓 팩트에 기반한 기사에 분노한 한 시민은 직접 과거 자료들을 찾아 트위터에 반박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기사 제목과는 달리 올해는 열흘간의 연휴 덕분으로 다른 때보다 오히려 시간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 제목만으로 놓고 볼 때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추석 고속도로 상황은 2012년을 빼놓고는 올해 통계치인 7시간 20분보다 적게는 30분, 많게는 무려 1시간 30분 이상이 더 걸린 것이다. 이런 팩트를 놓고 본다면, 올해 추석 고속도로는 예년에 비해 조금은 편했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차마 ‘정체를 키웠다’라고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언론이 정부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팩트라도 갖춘 비판을 해야 '말빨'이 설 것이다. 기계적 중립에 대한 비판이 일 때마다 '그것이 팩트'라고 주장하는 것이 언론의 태도였다. 팩트 따윈 상관없다는 선동용 기사에 대해서는 변명할 거리는 없다. 언론의 최소한은 팩트에 있다. 최소한이 그렇게 어려운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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