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파문 이후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미수다가 개명과 함께 토요일 주말 저녁 시간대로 전진 배치된다고 한다. 예능이라고 보기 어려운 관제의 냄새 진한 새 이름을 단 '쾌적한국 미수다'에게 배정된 시간이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라는 것을 보니 천하무적야구단이 누렸던 80분을 덜어내 줘야 할 것이다.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라 월요일 심야에서 주말로 옮겨 예기치 못한 시청률 폭발도 없을 거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경우만은 절대로 아니라는 단언도 가능하다. 차라리 청춘불패라면 어떤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겠지만 최악의 이미지를 안고 있는데다가 바뀐 포맷 이후 정부 홍보성 방송으로 구설수에 오른 전력까지 더했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포맷으로 치열한 주말예능으로의 진출은 자살행위가 다름없는 일이다. 예능이 그렇게 만만하니?하고 묻고 싶어진다.

게다가 보도에 따르면 개편 미수다의 기획의도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개선할 점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풀어본다'는데, KBS가 가진 어처구니없는 사대주의적 계몽의식에 참을 수 없는 비웃음을 보내게 된다. 이런 시각은 땡전뉴스가 판치던 80년대쯤에나 통할까 21세기 한국에는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불과하다.

지난 1월 해외 교통문화를 비교하면서 법무부 장관의 연설을 미수다에서 내보낸 일을 상기하게 된다. 이때 장관은 법질서와 무관한 정부정책을 홍보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편 전의 미수다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다분히 속보이는 이름까지 달고서는 공익이란 이름으로 정부정책이나 홍보하려는 것은 아닐까 예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쾌적한국 미수다가 배치되는 시간은 전과 같지 않다고 해도 여전히 토요일 예능의 대명사 무한도전이 방영되는 시간이다. 이런 개편은 방송사가 경쟁을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예능이란 이름이 가지는 시청자의 즐거움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시청자는 방송을 통해서 즐거워질 권리가 있으며 특히 시청료를 강제로 징수하는 KBS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를 지고 있다.

이와 같은 KBS의 납득할 수 없는 개편은 전파공급자의 독단으로 보인다. 하다못해 경쟁사조차 납득할 수 없는 개편은 '일단 해보고' 나서 어떻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취소해야 할 것이다. 다큐3일 내레이터 관련 일로 김미화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누가 코미디언이냐'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정말로 KBS는 뭐하는 방송국인가. 땡전의 추억에 사무치기라도 하는 것인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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